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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끼 Jul 13. 2022

초심을 잃은 사람의 편지

안녕하세요. 정말 - 너무 덥습니다. 가끔은 냉장고 속에 있는 계란이 되고 싶어요. 바깥 세상에는 나오고 싶지가 않습니다.

예전에는 더위가 싫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울 때 운동을 하면 땀도 많이 나고, 개운해서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초딩때 그랬던 것 같네요. 그땐 마냥 햇빛이 좋았더랬죠.

지금은 전혀 다릅니다. 차라리 겨울이 낫습니다. 여름은 너무 끈적거리고 덥고 숨막히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바가지로 나고.. 옛날의 저와 지금의 저는 많이 다른 사람입니다.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여러분 mbti 무엇인가요. 저는 20살에 대학에 들어가서 mbti 검사를 처음 해봤습니다. 당시에 검사 했을 때는 enfp 나왔죠.  뒤로 제가 뭐가 나왔는지 잊어버려 다시  때마다 enfp 나왔습니다. 그때 저는 정말 활발한 사람이었나봅니다.


지금은 infp 나옵니다.  번을 다시 해봐도 결과는 똑같습니다. 1,000번을 하면 아마 1000번의 infp 나오겠죠.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내향적인 사람으로 바뀌었나 봅니다.

초딩때와 20살 때를 생각하며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과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이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엄마, 아빠, 그리도 동생이 있다는 사실 제외하고는 사실 거의 다 바뀐 것 같습니다. 바뀌지 않은 것은 아마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겠죠.

사람들은 초심을 잃으면 싸가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유명인들에 한해서 하는 말이지만. 옛날에는 저도 초심을 잃는 것이 무슨 죄인 것처럼 느껴지고는 했습니다. 근데 요즘 저는 초심을 잃는다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처럼,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 다른 사람인걸요.

나는 누가 나라고 정해주는 걸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누군가 밖에서 저를 조종하다가 버튼을 잘못 눌러서 이거 저거 바뀌는 사항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아닌가요? 아니시라고요? 그럼 저도 사실 할 말은 없습니다.

정말 너무 덥습니다. 저는 지금 더위를 싫어하는 버전이기 때문에 여름이 너무 싫어요. 언젠간 여름을 좋아하는 버전으로 개조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여름이 이미 온 것을 어쩌겠습니까. 아이슬란드로 훌쩍 떠날 수도 없고. 여름을 쫓아 낼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면서 에어컨 바람을 잘 찾아 다니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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