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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손과장 Nov 30. 2020

코로나 시대, 소프트뱅크 직원들은 이렇게 일한다

소프트뱅크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시대의 일하는 방식

*본 글은 2020 가을 일본 HR 컨퍼런스 중 <업무 가시화와 효율화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발표를 듣고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생산성에 대한 문제제기

일본은 한국과 함께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대표적인 나라다. 일본은 장시간 노동과 잔업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문화 속에서, 생산해내는 가치(분자)가 아무리 많아도 투입 시간(분모)이 길다 보니 생산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노동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장기적으로 점점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일본 경제가 가진 큰 숙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90년대에만 해도 제조업에서만큼은 일본이 생산성 1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14위로 밀려난 것이다. 호세이 대학 이시야마 교수는 장기고용을 전제로 경기불황 시기에 직원들에게 과도한 노동을 요구하여 위기를 극복한 것이 문제라고 분석하고 있었다. 사업이 잘 되어 일이 많을 때는 직원들에게 일을 많이 시키고, 그렇지 않을 때는 직원들이 다같이 쉬는 사태가 발생했던 것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지나치게 질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면 그나마 문제가 덜하지만, 일본 기업의 문제는 사내 고객, 즉 상사에 대한 서비스에 지나치게 신경쓰는 것이었다. 한 페이지로 보고해도 끝날 내용을 몇 백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로 만들어 보고하는 등 불필요한 업무로 인한 시간 소모가 너무 많았다.


코로나 시대, 언제 어디서든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고 그렇게 일해야만 하는 Worcation(Work+Vacation)이라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일하는 방식의 개혁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일본 기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였다. 이시야마 교수는 기업들이 비전을 명확히 하고, 업무 간소화와 함께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이 과제를 풀어나갈 것을 제안했다.


패널 세션에 함께했던 소프트 뱅크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소프트뱅크 직원들은 이렇게 일한다"

발표자: 겐다 야스유키(소프트뱅크 인사총무총괄 인사본부장)


소프트뱅크의 사업과 인사전략

소프트뱅크는 사업 영역을 바꿔가면서 성장해온 기업이다. 통신 사업으로 시작해 야후 재팬을 비롯한 인터넷 사업과 모바일 사업을 넘어 이제는 AI와 각종 소프트웨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업 영역이 확장 혹은 전환될 때마다 인재의 절반 정도는 신규사업으로 전환해서 일을 해야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력 보충과 순환을 위해 소프트뱅크는 잡 포스팅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새로운 영역으로 옮겨서 일을 하고 싶은 직원들에게는 자유롭게 지원을 받고, 부서를 옮겨 일을 할 수 있게 지원했다. 물론 일정 수준의 역량이 갖추어진 것을 전제로 하지만, 가능성만 있다면 누구든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다른 회사들이 하는 것처럼, 기존 인력들의 부문별 로테이션도 정기적으로 시행했다. 부문별로 스페셜리스트로서 역할을 하는 구성원들은 꼭 필요한 만큼만 소수 인원으로 남겨 두고, 나머지 인원들은 원하든 원치않든 로테이션을 통해 다양한 업무 분야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인사 원칙이었다. 그리고 신규 사업을 위해 새로운 전문가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외부에서 전문 인력을 영입하여 활용했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경력직 사원들을 대거 채용했다고 한다. 기존에도 부문별로 이동이 자유롭고 새로운 인원들과 어울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 속에서 일하다 보니, 외부에서 들어온 인력들과도 큰 문제 없이 업무를 해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소프트뱅크 유니버시티

