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가 있음을 밝힙니다.
씨네큐브 광화문
2024.08.24. 09:40~11:40
이웃집 빗자루 소리와 이슬젖은 공기가 느껴지는 아침
이불을 개고, 양치를 하고, 식물이들에게 물을 흠뻑 주고,
옷을 입고 수건을 목에 걸치고, 자동 카메라, 열쇠, 동전을 챙겨 문을 나선다.
문을 나서자마자 멈춰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까지 그의 루틴은 항상 같다.
여기에 자판기에서 커피 한 캔을 들고, 출근길에 들을 카세트테이프까지 고르면 완벽하다.
주인공 히라야마(야쿠쇼 코지 분)는 도쿄 도심에 있는 화장실 청소 일을 한다.
아침 일을 마치고, 근처 신사 옆 공원에서 우유 500ml와 샌드위치 2조각.
그리고 햇살에 비추이는 나무를 올려다보며 찍어보는 한 장의 사진.
퇴근하면 곧장 동네 목욕탕으로 향해 깨끗이 씻고,
자전거를 타고 매일 가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문고판 책을 읽고 난 후 잠에 든다.
하루가 완벽하게 똑같다. 반복된다.
일주일 중 하루, 해가 뜬 이후에 잠에서 깨는 날이다.
달라진 점은 작업복, 수건 등 빨래감을 들고 바깥을 나서는 것. 그리고 시계.
빨래방에 빨래를 돌려 놓고는 일주일동안 찍은 필름을 맡기고,
그 전의 필름을 찾는다. 집에 돌아와서 그 사진들을 살펴보고 정리하는 것 또한 그 일상.
책을 다 읽은 날엔 서점에 들려 100엔짜리 문고판 책 한권씩 들고 온다.
주말 저녁 식사는 5~6년 전부터 단골이 된 이자카야에서 마무리한다.
그렇게 계속 똑같이. 누군가가 보기에는 지루해 보일지 모르는 일상.
그는 자신의 일에 누구보다 진심으로 열심히 임한다. 청소 도구를 직접 만들고 개량하기까지 하면서
그의 루틴을 깨뜨린 건, 동료였던 타카시의 카세트 테이프 팔자며 떼를 쓰던 때와 갑작스런 그의 퇴사로 혼자 밤늦게까지 두 사람 몫의 일을 해야 했을 때.
또 한번 그의 일상에 변화를 준건, 조카 니카가 왔을때. 조카는 삼촌의 일을 따라 다니며 홀로 보내오던 히라야마의 마음에 어떤 부분을 건드리게 된다. 그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조카와 주말까지 며칠을 보내고 나서 동생(니카의 엄마)이 와서 딸을 데리고 간다. 동생의 말, "화장실 청소 일하는거 진짜야?",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고, 포옹을 하고 그들을 떠나보낸다.
주말 단골집 이자카야에서 우연히 목격한 사장과 전남편의 모습, 강가에서 다시 만난 전남편이라는 사람은 자신이 암에 걸렸다며, "그림자가 겹치면 색이 더 진해질까요?" 아직 모르는게 너무 많은데 결국 아무것도 모르고 죽게 되었다며 탄식한다. 아이처럼 그림자 밟기 게임을 하던 두 사람. 쓸쓸한 마음이 짙어진다.
특히, 전 남편 아저씨가 했던 "결국 아무것도 모르고 떠나겠죠." 라는 말이 푹 박혀왔다. 우리는 다양한 세상에 살고 있다. 결코 모든 세상을 일생 중에 다 만나볼 수 없다. 그 경계를 넘어설 수도 없을지 모른다.
동생과 조카를 보내고, 강가에서 아저씨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난 다음날 아침,
변함없이 일어나 문을 나서며 하늘을 한번 바라본다.
달라진 것이라면, 주체할 수 없는 눈물.
완벽한 날이란 무엇일까. 완벽할 수 있는걸까. 완벽해야 할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