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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 너구리 Jul 21. 2020

교육전문직을 준비하는 그대에게

임용고시라는 그 어려운 관문을 뚫고 처음 교사로 발령 받아 교실의 아이들 앞에 섰을 때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기억하는가? 처음 담임하였던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그 아이들이 나를 울리고 웃기며 걱정시키고 잠 못들게 했던 날들을 기억하는가? 아이들의 부모님과 부모님이 나에게 보내셨던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기억하는가? 아이들이 칠판에 빼곡이 써 놓은 선생님 사랑해요. 스승의 날 축하해요. 라는 말들에 눈물이 나는가?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뭔가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지금 전문직을 준비하려고 마음 먹은 그대에게 나는 위의 질문들을 해 보고 싶다. 아니면 


그대는 아이들을 지겨워하고, 아이들이 쉬는 시간마다 와서 시끄럽게 하는 게 너무 싫은가?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게 부담스럽고, 아이들이 문제 일으키는게 골치 아프고, 동료 교사들의 안이한 태도와 자기 중심적인 모습에 신물이 나는가? 그렇지 않으면 나이 들면서 점점 아이들을 상대하는 게 어려워지고 아이들도 나이 든 교사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서는가? 나이 든 교사보다 나이 든 교감이나 교장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더 있어보인다고 생각하는가? 나보다 나이 어린 교감이나 교장이 부임하는 게 뭔지 모르게 껄끄러울 것 같은가?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아마도 그대가 찾아야 할 것이다. 그대의 내면 속에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이 어떻게 존재할지는 모르나 나는 적어도 그대가 아이들을 좋아하고, 수업을 즐거워하며, 동료 교사들도 사랑하고 이해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학교가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위해 무슨 일인가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그대가 전문직을 준비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그대가 전문직에 도전하고 합격한다면 우리 교육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그대가 전문직에 도전하기 전에 학교의 많은 업무들을 해 봤으면 하고 바란다. 그 업무는 담임 업무이기도 하고, 부장 업무이기도 하다. 담임도 여러 학년을 거쳐서 해 보며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업무도 한 가지 업무만 익숙해 졌다고 계속하지 말고 새로운 업무와 다른 사람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맡아서 해 보길 권한다. 업무를 해 보면 학교의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 지 알 수 있고, 연계성을 파악하는 능력도 길러지며 서로 다른 업무를 융합하는 창의력도 길러진다. 학교에서는 어쩌면 학생들에 대해 잘 알고, 학생들의 근심을 함께 고민하며, 학교에 산재되어 있는 여러가지 업무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는 일이  학교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될 수도 있음을 상기하라. 


그대여. 전문직에 도전하는 그대가 전문직 시험을 본다고 할 때 그대의 동료들이 그대가 학교를 떠나는 것을 아까워 할 정도로 학교에서 동료들과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라. 그대가 학교를 떠나는 일이 학교를 도와주는 일인 것마냥 그대의 동료들이 생각한다면 그대는 아직 전문직에 도전할 때가 아님을 깨달아라. 그대는 학교에 너무나 필요한 사람이어야 하고, 그 연장선 상에서 전문직에도 필요한 사람이기를 바라야 한다. 


전문직을 준비하는 그대여. 동료 교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보라. 부족한 부분이 많고, 이기적인 부분도 많고, 어쩔 땐 이해가 안 되는 행동으로 모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교사가 설사 그대의 주위에 있다 할지라도 그대는 그 교사까지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따뜻한 마음과 시선을 가졌으면 좋겠다. 어느 단체에나 어느 모임에나 어느 조직에나 돌봄과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 있음을 깨닫고 너무 격하게 미움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결국 그대가 전문직을 준비하는 것은 다만 전문직 시험을 합격하기 위함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조금 더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과정 혹은 인생의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여행 짐을 싸는 과정이라 생각하라. 교육 관련 책을 평소보다 더 읽고, 교육 관련 이슈에 대한 답을 찾아서 고민해보고, 토론하고 토의해보는 시간을 동료들과 함께 자주 갖길 바란다. 그러다보면 전문직이란 계절이 그대를 찾아올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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