디즈니 유니버시티를 필두로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사내대학을 활용한 직원들의 학습 기회를 장려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역시 소프트뱅크 유니버시티를 활용해 직원들의 학습과 인사 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특히 AI 분양와 IoT 기술에 관련된 과목들이 많이 개설되어 있고, 일정 학점 이상 관련 분야 학점을 취득하면 인사이동을 지원하고 실제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한다. 단순히 학습으로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실제 인사 이동과 연결된 학습 지원이라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학점을 취득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프트뱅크의 일하는 방식 개혁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업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소프트뱅크는 인력 배치 외에도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를 주고 있었다. 법적으로 해야 하는 기본적인 개혁을 가장 먼저 시작했는데, 이는 업무 시간과 관련된 기준을 만들어 지키는 것으로 가장 소극적인 대응 중 하나였다. 이 외에도 효율적인 시간 창출, 이노베이티브&크리에이티브라는 키워드로 일하는 방식도 바꾸고, 생산성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IT로 즐겁게 일하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IT로 즐겁게 일하기'라는 제도가 소개되었다. 월 1만엔(약 10만원)의 지원금을 주고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 지원금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써도 좋고, 사내외 네트워킹에 써도 된다.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라고 해서 한국 기업으로 치면 패밀리데이 같은 제도(금요일에 일찍 퇴근하는 제도)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날 발표한 다른 발표자들이 "아직도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하는 회사가 있군요!" 하면서 놀라는 걸 보니 다른 회사들은 이제 거의 시행하지 않는 제도같았다. 소프트뱅크에서는 이런 다양한 제도들이 그저 제도로 남아있게 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장려하고 있었다.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그러하듯 2018년부터는 부업 금지 규정도 해제했다. 회사의 인재들이 회사 안에만 머물게하는 것이 아니라, 사외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스킬업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이 소프트뱅크가 원하는 바였다. 실제로 이날 발표를 했던 겐다 인사본부장은 사내벤쳐를 관리하는 대표직을 겸직하고 있기도 했다. 직원들이 새롭게 해보고 싶은 사업이 있으면 사내에서는 물론 사외에서도 적극적으로 그 사업을 해볼 수 있게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IT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즐겁게 일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마트 빌딩에서 스마트하게 일하기

소프트뱅크는 본부에 따라 사업의 성격이 전혀 달라 본부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가장 생산성이 높은 일하는 방식이 무엇일지 계속해서 의논 이라고 한다. 인사팀은 물론 각 본부에서도 재택근무, 온라인 활용, 사무실 근무 등 Best Mix(최적의 조합) 무엇일지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해 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일하는 방식을 구축하기 위해 신사옥을 지으면서 AI를 활용해 사무실 동선을 구축했다. 도쿄 본사에 근무하는 약 1만명의 직원들이 차례로 신사옥으로 이전하고 있는 중인데, 위워크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사무실 전체를 최신 기술과 데이터 활용이 가능한 스마트 빌딩으로 만드는 것이 소프트뱅크의 목표였다. 실제로 얼굴 인식 기능을 통해 사원증 없이도 직원들의 식별을 하고, 엘리베이터 층수가 자동으로 눌러지고, 자리 배치를 도와줌은 물론이고 체온 측정과 코로나 검사까지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 사례를 보여주었다.


여기서 재미있었던 것은 신사옥으로 이전을 하고 나서, 인사팀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율이 높아졌다고 하는 것이었다. 인사본부장인 발표자는 사무실이 좋아지고 나니 사무실에 와서 일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좋은 업무 환경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일하기 좋은 환경, 업무 효율을 높이는 일하는 방식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워크 스타일 지원금

소프트뱅크에서는 2018년부터 재택근무를 정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시작되었고, 2019년에는 어느 정도 재택근무가 자연스러워진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2020년 초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나서 출퇴근이 힘들어졌을 때, 재택근무를 하는 과정에서 별 문제 없이 업무를 계속해 나갈 수 있었다. 재택근무를 정착하는 과정에서 워크 스타일 지원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직원들이 온라인 환경을 구축하는    있는 비용이었다. 인터넷을 다루는 회사다 보니 인터넷 사용에는 문제가 없었고지만, 집에서 업무를 하면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책상, 의자를 비롯한 컴퓨터 주변 기기를 구입하여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디지털 워커(Digital Worker) 4000명을 목표로

