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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cobalt Dec 08.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 오늘 한강은 사랑을 말했다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로이터


7일 오후(현지 시각)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한강 작가의 강연이 있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스웨덴 아카데미에서의 강연은 그 자체로 문학의 정수로 여겨진다. 이번 강연에서 작가는 자신의 유년시절부터 시작되어 온 집필 인생을 하나의 서사로 꿰어,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하나의 서사시로 이어 나갔다.


작가는 이 거대한 서사의 시작을 여덟 살, 광주에서 서울로 이사를 가기 위해 묶어둔 노트에서 찾는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금실이지”


가슴과 가슴을 연결하는 빛나는 실, 사랑. 

작가의 어떤 작품보다 밝고 따뜻한 여덟 살에 쓴 시를 전하며, 한강은 어린 시절의 사랑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자신의 문학인생 전반을 관통해 왔음을 말한다.  물만 마시며 기어이 인간이 저지른 모든 종류의 폭력을 거부하고 식물이 되고 싶은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채식주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기에, <채식주의자> ‘영혜’와는 다르게 주인공이 “죽음과 폭력으로부터 온 힘을 다해” 기어 나와, “생명으로 진실을 증거"하기 위해 분투하는  <바람이 분다, 가라>. 그리고 작가의 작품 중 어쩌면 가장 따뜻하고 감각적인 소설, <희랍어 시간>에서는 자신의 가장 연한 부분을 내어주고 온기를 나누는, 말을 잃어버린 여자와 시각을 잃어가는 남자의 서사를 다뤘다. 결국 폭력에서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사랑임을 시사한 것이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작가가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며 다시 질문한다.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 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작가는 이 두 작품을 통해 사랑한다면, 그럴 수 있다고 시사한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정심은 “고통을 품고 망각에 맞서는 사람, 작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녀를 통해 작가는 사랑의 한계가 무한함을, 시공간을 초월함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과거가 현재를, 죽은 자가 산자를 구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놀랍도록 정밀한 감각을 사용하기에, 한강의 소설은 특히나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감각들을, 전류들을, 어쩌면 빛을 다시 흐르게 만든다. 무뎌진 감각들이 꿈틀거리고, 솟구친다. 그리고 그러한 울림들은 실이 되어, 따뜻하고 밝은 금실이 되어, 우리를 더 연결시킬 것이다. 어쩌면 오늘 우리 게 필요한, 작가의 더없이 따스한 위로가 조용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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