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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cobalt Mar 31. 2023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가 예약 전쟁인 이유

전시리뷰

    리움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WE>는 죽음, 종교 등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쾌하고 직관적이다. 사실 현대 미술에서 도발적 질문을 던지고, 예술적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현대미술 문맥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자들을 작품에서 고립시키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작품을 '볼'뿐, 작품과 융화되기보다는 유리되는 경험을 하게 하고,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람객들을 좌절한 상태로 미술관에서 내쫓는 것이다.

   게다가 '도발', 즉 기존의 틀을 깨는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누구나 형식과 관성에 익숙해 있기 마련인데, 이를 흔드는 작품들이 심리적 불안함을 야기시키는 것은 매우 당연한 논리다. 이에 반해 무거운 질문을 가볍게 던지고, 관람객들이 직관적으로 전시에 스며들게 하는 카텔란의 작품들은 그의 대중적 인기를 수긍하게 만든다.


전시에 들어가면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노숙자와 비둘기다. 우리가 공원에서도 마주치기 꺼려하는 두 존재다. 아이들이나 비둘기에 가까이 가려고 하지, 왠지 모르게 더러운 존재로 여겨져 비둘기가 가까이 날아다니면 어떤 사람들은 비명 지르며 도망갈 정도로 혐오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미술관의 일반적 이미지인 권위와 청결함, 고급스러움과는 대비되는 박제된 비둘기는 이렇게 전시 공간을 누비며 장악하면서, 작가가 미술계에서 표방하는 가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비둘기와 노숙자 외에도, 미술관에 '침범'한 또 다른 존재, 바로 작가 자신이다. 미술관 바닥에서 뚫고 나온 작가의 모습을 형상화한 <무제>(2001)는, 미술 교육도 받지 않고 블루 컬러 일용직으로 전전하다 미술계에 침입한 작가 자신의 모습이다. 관람객들에게 "까꿍, 나 여기 있지"하며 익살맞은 인사를 건넨다.


<무제>(2001)

     실제로 리움 미술관의 바닥을 뚫고 제작되었다는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의 위트는 귀엽고 유쾌하다. 작가는 가까이 가기에는 너무 먼 위대한 창작자라기보다, 만날 때마다 익살스러운 인사를 건네는 옆집 사는 귀여운 아저씨 같다.

    이에 더해, 갤러리스트를 미술관 벽에 결박해 버리고, 경찰관도 거꾸로 세워 놓고, 교황도 운석 맞아 쓰러져버린 작품을 통해 권력, 권위의 관성에 짓눌려 버린 현대인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한다. 그리고 말하는 듯하다. "네가 벽에 묶어두고 싶은 사람 누구야? 거꾸로 세워 놓고 싶은 사람은? 까짓 거 해버려!"

    나아가 바티칸의 시스티나 대성당을 축소해 만든 <무제>는 작가가 미술계의 최고봉의 권위, 아우라마저 건들며, "미켈란젤로쯤이야, 나도 보여주지"라며 도전하고 있다.


바티칸 시스티나 대성당을 옮겨놓은 듯한 설치 작품, <무제>

1980년 등단한 이래 지속적으로 권위와 종교, 정치, 예술계 카르텔까지 비판해 온 작가의 짓궂은 작품들은 마우리치오의 유쾌한 도발에 관람자들을 참여하게 한다. 학벌 하나 없이 콧대 높은 미술계에서 거물이 된 작가의 이토록 통쾌한 전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예약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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