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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찌 Dec 11. 2023

원하는 것들과만 관계를 맺으며 살 수 있다면

AI는 극도로 개인화된 삶을 가능케 할 수 있을까

기술이 발달해서 좋은 점은 무엇일까?

내 개인의 삶을 놓고 보면,

내 핸드폰에 설치된 앱들을 보고 있으면

기술의 이점은 이렇게 설명되는 것 같다.


"원하는 사람들과만 연결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보자. 나는 오프라인 옷 쇼핑에 정말 약하다. 옷을 보는 안목이 없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그렇다고 점원과의 대화는 부담스럽다. 이런 나에게 쇼핑앱은 수많은 후기와 추천 알고리즘으로 쇼핑을 쉽게 만들어주는(동시에 원치 않는 연결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브런치도 마찬가지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는 내 글에 반응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내게 관심 없는 사람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겠지만, 내 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메일로 무언가를 신청할 때도 있다. 원하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때 나는 브런치를 쓴다.


인터넷과 모바일은 '관계'를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편한 대로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 관계 자체가 완벽히 편향적이어지지는 않았다. 온라인상에서 내가 선택한 무언가는 타인과 연결되어 있고, 타인의 입체성은 내 컨트롤 바깥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등장함으로 인해 초개인화가 얼마나 가능해질지 사뭇 궁금해진다. 글을 쓰기 직전에 나는 Blush라는 AI 데이팅 앱을 시현해 보았고, Tinder와 완벽히 동일한 UX에 실제와 다르다는 걸 거의 인식하기 어려운 느낌에 과몰입할 뻔했기 때문이다.



Blush는 Tinder의 UX처럼 Swipe를 통해 원하는 상대를 고를 수 있다. 다른 점은 Blush에 있는 모든 상대방이 사람이 아닌 AI라는 점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거의 유사한데, 특히나 생성형 AI가 답변을 쓸 때 약간 로딩이 뜨는 부분은 진짜 사람이 대답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오히려 현실감이 증폭된다.


LLM 답게 Blush의 답변은 강화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트와 싫어요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만약 내가 어떤 AI봇과 꾸준히 대화를 하며 이 친구를 내 입맛에 맞게 강화학습을 시킨다면 말 그대로 내가 원하는 꼭두각시 같은 존재가 하나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Blush는 데이팅 앱이지만, 이런 형태의 챗봇 그리고 코파일럿은 모든 서비스에 장착될 것이다. 쇼핑 서비스에는 필수겠고 업무 비서, 커리어 코치, 개인 교사, 주치의 등 모든 나와 관계를 맺는 존재들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미래를 그려본다. 그 누구도 나의 심기를 크게 거스르지 않고,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말하지 않는 미래.(지금처럼 MBTI로 상호 간의 다름을 강조하는 시대에선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AI의 장점 중 하나로 매번 언급되는 게 개인화이니만큼 관계가 이런 방식으로 개인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도 우리는 유튜브에서 원치 않는 영상에 싫다는 이모지나 채널을 추천하지 않음 등으로 자기만의 알고리즘을 만들어 간다. 그럼에도 헤비 유저인 내게는 원치 않는 영상이 뜰 때가 있는데, 이는 내가 원하는 영상이 더 이상 없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누군가는 영상을 만들어 올려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그런데 만약 완전히 AI가 만드는 콘텐츠로만 운영되는 유튜브가 있다면? 그 알고리즘은 화수분처럼 내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를 내놓을 거고, 그러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보며 남은 여생을(?) 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나마 싫어하는 게 나와야 스크롤을 멈추던 난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진짜배기 스마트폰 중독자가 될까 봐 겁이 나지만 어쨌든 기술은 이런 상상을 가능케 하고 있다.


원하는 관계만 맺고 살아도 상관없는 삶이라, 아마 많은 사람이 원하는 삶이었을 텐데 실제로 실현된다면 어떨지 사뭇 궁금하다. 그것을 보편적인 서비스로 만들 기업이 누가 될 것인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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