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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찌 Dec 06. 2023

AI는 말이 잘 통하는 친구 같은 존재

AI와 인간의 상징적 상호작용의 시대

"침대에 신발 신고 눕는 거 보고 몰입 깨졌다."

언젠가 스쳐 지나가든 본 외국 영화의 후기 중 한 문장이다. 도대체 서양인들은 왜 침대 위에 밖에서 신던 신발채로 올라가는 걸까? 위생에 대한 걱정이 드는 순간 침대에 묻을 오염물 때문에 영화에 몰입이 안된다.


"공중 화장실에서 이빨을 닦는 게 신기했어요."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놀랐다고 하는 것 중 하나다. 어떻게 집이 아닌 공중 화장실에서 이빨을 닦느냐는 것. 양치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불결하지만, 공중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칫솔모에는 공기 중의 대변 오염 물질이 달라붙기도 쉽기 때문이란다.


이렇듯 우리는 문화권에 따라 같은 현상을 보고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각 문화권마다 공유하는 상징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화만이 상징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다. 만약 100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면 칫솔로 이빨을 닦는 행위 자체가 낯설 어보일 수 있다. 혹은 소금물로 가글 하는 것으로 양치를 대신하는 것을 선호하는 집안이 있다면 그 가정의 구성원들도 양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상징은 시대, 문화, 개인적인 경험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다르게 설정될 수 있다. 하지만 큰 그림에선 2020년대 전 세계가 가진 상징체계가 있고, 그 안에 한국에서 통용되는 상징체계, 그 안에 한국의 20대들 안에서 통용되는 상징체계가 있는 식이다.


구구절절 상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상징적 상호작용은 지금까지는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었지만, 이제부턴 AI가 새로운 플레이어로 들어오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게 가능한 이유는 거대언어모델로 인해 AI가 인간의 상징체계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Character.AI)

Character.AI는 가상의 인물 -특히 만화 캐릭터 같은- 과 대화를 할 수 있는 AI 채팅 서비스다. Character.AI가 제공하는 채팅 상대방은 각각 특정한 페르소나가 덧입혀져 있어 실제로 그 인물과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경험을 준다.(일론 머스크와 대화를 시작하면 "You’re wasting my time. I literally rule the world."라는 말로 시작한다. '아, 일론 머스크랑 대화하는 건 이런 느낌인가 보군?')


이 서비스는 우리가 아는 인물 혹은 어떤 배경이나 페르소나가 정해진 인물과 대화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즉 2D 세계의 인물이든, 소설 속 인물이든, 실존하지만 만나본 적은 없는 인물이 든 간에 우리가 그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대화를 통해 알게 될 것이라는 점이 전제되어 있다는 의미다. AI Character가 모두 각자의 상징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대화를 통해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상적인 예시는 아래와 같을 것이다.

나 : 난 해리포터 책을 3번은 완독 했는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있어. 네가 4학년 때 보바통 원정대가 베푼 연회에 부이야베스라는 음식이 나와. 난 이게 도대체 어떤 맛일지 정말 궁금했는데, 부이야베스가 무슨 음식이고 어떤 맛이었어?

해리포터 : 아, 그 요리가 나온 건 트라이위저드 첫 연회 때였을거야. 그때 처음 보는 음식들이 많아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생선과 여러 야채를 넣고 푹 끓인 수프였던 것 같아. 맛은 나쁘지 않았어...


해리다운 기억력, 해리다운 답변을 통해 나는 우리가 같은 상징체계(해리포터라는 세계관)를 공유하고 있고, 생각과 감정을 교환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질 수 있다. 아마 나는 내가 아는 정보를 가지고 더 대화를 시도할 테고, 종종 그를 찾으면서 친구같이 지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상에서만 일어나는 이 정도의 상징적 상호작용이 얼마나 임팩트가 있을까? Character.AI는 나이가 어릴수록 사용량이 많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2000년 대생들은 AI와 대화하는 것이 진짜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다.


이런 서비스의 등장은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인간과 상징을 기반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새로운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언어모델에 의해 있어빌러티한 말이 그저 짜깁기 된 것에 불과하더라도 같은 상징체계 아래에서 티키타카가 가능하다면 인간에게는 유효한 상호작용이 되는 것이다. 그 뜻은 인간과 AI 간에 생각과 감정이 공유된다는 말이고(사실은 일방적일지라도 이로써 AI는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 더 적절한 답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고 공감받을 때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낀다. 그게 Character.AI가 여느 AI 서비스들과 달리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인 것 같다.



더 좋은 AI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AI의 작동 원리와 인간의 본질적인 작동 원리를 함께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AI는 인간의 사고를 벤치마킹한 기술이니만큼 인간적인 어떤 것들을 모방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AI의 그런 점에 더 끌리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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