소프트뱅크는 2021년에 디지털 워커가 4000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에서 올해 재택근무를 했던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더니, 생산성이 향상되었다고 응답한 직원들의 비율이 60%였다고 한다. 이는 재택근무 추진 과정에서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고, 인터넷 툴 활용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부문에 따라서는 전원 재택근무를 하는 곳도 있고, 반반 재택+사무실 출근을 하는 곳도 있고, 전원이 사무실 근무를 하는 곳도 있는데, 부문 별로 최적의 비율을 찾아 그에 따른 업무 방식을 실현해 내는 것이 소프트뱅크의 과제다. 인사 부서에서는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가 각각 어떨 때 효율적이었는지, 어떨 때 문제가 되었는지 지속적인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조사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 소프트뱅크의 과제

관리직의 역할

코로나 시대에도 큰 문제 없이 재택근무와 온라인 환경을 활용한 업무에 적응해 가고 있는 소프트뱅크이지만, 그 안에서도 소프트뱅크가 안고 있는 과제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관리직의 역할'에 대한 것이었다. 기존에는 관리직들이 사무실에서 직원들의 얼굴을 살피고, 분위기를 파악하고 대화를 시도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는데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관리직이 온라인 환경에서 어떻게 구성원들과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것인지, 어떻게 직원들의 업무에 개입해 나갈 것인지가 가장  과제라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에서 관리직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부문의 관리직을 관찰, 인터뷰 해서 자료를 정리중이고 2021년 연초에는 이 자료를 전사적으로 공유할 예정이다.


사무실의 역할

소프트뱅크가 관리직의 역할 다음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무실'에 대한 고민이었다. 소프트뱅크에서는 업무 공간에 대해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고 있었는데,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아이디어가 나오는 공간'이라는 생각이었다. 소프트뱅크에서는 다른 부서나 다른 부문 사람들과 화장실이나 휴게실에서 만나 우연히 대화를 나누던 중에 '아하' 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연한 만남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중요한 아이디어의 원천이었는데 온라인 환경에서는 이러한 대화가 어려워져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사무실은 무엇을 위한 공간이었나?' 하는 데까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사무실 공간이 가지는 역할 재정립, 그리고 직원들 사이의 비업무적 커뮤니케이션 활성화가 소프트 뱅크의 또다른 과제가 되었다.

 

교육 테마(육성 포인트)

소프트뱅크에서는 소프트뱅크 유니버시티에서 진행하고 있는 AI, IoT 등 IT 기술을 다루는 교육 이외에 다양한 교육을 하는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 '당사자 의식',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주체성을 키워나갈 것인가?'였다고 한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업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의식, 주체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주체성을 육성 포인트로 삼고 교육을 해왔던 것이 코로나 시대, 그리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온라인 업무 환경과 재택근무 환경에서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발표자는 이런 상황을 목표로 하고 교육을 진행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니 지금의 시대에 맞춘 교육 방식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교육 방침은 동일하게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회사가 교육을 할 때 어떤 것이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실제로 회사의 체질이 달라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소프트뱅크의 발표를 들으면서 업무 방식이나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어려운 시도를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그만 두더라도 일단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생기면 왜 문제가 생겼는지 점검을 하고, 또 다른 시도를 해보며 최적의 방안을 찾아나간다는 것이 소프트뱅크의 강점이었다. 애자일 그 자체였다.


인사본부장도 'trial&error'라는 말을 여러번 언급하였는데, 말그대로 일단 새로운 시도해 보고 잘되면 그것을 회사 전체에서 공유하여 다른 부서들이 함께 활용할 수 있게 하고, 문제점이 생겨도 그것에 대해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그것을 실천했을 때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소프트뱅크 직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지, 어떤 인사 제도를 펼치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ZOOM으로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일본에 가지 않고도 이런 발표를 들을 수 있음에 온라인 시대가 실감나는 경험이었다. 일본에 가서 직접 소프트뱅크 직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다면 언제 실현되었을지 모르는 일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방구석에서도 가능해졌던 것이다. 언젠가 온라인으로 한국의 기업 교육 사례를 일본, 미국에 발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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