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도 뚜렷한 기억들
영화관에 갈 때면, 과거의 내가 뜨겁던 도전의식 가득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주말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동네 특성상 조금 늦은 시간대를 예매하면 사람들이 거의 없다. 당시에도 140석 관에 10석 정도 채운 것 같다.
영화관에서 취식이 드디어 가능해지니, 온전히 영화관 감성을 채울 수 있었다. 맨 뒷자리에서, 아주 여유롭게 팝콘에 음료를 만끽하면서 관람하는 것은 해본 사람만 아는 재미이다.
사실 영화 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영화관을 갈 때면 항상 떠오르는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혼자 무언가를 하는 일을 극히 싫어한다. 학생 때에는 혼자 밥 먹는 것도 싫어서 밥 메이트가 없는 날이면 끼니를 거르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혼자 영화를 본다는 일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었고 극히 싫은 일이었다. 이런 심리적 장벽을 허물게 된 시기가 있었는데, 군대에 있을 때이다.
개인 숙소 생활을 하다 보니 혼자 있을 때가 많았고, 낯선 파주에서 혼자 노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동기들과는 늘 내가 당직이거나, 동기가 당직이거나 였기에 아이러니하게도 같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터득하게 된 혼자 노는 법이 1. 맛집, 카페 구경 2. 영화보기였다.
당시 18년도 즈음에 개봉한 영화는 영화관에서 거짓 다 봤다고 할 만큼 주말마다 영화를 보러 갔다.
그렇게 영화에 푹 빠지게 되었고, 전역을 준비하던 해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해봐야겠다.
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19년 1월 파주 어느 카페에서 동기 1명과 후배 1명을 두고서 “나, 전역하고 영화 관련 일을 할 거다”라고 선언적 발언을 했을 때 둘의 반응은 똑같이 그랬다.
“저 선배, 이놈 얼마나 가려나 ㅋ 또 저러다 말 거야~”
당시 나의 선언적 발언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는 방증이었고, 당시 느꼈던 가슴속 어딘가 뜨거움이 잊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선언을 지키고 싶었다.
이후 사회에 나와 여느 취준생처럼 현생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마음 한편에 남은 불꽃은 쉽게 꺼지지 않았나 보다.
그렇게 19년 12월쯤, 실제로 관련 일을 하고 싶어서 많은 공부도 했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 알아보고, 도전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내가 19년도 12월쯤, 당시 눈빛이 가장 초롱초롱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당시 시간들에 대한 블로그 기록은 내 블로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시글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하고 싶지만 어찌하지 못하여 방황하다가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뭐, 결과적으로 이후 여러 일들로 다른 길에 닿았고,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듯 하지만 당시 기억은 나에게 꽤나 크고, 임팩트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돌아보면 그때 내가 좋다고 쫓았던 것들과 지금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다. 꼭 도달하지 못하여도, 또 다른 방법으로 옆에 있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취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가끔 영화관에 갈 때면 꼭 떠오르는 강렬한 그때 기억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20대 후반 도전과 열정, 뭐 그런 거 말이다.
영화관을 갈 때면, 과거의 내가 갖던 열정을 떠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