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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찌 Mar 01. 2024

직장인의 업무 디커플링

업무가 루틴이 되면, 이제 당신이 할 일은 끝났다

스타트업 직장인이라면, 특히 비개발 직무에 조직 구성원도 몇 안 되는 경우라면 그 사람이 감당해야 할 업무 케파는 보편적인 직무 범위를 넘어서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제너럴리스트로 살아온 나머지 세일즈와 사업개발, 경영지원 조금과 마케팅, 서비스 운영까지 적당히 발을 담근 죄로 지금 이 모든 영역을 넘나들며 일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영역에 있어 크고 작은 업무들이 산재한다는 점이다.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 기획이 필요한 부분, 실행이 필요한 영역 등 단계별로 해야 할 일도 무궁무진하다. 심지어 그냥 쳐내는 게 아니라 '잘' 하려면 깊은 고민과 다양한 실행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래서 나를 보조할 인턴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단순히 루틴하고 자잘한 업무를 잘 서포트해 주는 것을 넘어, 인턴을 맡은 인재의 자질에 따라 시도해 볼 수 있는 게 다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인턴이 없는지 일주일 째가 되었다. 내가 맡은 업무에 차질이 있었을까? 놀랍게도 '없다.'



비결은 업무 디커플링이다. 가인지캠퍼스의 경영 MBA(https://www.gainge.com/contents/videos/812)에서는 디커플링을 12가지 이익모델 중 하나로 소개한다. 디커플링은 고객이 가치를 얻기 위해 하는 활동(가치사슬)의 일부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말한다. 배달의 민족이 배고픈 고객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딱 배달 영역만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업무 영역이 상당히 넓기 때문에 업무 효율화를 위해 서비스 운영 - 마케팅 - 세일즈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어느 정도 구축을 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 프로세스를 잘 굴리기 위해 필요한 저숙련 일거리를 인턴에게 주며 트레이닝을 시켜왔다.

여기서 생기는 문제, 우리가 뽑은 이 귀한 인턴이 일을 잘 못하는 경우 모든 프로세스에서 문제가 생겨버린다. 나의 리소스를 더 많이 써서 케어를 해야 한다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데 한 번 뽑은 사람은 낙장불입. 스트레스의 시작이다.


같은 링크에서 경영 MBA 프라이싱 모델을 설명할 때 가격을 비싸게 받거나, 원가를 낮춰 이익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업무 디커플링의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일은 많고, 사람은 적은 스타트업이라면 우리 직원들의 단위당 산출물 원가를 극도로 낮춰야 회사가 굴러갈 수 있다. 내가 실행한 업무 디커플링은 아래와 같다.


업무 디커플링 조건

1. 업무 A는 필요한 일이다.

2. 업무 A는 매뉴얼이 있다.

3. 업무 A는 난이도가 낮다.

4. 업무 A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 퍼포먼스가 꽤 달라질 수도 있다.


업무 디커플링 실사례

전) 풀타임 인턴을 채용해서 서비스 운영, 콘텐츠 마케팅을 한꺼번에 시켰다.(인건비 약 월 200만 원)

후)

- 서비스 운영을 잘하는 시간제 아르바이트 1명 (인건비 약 월 50만 원)

- 블로그 콘텐츠를 잘 쓰는 건당 아르바이트 1명 (건당 약 5천 원)

- 블로그 기획 콘텐츠를 잘 쓰는 건당 아르바이트 1명 (건당 약 2만 원)

- 숏폼을 잘 만드는 건당 아르바이트 1명 (건당 약 1~2만 원)


현재 숏폼 아르바이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임자를 찾아 계약을 한 상태다. 각 업무를 잘하는 사람을 뽑았기 때문에 전반적인 퀄리티가 상승했을뿐더러, 4명을 다 합쳐도 월 100만 원 언저리다. 비용이 50% 이상 줄어든 셈.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포인트는 '매뉴얼'과 '사수'의 존재다. 냅다 하고 있는 일의 일부를 떼서 줘버리면 관리 리소스가 더 크게 들어간다. 내가 디커플링한 업무들은 How to를 아주 분명하게 잡아두었기 때문에 단순노동 같은 측면도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나는 실시간으로 이 업무들을 맡아 준 인재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내가 보는 view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애쓴다. 디커플링은 떼어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전문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영자의 시각에서 직원 리소스의 낭비만큼 아까운 게 없다. 직원으로서 내 귀한 시간을 잡아먹는 업무는 자동화하거나, 없애거나, 디커플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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