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랑 작가 Feb 23. 2023

아픈 몸을 살다

자가면역질환이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질 못했다. 그때가 30대 초반이었다. 어떤 탄약을 지어 먹었는데 다 먹을 즈음에 갑자기 증세가 나타났다. 병원에 갔더니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60대 노인의 몸이라고 한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의사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지만 그때는 정말 혼자 스스로 일어나지도 눕지도 못했다. 언니가 아는 전문가를 소개받아 걷기 연습부터 조심스레 시작했다. 줄넘기로 허리를 묶고 원장이 뒤에서 줄을 당기면 러닝머신 위에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힘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발을 뗄 기운조차 없었다. 당시에는 병마와 싸워 이겨내겠다는 의지로 하루하루 기록도 했었는데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그렇게 꾸준히 재활치료가 아닌 운동으로 이겨내고 있었지만 관절 마디에 통증이 생겼다. 젊은 나이여서 그런지 호전이 빨랐고 다행히 정상적으로 걷게 되었다. 하지만 발목 복숭뼈 있는 곳이 갑자기 부어오른다거나 손목이 퉁퉁 부어오르는 증상은 잦았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붓고 손이 시렸다. 원인이 무엇인지 왜 이런 병이 왔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 주는 약 먹으며 꽤 오랫동안 아팠던 것 같다.   

   

손가락 마디가 붓고 손이 시려요


아픈 몸을 살게 되면서 모든 생활이 정상적이지 못했다. 어느 날 발목이 부어오르면 절뚝거리면서 출근을 했다. 당시에는 유치원 미술 전담 교사로 일했기 때문에 원장님에겐 발을 삐끗했다고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안 아픈 척 하려고 통증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똑바로 걷기 위해 발목에 힘을 주고 걸어야 했다. 퇴근하고 작업실을 가려고 버스를 타면 그제야 나도 모르는 한숨이 나오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손목이 부어오르는 날엔 압박 붕대를 칭칭 감고는 밤새 그림을 그려서 아픈 것처럼 행동을 했다. 아픔을 껴안고 산다는 건 정말 고통 그 자체였다. 통증이 있는데도 안 그런 척 하면서 살았으니 내 모습이 얼마나 한심스러웠을까. 바쁜 일상을 살아내야 하니까 고통은 익숙한 습관처럼 내 몸의 일부로 자리를 잡아갔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 영대병원에서 피검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언니가 내 건강이 염려되어 대학병원으로 데리고 갔던 기억이 난다. 피검사 결과가 의외였다. 조금씩 다 안 좋기는 한데 자가면역질환 초기이고 류마티스 관절염은 아니라는 거다. 약만 잘 먹으면 나을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얘기까지 들었다. 그럼 그동안 겪었던 증상들과 먹었던 약은 뭘까 싶었다.     

 

아프다가도 괜찮다가도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때 자가면역질환이 무슨 병인지 알아봤어야 했다. 잘 먹으면서 내 몸을 돌봤어야 했다. 그런데 늦은 나이 졸업을 하겠다고 손목에 붕대를 감고 그림을 그렸다. 있는 돈은 몽땅 학비로 다 내고 끼니 때울 돈이 없어서 라면 한 봉지 사서 그걸 반반 나눠 하루 두 끼를 먹었다. 그렇게도 버텨 지는 게 신기했지만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졸업하고 열심히 돈을 벌었다. 곧바로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벌어놓은 돈은 또 그림 그리는 재료로 쓰이고 전시 비용으로 한 번에 훅 빠져나갔다. 어떻게든 아껴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먹고 싶다거나 하고 싶다고 맘대로 할 수가 없었다. 개인전 준비하면서 밥 한 공기로 하루 두 끼를 나눠 먹었다. 아침 10시에 식당 가서 밥 한 공기를 사 오면 그걸 반반씩 나눠서 물에 말아 허기만 달랬다. 어릴 적부터 자주 굶었는데 어찌하여 성인이 되어서도 이렇게 궁핍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은 나에게 하지 않았다. 나에게 그림 그리는 일은 소명과도 같아서 나의 환경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열심히 벌어서 작업실을 얻었고 그림 그릴 수 있는 재료도 살 수 있었고 전시도 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려서 일 년에 한 번씩 개인전을 했다. 그렇게 아픈 몸으로 지금까지 참 잘 견뎌 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늦었지만 이제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친하게 지내 보려고 한다. 혹시 이러한 질병이 있다면 함께 극복해 나가는 건 어떨까?   

 


 


자가면역질환은 자기 장기조직이나 그 성분에 대한 항체가 생산되는 알레르기 질환 중 하나를 말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생긴다는 말도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원인을 알 수 없어서 완치가 불가능한 질병 중 하나다. 자가면역질환은 한마디로 자기가 자기 몸을 공격하는 병이다. 면역체계가 몸 바깥의 병원체가 아닌 우리 몸속 건강한 세포를 공격해서 생겨난다. 면역체계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몸속 모든 세포를 공격하기도 하고 특정 장기의 세포만 공격하기도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루푸스, 아토피 등을 비롯해 100여 가지 넘는 자가 면역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가면역질환은 스트레스와 호르몬 변화, 비만과 관련되어 있고, 기본 변화가 많은 환절기에 자주 나타난다. 오염된 공기에 장기간 노출된 경우에도 자가면역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오늘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면역에 대해 알아두면 좋을 거 같다. 



작가의 이전글 자연에서 얻은 진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