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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니 Nov 07. 2022

19년째 태교 중입니다만...

3. 19년째 태교 중입니다만...

19년째 태교 중입니다만...               

아직 만나지 않은 누군가를 사랑하기는 어렵다는 거 잘 알아요(출처: 영화 '버드박스')

뱃속 열 달이 출생 후 10년의 가르침보다 더 중요하다(출처: 태교신기)     


"나중에 내 아이도 내가 엄마를 좋아하는 것처럼 나를 좋아하면 좋겠다"

어느 날 고등학생 아들이 문득 한 말이다사랑 표현을 자주하는 아이지만 이런 표현은 처음이라 기분이 좋으면서도 뭉클했다동시에 우리는 어떤 모자 관계보다 정서적으로 깊은 교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둘째 아이도 이런 표현으로 나에게 종종 감동을 주곤한다둘째가 중도덕 시간에 쓴 퀴즈의 답변이다.                    


2. 자신의 일상생활 속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명사로 작성) 엄마

3. 2번에서 적은 것이 일상생활의 즐거움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엄마가 너무 좋고, 함께하는 순간들이 나에게 큰 즐거움이다.


아이들이 나에게 누구보다 가까운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 다행이다.

나와 아이들을 가깝게 만들어준 그간의 경험을 다른 말로 비유해보면, ‘태교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  태교는 한자로 쓰면 胎敎가 되어 태아(뱃 속의 아이)를 위한 교육이라 할 수 있다. 태아의 심리적, 신체적, 정신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노력들이다.     

태교는 10개월 간의 임신 기간 동안에만 쓰는 한정적 용어이다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태교를 중시하고 태아 상태도 생명으로 인정하여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된다그런 태교를 나는 10개월도 모자라서 19년 동안 하고 있다고 말하는 셈이다.


나는 보이지도 않는 첫 아이의 실체를 초음파 사진을 통해 확인했다임신 초기에는 아무 반응이 없기 때문에 뱃 속의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쑥스럽기도 했다뭔가 나만 보는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배가 부르고 태동이 시작되고 아이의 존재가 느껴지면서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수시로 나의 마음 상태를 아이에게 말로 표현하는게 익숙해졌고홀로 산책을 가더라도 심심하지 않았다만나는 풀과 꽃한테 아이에게 말을 걸게하고만나는 풍경에 대해서도 나란히 아이와 손잡고 걷는 것처럼 뱃속 아이에게 들리도록 제법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요즘도 가끔 농담삼아 아이들에게 그때 엄마랑 산책하며 나눈 이야기 기억나지?’ 묻곤 한다.


처음에는 육아책에서 추천하는 책 읽기음악 듣기마사지를 했는데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지금 감정오늘 있었던 일 등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대부분이 되었다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나는 태:(가르치다익히다)’ 보다는 태:(오고가다사귀다)’에 집중한것 같다뱃속에서부터하는 교감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태교다.     

보통의 부모도 아이가 태어나고 한동안은 온 몸으로 아이와의 교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그러나 아이가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고 학교라는 세상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아이와의 교감보다는 다른 데 주력하는 듯 하다예를 들면어학이나 악기운동 등 아이가 이 세상 사는 데 필요할 것 같은 능력을 주입하는 데 말이다청소년 시기가 되면 분야는 좁아지고 정도는 더해져서 학업과 좋은 입시 성적을 위한 지원에 주력한다교감보다는 입시 정보와 아이의 성과를 체크하는 데 힘쓴다.


나처럼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은 아이와 보내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그래서 자녀와 보내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그 시간의 우선순위를 아이의 성과에 둘 수 있다나 역시 그 경계를 경험하며 흔들려왔다흔들리면서도 나를 의심하고 경계하며임신기뿐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태교 시기의 교감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군분투들 중 몇 가지, ‘집에 오면 수다떨기수시로 안아주기는 일상이 되고 있다.

교감을 잘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애쓰기는 했던 것 같다큰 아이가 태아 상태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총 19년 동안 내 교감의 노력이 그때와 다르지 않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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