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익명 Nov 23. 2022

인생은 계획에 없던 일의 연속이다

1. 국제연애는 계획에 없었다. 

1. 국제 연애는 언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가? 

케이스 바이 케이스. 물론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상대방의 언어를 조금 더 열심히 배우게 되는건 맞다. 일상 회화 위주로 대화하다보니 구어 문장의 뉘앙스를 파악하는데는 꽤 도움이 된다. 다만 좀 제대로 된 영어 공부를 하려면 별도로 계속 공부를 해야한다.  


상대방의 대화 의지와 노오력 그리고 배려심도 좀 중요하다. 개중에는 내가 영어 원어민이 아닌걸 알면서도 슬랭과 약어를 섞어가며 말하는 놈도 있고, 영어권 화자가 아니기에 조금 쉬운 표현으로 바꿔 말해주거나 이해를 못했다 싶으면 해설을 달아주는 녀석도 있다. (덧붙여 후자가 현재 파트너다) 


2. 한국어를 가르치는 스킬이 늘어나는가?

미안하지만 no. 파트너의 신분이 파병 온 군인인 것도 있는 탓에 내가 가르쳐줄만한 것들 (문화라던가, 예절이라던가)은 이미 현지에서 다 배우고 넘어온 상태였다. 예를 들자면 밥에 젓가락을 꽂으면 안된다던가, 한국에서 포르노 제작은 불법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쓸모 있는 한국어를 가르쳐주자고 늘 생각하지만 언제나 별로 쓸모 없는 한국어만 가르쳐주고 있다. 이 점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3. 한국인과 하는 연애랑은 좀 다르지 않나?

어느 정도는 그렇다. 특히 주말마다 의무적으로 만나지 않는게 다른 점일까. 서로 직장이 있는 입장이고, 교통편이 좋지 않은 곳에 살다보니 주말에 어쩌다 시간이 맞으면 만나고 사정이 있으면 못 만나게 된다. 게다가 코로나까지. 상대도 나도 집단 전염병에 감염되었다간 직장에서 마른 걸레처럼 쥐여 짜일 직업이라서 서로 놀 때마다 아주 아주 조심하고 있다. 사정에 따라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다보니 거의 2주에 한 번 볼까 말까? 랜선 연애랑 다를게 뭐지 싶을 때도 많다. 장거리 연애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4. 불안정함 

상대가 외국인이라서 생기는 문제는, 그의 근무 기간과 사정에 따라 여기서 떠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귄 지 3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그의 근무 기간 연장 문제로 굉장히 싸해진 전적이 있다. 한국 근무 연장 신청은 최대 3회까지, 그것도 1년 단위 갱신. 게다가 3회차는 거의 높은 확률로 반려 당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머리를 쥐어 뜯은 게 바로 몇 달 전이다. 쟬 여기 붙잡아두려면 뭘 어떻게 해야하지? 란 생각으로 구글도 뒤적거리고 제도에 좀 빠삭한 사람들을 붙잡아 물어보기도 했다. 결국 파트너의 연장 신청은 잘 통과 되었고 그는 내년 겨울까지 여기 있을 예정이다. 아, 다음 연장 신청은 통과 안되지 않느냐고? 그건 내년에 생각하기로 했다. 당장 일어나지 않은 일에 고민하는건 시간 낭비 기력 낭비니까.


5. 연애도 결국 현실이다 

상대도 나도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제법 오래 한, 적당히 자리 잡은 직장인이다보니 서로 커리어를 포기할 생각이 별로 없다. 그렇다. 그는 언젠가 떠나야 할 입장이고, 정말 그를 포기 할 수 없다면 내가 직업을 집어 던져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너를 사랑하지만 돈벌이를 포기하면서 사랑할 수 있....나? 사랑은 달콤하지만 결국 현실이다. 함께 지내려면 내가 어디에 있든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던가 (그 말인 즉 현재까지 쌓아놓은 모든 커리어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애가 파탄나던가, 상대보고 일을 그만두라고 하고 내가 먹여 살리던가 (내 월급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대책을 마련하던가 해야 한다. 아직 그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내 영어가 짧기도 하고 당장 들춰보고 싶지 않은 문제라서 더 그렇다. 

미래의 내가 해결할거다. 그렇게 믿고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