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작가 Jan 05. 2022

열 달의 기록

엄마가 된다는 것

   결혼 5개월 만에 아기가 생겼다.  나이가 30 중반이라 생물학적으로 보면 아기를 갖기에는 사실 늦었다고도   있는 나이건만, 생각지 못한 일에 갑작스럽긴 했다. 얼떨떨하긴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임신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예고 없이 후드득 떨어진 소나기를 맞은 기분이랄까.


우리 아기 첫 초음파 사진


   약간 난감했던 기분은 병원에서 아기 심장 박동 소리를 듣고 놀랍고 경이로운 마음으로 바뀌었다. 내 안에 새 생명의 심장이 뛰고 있다니... 무려 0.34cm. 1센티도 안 되는, 너무 작은 크기에서 104 bpm의 심장 박동 소리가 났다. 남 축하하듯 "축하드립니다" 하며 장난쳤던 남편도 아기 심장 소리에 사뭇 진지해졌다.


   아기가 생겼다는 사실이 심장 박동 소리를 통해 좀 실감이 나자, 분명 나와 남편 단둘이 있던 공간도 보이진 않지만 이미 새 식구가 함께 자리한 기분이 들었다. 아기는 아직 손톱 만한 크기로, 뇌도 청각도 발달하기 전이지만 남편은 퇴근하고 돌아오면 "우리 아가, 엄마랑 잘 있었니?" 또는 "오늘 우리 아가, 아빠 보고 싶진 않았어?" 하는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듣지도 못할 뿐더러 이제 뇌가 만들어진다고 얘기해줬지만, 벌써부터 남편은 아빠 캐릭터에 심취해있는 듯하다.



"엄마가 된다는 것"


   그렇게 아기가 우리 부부에게 선물처럼 찾아왔지만, 나는 아직 '엄마'로서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준비된 엄마가 어디 있겠냐만, 들쑥날쑥한 호르몬 영향 때문인지 그런 기분은 지속되었다.


   '엄마'라는 단어 자체가 나에겐 익숙하지 않고 어색한 단어다. "엄마" 부르는 것만으로 친근하고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만국 공통의 단어 이건만, 나에게 '엄마' 아프다 가버린 사람과 엄마라고 하기엔 나에게 애정이 없었던 사람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미 나에게 '엄마' 단어엔 슬픔과 아픔이 얼룩져 있다.


  그런 내가 엄마가 된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스스로  밖으로 내기 불편했던 단어를 앞으로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수천만   이상으로 평생 듣게  것이었다. 내가 받지 못한 사랑을 아이에게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준비되지 않은 엄마가   같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에게 미안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