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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30.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33)

-  메스키타, 빅토리아 시장, 시내 돌아보기 -

 오늘은 어제 종교행사 때문에 들어가보지 못한 메스키타를 보기 위해 8시에 숙소를 나선다. 꼭 이렇게 일찍 나설 필요가 없다. 그런데 어제 메스키타 입구 안내문을 보니까 오전 8시 30분~9시 30분 방문객은 입장료가 무료라는 문구가 있었다. 입장료가 13유로(경로 10유로) 이니까 20유로를 절약할 수 있다. 숙소와 거리가 700 미터이니까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메스키타에 도착하니 문은 열지 않았는데 무료입장하기 위해 온 관광객이 이미 많이 와 있다. 아침 기온이 차가워 으슬으슬한 것이 불편하다. 20여분 기다리다 문이 열려 오렌지 정원으로 들어가니 내가 들어가는 쪽을 포함해 세 방향에서 사람들이 몰려 들어온다. 간단한 짐 검사 후에 입장한다.



 메스키타는 이슬람 사원의 건축물이지만 안에는 성당이다. 한 건물에 두 종교가 있는 셈이다. 이슬람 건축 양식 속에서 보는 가톨릭 성당은 매우 독특하지만 보는 이에게는 묘한 아름다움이 있다. 수많은 기둥 사이에 만들어진 성당의 구조물들은 옅은 빛을 받아 아름답다.



 메스키타를 돌아보고 난 뒤 주변에서 이침 식사를 한 뒤 코르도바 알카사르(Alcazar de los Reyes Cristianos) 성을 가기 위해 구글 앱을 켰더니 월요일은 휴일이라고 한다. 내일도 시간이 있으니까 문제가 될 일이 없다.


 과달키비르 강( Rio del Guadalquivir)을 끼고 만들어진 강변을 따라 시내 쇼핑몰에 한 번 가보기로 한다. 강은 한강과 같이 잘 정비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풍치가 있다. 강변 길은 조성이 잘 되어 산책하기가 좋고 조깅이나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다. 강변도로 이름은 파세오 라 리베라(Paseo La Ribera)이다.



 쇼핑센터는 우리가 생각한 수준이 아니다. 코르도바의 상권은 결국 구시가지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니까 주말이 되면 구시가지가 관광객과 현지 시민들이 몰려들어 붐비는 모양이다. 수파마켓에 들려 일회용 수프를 몇 개 샀다. 일회용 수프는 뜨거운 물에 타서 먹을 수 있어 편리하고 먹을 만해서 2019년 여행할 때 아내가 뜨겁게 애용했다. 그런데 마드리드에서는 없어서 사지 못했는데 이곳에 있다.



 점심 식사는 코르도바의 산 미겔 시장(Mercado San Miguel)이라고 하는 메르카도 빅토리아(Mercado Victoria)에 가서 하기로 한다. 쇼핑센터로부터 거리가 2 킬로미터 정도가 되어 햇빛 속에 걷는 것이 부담이 되지만 어차피 돌아오는 길이다. 그러니까 이 메르카도는 숙소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메르카도 빅토리아는 시내 공원 내에 있다. 규모는 산 미겔 시장과 비슷한 것 같은데 입점 매대 수가 적다. 중복되는 상가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내부는 앉아서 먹고 쉴 수 있는 자리가 많아 훨씬 쾌적하다.



 이곳에 왔으니 먹지 않을 수가 없는데 아내가 먹고 싶어 했던 세비체(ceviche)를 찾아본다. 세비체는 페루 음식이니 여기에 없는 것이 당연하고 비슷한 살피콘 데 마리스코스(Salpicon de Mariscos)를 사서 먹었다. 그런데 식초 간이 좀 세다고 해서 내가 더 많이 먹게 되었다. 내 입맛에는 괜찮은데 아내 입맛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물어보니 아마 만든 지 시간이 지나서 식초가 해산물에 깊게 배어있어 맛이 강하다는 것이다. 일본인(중국인?)이 하는 매대에서 새우 덮밥을 추가로 주문해서 나눠 먹고 메르카도를 나섰다.



 메르카도가 있는 공원 이름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심어진 나무들이 대부분 오렌지 나무 들이다. 노란 오렌지들이 열려있고 바닥에 떨어져 있기도 하다. 햇빛도 좋아서 벤치에 앉아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바람도 선선하다.



 공원에서 숙소로 돌아와서 쉬었다. 집을 나선 지 7시간 만이다. 쉬었다가 오후 늦게 나와 가보지 않은 방향으로 구시가지 탐방을 하기로 한다. 피로감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을 나온다. 숙소에서 나와 10여분 걸어서 나오니 코르도바 시청 건물도 보이고 재건축 중인 로마사원 유적지도 있다. 먹음직스러운 엠파나다(empanada)를 파는 가게도 있어 치즈 엠파나다를 사 먹기도 한다.



 어느 골목길을 보니 쿠바 식 카페 간판이 눈에 확 띈다. 2001~ 02년 중에 공무로 쿠바를 여러 번 방문하여 활동한 적이 있다. 세어보니 일곱 차레이다. 애정을 가지고 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서 모히토(Mojito) 한 잔을 주문해서 마시고 나왔다. 박하향이 깊게 배인 칵테일이다. 시원하다.



 돌아오는 길에 코르도바의 마요르 광장을 만난다. 딱 보니 마요르 광장이다. 네모의 광장에 들어선 건물규모도 대단하고 넓다. 카페 종업원에게 마요르 광장이냐고 물어보니 플라자 데 라 코르레데라(Plaza de la Corredera)라고 한다. 그런데 명칭이 그렇다는 것이고 코르도바의 중심광장인 마요르 광장이다. 바로 위키에서 검색을 해보니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유일한 사각형의 마요르 광장으로 1683년에 건설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코르레데라는 마장의 뜻을 가지고 있다. 뜻밖에 숙소와 가까운 곳에서 코르도바 시청과 함께 마요르 광장을 만나게 되었다. 8시가 가까운 시간에 숙소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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