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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케lykke Mar 17. 2024

회사는 얼마나 거지 같은가.

05. 면접

사례 1.

이직을 위해 이곳저곳 면접을 보고 있는 요즘, 신박한 회사를 만났다.

우선 이 회사는 나라장터에서 입찰을 받아 영상을 제작하는 외주를 맡는 회사였고 제안서, 기획서 작성을 하는 인력을 채용 중이라 잡코리아에 지원했었다. 사실 지원할 때는 뭐 하는 회사인지는 정확히 몰랐고 일단 제안서 작성하는 인력을 채용하길래 지원했더니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던 것.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를 할 때도 사실 쎄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점심시간 12:32분에 전화가 왔음(밥 안 먹어?!!)  


    내가 어떤 제안서를 얼마나 써봤는지 물어봤음(면접 때 물어보면 되지 굳이? 포트폴리오도 다 제출했는데 왜 물어?)  


    전화 끊고 주소를 문자로 보내줄 테니 그리로 다음날 오후 2시까지 오면 된다더니 2시간이 지나도록 어디로 가면 될지 문자로 알려주지 않았음... (오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내가 어디로 가면 될지 문자를 보냈을 때 답장이 왔음)  

아무튼, 그렇게 오늘 대표와 1:1 면접을 봤다.

외주를 맡아 일을 진행해왔지만 제안서를 도맡아 디자인하는 인력은 없었고 이를 또 외주로 주거나 대충 작업했었기 때문에 관련 회사에게 제안서 디자인에 대해서 욕을 많이 먹었다고 했다. 그래서 인력을 충원하려고 채용공고를 냈다고. 뭐 어쨌건 이리저리 1:1 면접을 30분이나 봤다. 결국 중소소 기업답게 제안서 작업 + 가끔씩 촬영 작업도 도와주는 게 가능하다는 결론을 짓고 면접을 마쳤는데, 

오후 8시 10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사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어뒀으니 모르는 번호도 받긴 하기 때문에 늦은 시간이지만(업무와 관련해서 뭘 진행하기엔 상당히 늦은 시간이지)받았다.


[이미지는 에이닷 어플로 정리된 텍스트]


1. 우선 늦은 시간 전화 드려 죄송하다는 말 따위는 없고,

2. 중간중간 내 말을 끊어먹으면서 자기 말만 하고,

3. 촬영 및 편집 가능한지 몰아붙이듯 말하는 것.

4. 면접 때 안 온건 지사정이지 그걸 왜 늦게 개인번호로 전화를 해서 묻는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내가 예상하건대, 대표와 부부 사이가 아닐까? 아니고서야 회사 내 팀장이라는 사람이 대표와 면접을 본 나에게 굳이 이걸 전화로 묻는다고? 얼마나 체계가 없는 회사면 이따위일까 싶어서 기가 찬다.

사례 2.

작년에 공덕 근처 스타벅스에 면접을 본 적이 있지만 당시엔 내가 부산으로 내려가느라 거기는 일하지 않기로 했었다. 뭐 어쨌든, 스타벅스 면접을 본 경험이 있으므로 역시 스타벅스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나 봐~ 싶어 이번에도 스타벅스에 지원을 했고 신촌 근처에 면접을 보러 오라길래 시간 맞춰 갔다.



스타벅스 면접은 보통 지점장이랑 1:1 대화형식이다.

면접을 보는 내내 지점장은 계속해서 나의 나이를 걸고 넘어졌다(정확히 3번). 분명히 이력서에 내 나이가 적혀 있고 그걸 보고 연락을 했을거면서 왜 나이를 걸고넘어지는지. 나이가 많으면 아무래도 체력이 힘들거라는 말을 하는데 누가봐도 튼실한 나에게 체력을 운운하는거 자체가 좀 어이가 없었지만 뭐 그래, 그녀의 노파심이라고 하자.(면접 중에 자기가 나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 걸 말했었다. 뭐 어쩌라고) 어쨌거나 체력은 좋고 업무에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다는 말로 응대 했지만 그녀는 마지막까지도 나이와 체력을 운운했다. 

그리고 이력서 경력란에 분명 쓰여 있다. 내가 바리스타 경험은 없다는 게. 그럼 왜 바리스타 경험이 없는걸로 걸고넘어지는걸까? 나이로 인한 체력이 문제가 되고 바리스타 경험이 없다는게 걸린다고 말할거면 면접에 왜 부르냔 말이다. 이력서에 분명 내 증명사진도 있어서 얼굴도 봤을테니 얼굴보려고 부른거 아니지 않냔 말이다. (AI 증명사진도 아닌데)



면접 보러 왔다갔다 하는것도 짜증나는데 저딴식으로 면접을 보길래 너무 화가 났다. 거의 10년째 스타벅스 골드멤버로서, 이 부분은 정정해야하지 않나 싶어 스타벅스 공식 홈페이지에  1:1 채용관련 질문을 남겼다. 

역시 스타벅스는 대기업인가. 며칠 후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전화가 왔다. 관련한 내용은 파악했고 해당 지점장과 통화도 했지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길래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전달했다. 해당 지점장의 말로는, 자신이 나이가 많아서 나이가 많은 사람이 체력적으로 힘들다는게 걱정되기도 했고 20대들도 힘들어서 자주 그만두길래 그런 말을 했다고. 

어쩌라고. 그럼 나이 많은 사람을 부르지 않으면 되는거 아니냐고. 누가 면접 보게 해달라고 빌었냔 말이지. 

아무튼, 스타벅스 코리아 측에서는 앞으로 면접시 그런 발언은 자제해달라는 지침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래, 뭐라도 변화가 보인다면 다행이지. 


쓰다보니 길어졌네. 최근 면접을 본 곳이 많다. 이 곳 말고도 더 있지만 관련한 썰은 다음 이 시간에...




#회사는얼마나거지같은가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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