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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 Feb 18. 2024

취향의 발견

단톡방에 올라온 친구의 뜻밖의 제안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단톡방은 요즘도 시끌벅적하다. 졸업한 지 십 년이 훌쩍 넘었고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질 법 한데, 아직도 친구들의 소식이 이틀에 한번 꼴로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또 고마운 마음이 든다.


"마룬파이브 공연 나랑 같이 가고 싶은 사람 있을까?"

 

목요일 밤 10시, 단톡방에 올라온 친구의 구인공고(?)가 놀랍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어떤 시간대에 어떤 말이 오가도 이상하지 않은 단톡방이니 이런 구인공고 정도는 양반이다. 같이 가겠다고 할까 하다가 2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대에 못 본 체를 하고 카톡방을 잽싸게 나갔던 건 사실 지금까지는 비밀이었는데 이 글을 쓰며 더 이상 비밀이 아닌 것이 되겠지. 친구야 미안했다.


맞장구라도 칠 걸 그랬나, 찰나의 죄책감이 화려하게 나를 감싸다 문득 뜬금없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마룬파이브 공연을 단지 비싸다는 이유로 가지 않으려고 했던 것일까? 그보다 나는 왜 애초에 그 콘서트를 갈까 말까 고민했던 거였지? 심지어 평소에 콘서트를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으며 남들이 해야 하는 일은 당연히 나도 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이 생긴다.

현대카드 내한 콘서트에서 브루노 마스의 Just the way you are에 맞춰 떼창 한 번쯤은 해줘야 할 것 같고, 생일에 내 나이만큼의 장미꽃과 티파니 목걸이를 받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특별한 날에는 전망 좋은 곳에서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것도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사실, 나는 내 취향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콘서트에 가서 노래를 듣는 것보다 일하며 듣는 뉴진스 노래모음 따위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더 좋아한다. 티파니 목걸이보다는 나중에 되팔 수 있는 금이 좋고, 파인다이닝 보다는 감자탕과 국물에 볶아먹는 볶음밥이 더 좋다.


그냥 태어난 대로 살아야지. 취향은 가공하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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