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컴플렉스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요.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해가 비치는 날이면 찜통 속의 만두가 된 듯 땀이 흐르니 이제 여름이긴한가 봅니다. 전 여름이 싫어요. 땀이 많거든요. 날씨는 개같지만 잘 지내고 계신지요?
오늘 면접을 볼 일이 있어서 대치동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한강 이남을 다녀오니 감회가 새롭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면접은 조졌습니다. 덕분에 오늘은 하루종일 마음이 무겁습니다.
제가 한강을 한참 오르내렸던 시기는 재수를 할 때였습니다. 수능코인을 타서 내신을 관리 안 했던 저는 수능을 시원하게 말아먹고 재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교대역에 있는 재수학원에 다녔습니다. 당시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의 영향이 컸죠. 지금 생각해보면 괜히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재수를 하며 배운게 있으니 그냥 그땐 그랬지 하며 살고 있습니다.
3호선 금호역을 지나면 지하철이 지상으로 올라와 한강을 건넙니다. 그때면 노래를 들으면서도 언제나 제 신발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분탓일수도 있지만 항상 다른 사람들의 신발은 깨끗했는데, 제 신발은 꼬질꼬질 더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지요. 돈 많은 사람들이 사는 동네니, 괜히 자격지심이 생겼던것 같습니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사람들은 일본을 증오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이 과학적으로, 문화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는 부분도 많았죠.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느껴지는 이 복잡한 감정을 사람들은 현해탄 컴플렉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밉지만 부러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저는 한강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자들은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고 돈이 전부인 줄 알고 있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저는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아야지,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먹고살 걱정은 안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한강 이남을 동경하는 것인지도요.
물론 모든 부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저는 모든 부자들이 부럽고 샘이납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그런데 면접을 조져버린 탓에 하루종일 마음이 불편했나봅니다.
블로그가 뭔가 제 대나무숲이 된 것 같군요. 날이 더운데 닭이라도 뜯으면서 몸 건강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더울 땐 에어컨 바람이 최고입니다. 그럼 다음주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