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뇌, 타인의 깨달음을 엿보기
그의 글들은 너무나 나의 비밀들에 근접해 있어서, 나는 이 모든 것을 털어놓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러한 접속의 작업, 그르니에의 비밀과 나의 비밀의 접점을 찾아 기록하는 일이 내게 대단한 것을 건네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원하는 것은 성리학자들이 사서삼경에 주석을 달듯『섬』의 문장들에 나의 기억들을 접합시켜 놓는 일이다. 나는『섬』이 보증하는 어떤 청춘의 공간, 존재의 고요한 진실, 영원하고도 고립된 순간에 나를 덧붙이고 싶을 따름이다.
<장 그르니에,『섬』─ 유령 같은 삶을 견디는 방법> 중.
그렇기에 우리 삶의 '단 하나의' 진실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삶을 다시 상상할 때마다, 어떤 측면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은 새롭게 태어난다… (중략) …이 책을 쓰며 열두 편의 문학작품과 마주하면서, 나는 열두 번 내 삶을 다시 썼다. 하나의 관점에 몰두하다 보면 금세 또 다른 관점의 진실에 대한 욕망을 느꼈다…
<잉게보르크 바흐만,『삼십세』─ 진실을 상상하는 언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