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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손과장 Nov 23. 2020

휴직자의 '직장인 신용대출' 상담기

직장인은 맞습니다만...

얼마전, 신용대출이 곧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급하게 은행으로 달려갔다. 


- 저...신용대출 상담 좀 받으려구요.

- 네, 재직하신지 1년은 넘으셨죠?

- 네, ****회사 다니고 있...아니 소속이에요.

- 아, 그럼 혹시 지금 회사 나가고 계세요?

- 아니요...

- 그쵸? 뉴스에서 많이 봤어요. 그래도 일주일에 며칠 씩은 나가시는 거죠?

- 아니요. 제가 하필 교육 부서라, 지금 교육이 다 중단되어서 아예 출근 못한지 6개월 넘었어요.


사실 직장 생활 10년차지만 나는 그동안 전세자금 대출 외에는 대출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고, 그 흔한 마이너스 통장 한 번 만든 적이 없었다. 마이너스가 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기도 했고, 마이너스를 써야 될 정도의 지출이면 아예 소비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도 신용대출이 막힐 수도 있다는 뉴스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행에 상담을 받으러 가긴 했지만, 당장 대출 받아서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도 왠지 은행에 가서 나의 신원(?)이 드러난다 생각하니 왠지 긴장됐다. 


상담 중에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담당자의 눈길이 왠지 불안하다. 소득 조회에 자꾸 오류가 생긴다고 한다. 그때부터 더 자세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작년 6월에 건설계열사 소속에서 항공계열사 소속으로 변경된 것이 문제라고 한다. 인재개발원 자체는 그룹(홀딩스) 소속이지만 직원들은 그룹 계열사 중 한 군데에 적을 둬야 해서 그동안 몇 번이나 소속이 바뀌었는데, 결국은 이런 데서 불편한 일이 발생할 줄은 몰랐다. 혹시나 회사에서 대출을 못하게 막은 것은 아닐까 불안했는데 다행히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 


- 근데 교육 담당은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그 회사에 교육 담당으로 들어가기 어려웠을텐데 대단하세요! 입사할 때 되게 조금 뽑지 않았어요?

- 그러게요, 안그래도 1명 뽑는 자리에 들어간 거긴 해요.

- 그러니까요~~~대단하세요! 저도 그 회사 들어가고 싶었는데 너무 어렵겠더라구요. 공부 진짜 잘하셨을 것 같아요. 혹시 무슨 대학 나오셨어요?

- OO대요...

-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공부도 잘하시고, 좋은 회사 들어가셔서 너무 좋으시겠어요~회사 복지도 정말 좋죠? 너무 부러워요. 아무 걱정 없으실 것 같아요~

- 아니에요, 저 걱정 되게 많아요. 지금 이렇게 쉬고 있는 걸요(멋쩍은 웃음). 오히려 저는 은행 다니시는 분이 훨씬 부러운 걸요. 


다른 데도 아니고 은행에서 대출 담당자에게 갑자기 부러움 세례를 받고 나니 순간 쑥스럽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이 회사에 입사한 것이, 하필 교육 업무를 담당한 것이 대체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나를 자책해왔는데, 대출 담당자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내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우리 회사는 꽤 괜찮았고 실제로 혜택도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내가 다니는 회사를 부러워하지 않을 거라고, 나는 왜 만날 다른 회사를 부러워하면서 일해야 하나 불평했었는데 그래도 누군가는 우리 회사를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는 한 명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그래도 내가 영 잘못 산 건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론적으로 신용대출을 받기까지는 소득 증명원 서류를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고 한다. 사원 시절보다 적은 월급이긴 하지만 그래도 휴직한 6개월 간에도 소득이 있었다고 하니 신용대출을 뚫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본사 신용대출 부서에 문의한 후에 다시 연락을 준다고 한다. 하필이면 이럴 때 신용대출도 어려워지는 건가 속으로 투덜댔지만, 그래도 내가 회사에 적을 두고 있다는 건 확실하게 느끼고 올 수 있는 경험이었다. 직장인 밴드에 들어가기 어려운 이유가 직장인이 되기 힘들어서라는 농담을 하곤 했었는데, 그래도 직장인 신용대출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게 어딘가. 가능하면 신용대출도 하루빨리 승인받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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