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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컴퍼니 Nov 28. 2019

02 레임덕은 장애 비하 표현 아닌가요?

일상에 배어드는 이 표현은 ‘괜찮은’ 것일까


 레임덕은 권력의 상실을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에 비유했다.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상황을 신체장애에 비유한 것으로 비슷한 우리말 표현으로는 ‘눈뜬 장님’, ‘벙어리 냉가슴’ 등을 들 수 있다. 장애가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이 표현들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유난스러운 것일까. 이 표현들은 정말 ‘괜찮은’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언론매체의 장애비하표현에 대한 의견표명 결정문(링크)을 통해 이러한 표현들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을 비하할 수 있는 지칭이나 속담 및 관용어가 사용되지 않도록 아래와 같이 의견을 표명한다.

 언론보도에서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강화할 수 있는 용어 사용이나 표현 문제는 장애인단체의 언론모니터링을 촉발할 만큼 빈번하게 발생되어 왔으나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사안이다. 

 속담과 관용구는 간결하면서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아낼 수 있어서 언론보도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데, (...) 그 의미가 주로 장애인이 처하게 되는 곤궁하고, 답답하며, 난처한 상황을 빗대어 상대방이나 그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조롱할 때 사용된다.

 속담이나 관용구에 인용되는 장애인은 본인의 의사나 행동과 무관하게 비유대상이 됨으로써 정서적 상처나 굴욕감을 가지며, 인격적 자존감이 훼손될 수 있다.
 장애인을 지칭하거나 장애관련 속담과 관용여구들은 특정 장애인을 ‘비하’하여 사회적 평판의 하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닐지라도, 과거로부터 답습해오던 부정적 용어와 표현행위로 불특정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하고,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인격과 가치에 대해 낮은 평가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불리한 집단을 대상으로 부정적 용어의 반복적 사용은 불리한 위치에 처해 있는 집단에게 억압과 멸시의 감정을 갖게 함으로써 장애인을 동등한 권리의 향유자로의 인식을 제약할 소지가 있다.
 장애 상태를 빗된 속담과 관용구가 가진 의미가 다분히 부정적이고 평가가 절하되고 있다는 비판적 여론이 장애인, 장애인단체 등을 통해 누차 제기되어 왔으며, 충분히 다른 용어를 통해 표현될 수 있도록 대체용어 등이 권장되어왔다.


 “장애인을 비하할 수 있는 지칭이나 속담 및 관용어”가 “불특정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할 수 있고, 비유 대상이 되는 장애인에게 “정서적 상처나 굴욕감”을 주어 그들의 자존감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결정문 말미에 헌법 등 “관련규정”을 드는 한편 인권보도준칙을 첨부해 개선이 필요한 장애 비하 용어와 “올바른 표현”을 제시하고 있었다. 


 레임덕 또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상황을 신체장애에 비유했다는 점에서 “장애인을 비하할 수 있는 지칭이나 속담 및 관용어”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언론 매체에서 주로 사용되는 표현이나 인권위의 결정문에서는 레임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의아한 것은 레임덕의 장애 비하 소지에 관한 문제 제기는 결정문뿐만 아니라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영문 자료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보아 영어권 사회도 형편이 다르지 않은 듯했는데 차별에 대한 담론이 한국보다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에서조차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주목할 만했다.


 레임덕은 영국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주식 시장에서 사용되던 것이 미국으로 넘어와 정치적 의미를 띠게 되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영어로 비롯된 이 관용구는 한국에 정치 용어로 전래하여 외래어로서 자리를 잡는다. ‘lame(레임)’과 ‘duck(덕)’ 사이의 빈칸이 지워지고 소리 나는 대로 ‘레임덕’이라 표기되면 원어 표현은 희미해지고 그 어원은 짐작하기 어려워진다. 모든 외래어가 그렇듯 원어의 소리만 옮겨지고 의미는 옮겨지지 못했다. 국내에서 레임덕의 장애 비하 소지가 언급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외래어의 한계와 레임덕을 ‘권력 누수 현상’이라고만 소개하는 다수의 언론 보도 때문일지도 모른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은 레임덕





브런치에 연재되는 <레임덕은 장애 비하 표현 아닌가요?>는 페이퍼컴퍼니가 발행하는 더킷(duckit) 2호에서 발췌했습니다. 서점에서 판매 중인 더킷(duckit) 2호(링크)에서 전문을 먼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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