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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cobalt Jan 26. 2023

우리, 그림 보러 갈까?

가나아트센터 신소장품 전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맞은편 스패니쉬 라테가 맛있는 카페가 있다. 내가 커피를 천천히 마시는 것을 말없이 기다리다가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자 레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다. "엄마, 우리 그림 보러 갈까?"만 3세도 되지 않은 아이인데 가끔은 이 아이의 정신연령을 가늠할 수 없을 때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지난해 가나아트센터가 기증받거나 구입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눈에 확연히 들어오는 작품은 MZ세대 떠오르는 별, 김선우 작가의 <Paradise of Dodo>이다. 2019년 작품 판매가 540만 원에서 2021년 서울옥션 홍콩 세일에서는 1억 1500만 원에 낙찰됐다고 하니, 88년생 젊은 작가가 불러일으키는 신선한 영향력을 가늠할 만하다. 가나문화재단에서도 김선우 작가의 대작을 소장하게 된 것에 힘입어, 작가의 앞으로의 작품들도 기대된다.

김선우, Paradise of Dodo, 2022.

   낙원 같은 땅 모리셔스에서 스스로 날 수 있는 능력을 포기해 멸종되고 만 도도새. 17세기 포르투갈 사람들이 발견해 '바보'(dodo)라고 이름 붙이고, 잡고 때려죽여도 도망갈 수 없었던 새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역설적으로 이 그림에서는 자유롭고 행복하게 천혜의 땅을 유영하는 도도새를 보여준다. 이토록 귀여운 메멘토 모리라니. 수영하는 도도, 낚시하는 도도, 소풍을 즐기는 도도, 책을 읽는 도도. 숨은 그림 찾기처럼, 서로 다른 표정을 가진 도도새들을 찾으며 즐거워 한 아이는 집에 가려다가도 세 번이나 발길을 돌려 도도새를 보며 경이로운 표정을 지었다. 나도 아이처럼, 이렇게 낙원 같은 한 폭의 그림 속에 도도새처럼 폭 잠겨 생각한다. 애초에는 가졌으나, 편안한 일상에 젖어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이번 전시에서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작품은 권진규의 작품들이다. 특히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는 그 자체만으로 깊은 아우라를 전해준다.

권진규,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 , 1970.

불교에 심취했던 작가여서인지 그리스도의 도상이 독특하다. 갈비뼈가 드러나는 상체나, 가시면류관 대신 수레바퀴형상도 특정 종교 안의 그리스도가 아닌, 그 종교적 구분을 벗어난 세계를 지향하는 작가의 이상을 보여준다. 마치 날개처럼 펼쳐진 팔과 손은 인간이었던 예수의 인간으로서의 몸이 신의 세계로 회귀하는 형상이다.

    교회의 의뢰로 제작된 이 작품은 교회 관계자들에 의해 작가에게 반품되었고, 작가의 작업실로 돌아온 그리스도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작가의 곁을 지켰다. 육신 너머의 세계, 현세 너머의 세계를 지향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권진규미술관 건립의 불발과 함께, 대부업체 창고실에 있다가 소송을 통해 유족에게 반환되는 굴곡진 여정을 거쳐, 마침내 쉴만한 집을 찾은 예수 상이 마음 속 깊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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