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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요우 Jan 10. 2022

버거운 월요일은 안녕

쏟아내기

  밖으로 나서기 싫은, 아니 더 정확하게는 회사가 있는 방향으로 지하철을 타고 나아가는 것조차 끔할 정도로 버거운 월요일들이 있었다.  짧은 찰나의 주말을 편히 쉰 것에 대한 자책감마저 들게하는 회의 가득찬 요일. 마치 주말이 없이 회사 생각만으로 가득한 매일을 보내는 것 같은 상사들과 섞여들어 자괴감을 느끼던 날들. 업무 개선과 매출 성과를 향한 방안을 강구하는 한 주의 시작. 

  과거지향적인 내가 어쩌다 매순간 미래를 예측하고 트렌드를 앞서나가야하는 압감 가득한 이 업종에 몸담게 되었을까. 회의적인  생에 빠져있기 좋은 날이기도 했다.

   SNS상으로 생기발랄한 주말을 보내고 온 듯 보였던 이들이 하나같이 그늘이 드리워진 모습으로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얼굴에 빗금이 쳐진 채 어깨가 축 늘어진 형상으로 손에는 미약한 정신을 일깨워줄 필수재인 아메리카노를 들고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월요일은 활기찬 한 주의 작이 아닌 지속되는 삶의 무게를 다시금 느끼는 비애감으로 다가왔으리라.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위안을 느끼기 좋은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매주 마주하기 싫던 월요일을 중첩시키며 십 몇 을 버텨갔다.

남들이 보면 쪼잔하다 싶을 정도로 아주 사소한 것까지 신경써야하고 티끌같은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엄격한 업종에 말이다.

  극세사 예민녀처럼 청바지 뒷포켓의 이미테이션 스티치라든지  피코트 기법의 수나 스칼럽 문양, 러플과 프릴, 셔링 등에 주의를 기울였다. 남들은 의식하지 못할 색상의 미묘한 이색을 바로 는다며 비티 박스 안에 들어가 조도와 명도에 맞춰 비티(비커 테스트)를 몇 번이고 깐깐하게 다. 모델 브랜드를 찾아  근원을 캐고 정체성을 살려 브랜드에 접목할 수 있는 특화 요소를 연구했다. 금속장신구나 인조가에서 중금속이나 여타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는지 시험성적서를 들여다보았다. 옷의 사이즈별 단추나 스냅 등의 부자재 크기,위치, 도금 칼라에 민감하게 굴었다. 옷의 좌우 찐빠가 없는지, 단 10mm의 오차에도 허용치를 두지 않겠다는 모순과 트집에 가까운 억지를 부렸다. 사람의 인체는 정확히 대칭이 될 수 없고 불균형을 이루는데 , 하물며 나조차 척추측만에 틀어진 골반의 소유자이면서 컨펌하는 옷들의 완전 무결함을 바랐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명목하에. 

  회사의 방침과 매뉴얼에 나만의 열정과 철학을 녹여내어 고객과의 접점을 찾는 일에 상당히 열심이었다.

  

  지나고보니 매주 월요일이 괴로웠던 것은 책임감과 의무과하게 앞서나갔기 때문이었다. 탁월하지 못하면서 열심히만 하면 될 거라는 만용을 부렸기 때문이다.

그런 굴레 따위 내던지고 농땡이치고 싶어 발버둥치고 싶지만 그럴 용기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황소개구리처럼 최상단에 위치한 포식자, 시장점유율이 큰 기업에서 나노 분자밖에 안되는 나의 입지에 대한 자괴감의 발로이기도 했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월요일이 몹시 기다려지는 가정주부가 되었다. 사람의 앞날은 알 수 없고 마음은 간사한 것이다. 이제 다가오는 주말이 몹시도 버거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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