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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cobalt May 09. 2023

아내를 그린 화가, 앙드레 브라질리에

      최근 들어 본 두 전시는 화가의 그림에 아내가 등장한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작가의 전시였다. 한평생을 같이 산 여성만을 여성 모델로 그렸다는 공통점 외에도, 두 작가 모두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작가의 기억 혹은 작가의 내적 시선을 통해 아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독특한 점이 있기에 두 작가를 연이어 다뤄 보려고 한다.

     그 두 작가는 예술의 전당에서 최근 특별전을 가진 앙드레 브라질리에(1929~)와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에드워드 호퍼(1882-1967)다.

  먼저 앙드레 브라질리에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들은 단연코 그림 속 등장하는 그의 아내 샹탈이 등장하는 그림들이었다. 브라질리에는 아내가 잠을 자고, 식사를 준비하고, 수영을 하고, 음악을 감상하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하루하루가 사실은 기적이고 환호할 만한 순간임을 캔버스에 가득 담아 관람객들을 자신의 색채로, 행복으로 초대한다.

    별 것 아닌 일상의 사랑과 행복에 환호하는 90세를 넘긴 작가. 그 행복에 깊이를 담아내는 것이 아마 작가의 파란색이 아닐까 싶다. 작가가  "파란색은 마음과 꿈의 색"이라고 정의했듯이 짙고 푸른 색채는 꿈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기본적으로는 슬픔과 우울의 색이기도 하다. 전쟁의 참상을 겪고, 아들을 먼저 보낸 작가이기에 작가의 일상적 행복이 사실은 얼마나 큰 슬픔과 상실을 겪은 후의 소중한 일상인지를 묵묵히 말해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전시에서 작품 설명을 찍지 않는 만행을 저질렀다. 구글과 네이버 이미지를 뒤져봐도 작품 제목과 년도를 찾을 수가 없다.

  그 속에서 일상적인 모습의 아내는 신비로운 뮤즈로 재현된다. 평생 함께 인생을 살아낸 아내를 향한 사랑 가득한 그의 시선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아내샹탈의 모습은 그의 작품의 다른 소재들이 그러하듯이 현재 아내의 모습과, 그의 기억과 상상력이 중첩되어 부유한다.

  나와 한평생을 같이 한 사람을 끊임없이 매 순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그것은 바로 그 사람을 익숙하지 않게 보는 것이다. 매일 함께 먹고, 잠자리를 공유하며 열정이 사그라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처음 그 사람을 만났던 그때처럼 낯설게 바라본다면, 나아가 그 존재의 유한함을 매일 인식한다면 아마 가능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사랑과 일상적 행복은 어쩌면 삶과 존재의 유한함을 아는 사람만이 영유할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2018년 런던의 오페라 갤러리에서 주관한 브라질리에 회고전을 기념하며,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브라질리에를 “현대 시대정신에서 변칙적"이라 칭하고 있다.

전시 도록은 브라질리에의 색채에 매료되어 전시를 보고 나온 후에 사기에는 그 퀄리티가 너무 떨어져서 차마 살 수가 없었다. 작품 사진을 찍는 다면 꼭... 작품 캡션도 따로 찍자.

 이는 브라질이에가 현대적 스타일을 따르거나 허식없이  즉각적으로 순간의 이미지나 감정, 느낌을 표현하는 것을 두고 한 말 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브라질리에의 그림들은 오히려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삶의 낭만과 꿈, 감정에 더 깊숙이 침투한다.

    선과 형태는 모호하지만, 브라질리에는 즉각적으로 삶의 환영을 붙잡는다. 사랑, 삶의 행복이라는 찬란하게 증발하는 그 순간을 그림으로 영속시키려는 90세 노화가의 절박함, 간절함이 나에게도 절절히 전해져 왔다.

   

   참고: https://www.operagallery.com/artist/andre-brasi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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