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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상설계 Jan 17. 2021

#073 / 가벼워지고 빨라지는 곳

핫플레이스 임대 공간의 특성들 (사고실험)

SNS에서 소비되는 납작해진 공간들은 패턴을 드러내는 표면으로만 구성될 것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그 세부적인 특성은 무엇이 있을지 느슨한 사고실험을 해보려 한다.

공간은 임대 공간으로서 기본적인 요소를 투입하고 많은 효과를 불러일으키고자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서 둘러쌓인 표면을 구축하여 공간의 활용과 공간 구축의 비용을 줄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구현되는 공간은 어떤 특성을 가질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내 기억에 의존한 망상 속을 관광하고 여러 장면들을 기억하고 머릿 속에서 재현하여 현실과 조합, 결합한 다른 현실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주관적인 기억과 망상을 관광하면서 생각한 것들 ]

1cm 남짓의 석고보드로 쌓인 세벽과 에어컨, 조명, 전기 배선이 돌아다니는 천장과 여러 가구들이 얹어져서 부분 부분 조각나서 보이는 바닥들, 밖에서 훤히보이는 통유리의 앞면 이런 공간은 인상적이기보다는 흥미만이 있다. 이러한 공간들은 많이 봐서인지, 독특하지 않아서인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일상적인 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놀러를 가든 쉬러 가든 새로운 공간이어도 그곳에서 하는 행위들은 반복된 일상으로 하나의 관습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가장 먼저 숫자로 표현된 공간과 얇디 얇은 이미지가 더해져서 판매되고 있다. 발품을 팔아서 공간을 보던 것보다 어플을 통해서도 수많은 공간을 검토할 수 있는 시기이다. 온라인에서 공간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압축되어 전달된다. 그리고 그 순간에 공간의 체적은 의미가 없다. 분위기도 의미가 없다. 아직 채워지지 않았음을 감안하더라도 아주 공허한 느낌이다. 이러한 공간을 종이 몇 장으로 새로운 주인이 소유 혹은 잠시 빌린다. 그리고 나서 채워나가야할 주인은 그 공간에 새로운 벽과 바닥, 천장을 더한다. 미술로 굳이 따지자면 조각보다는 소조에 가깝다. 안(계약한 공간의 중심부)을 향한 소조와 같은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공간에서 디자인의 형식을 찾기 쉽지 않다.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망각을 만들어내기 위한 변칙적인 것들만 튀어나온다. 이 공간들은 과거보다 더 표준화된 재료로 구축된다. 석고보드, 섀시, 타일, 조명 등 그것들의 조합으로 새로운 공간이 나온다.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디스플레이의 픽셀 같다. 하나 하나 색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 조합해야만 하나의 이미지가 나온다. 공간에서 요소들은 점점 그 지위를 잃어간다. 인상깊은 샹들리에가 보이지 않고 무언가 떨어지지 않으면 바닥에 눈이 닿기조차 쉽지 않다. 또한 이 요소들은 영구적이지 않다. 공간을 설계하고 계획하는데 있어서도 철거비용을 고려한다. 파빌리온과 인테리어의 경계를 찾는 것이 더 의미있는 시간들일지 모른다. 이러한 공간은 오랫동안하여 질리지만 질리지 않기 위한 놀이의 배경이 된다. 기억할 수 있는 지난 시간을 놀이로 활용한다. 순간을 잡아놓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다. 순간을 잡아놓는 기계가 디지털로 변하면서 놀이가 갖는 사이클이 극단적으로 짧아졌다. 즉각적인 반응이 오는 놀이가 대중화되었다. 그 이후로 놀이의 정보량이 순간에서 시간성을 갖는 동영상으로 진화되었을 뿐이다. 놀이의 배경의 공간은 진짜일 필요가 없다. 진짜처럼 보이는 세트장이면 충분하다. 이제 이 놀이의 끝에는 사람들의 망각이 가미되면 완성된다. 찍은 사진을 보고 기록되어있는 지난 시간만을 기억해내면 기록되지 않아 보이지않는 부분에 대한 것을 망각하면 된다. 이로써 그들의 머리 속에 개인별로 하나씩 하나의 세계관이 형성된다. 그것을 이미지라고 부르면서 기록을 들춰보며 다시 불러보면 되니 휘발되어도 상관없음에 안도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이러한 놀이에서 공간이 진짜일 필요가 있을지 고민해봐야한다. 우리가 가는 핫플레이스가 이러한 놀이의 배경이라면 세트장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면 충분하다. 세트장은 건축,건물보다 빨리, 쉽게, 가볍게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이 세트장에 열광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체를 보여주지 않고 극히 일부의 순간들만 보여주면서 '수수께끼'를 낸다. 이 수수께끼에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이 '보물찾기' 하듯 검색을하여 힌트를 얻고 지도를 보며 찾아간다. 그리고 이 것이 또 다른 수수께끼로 이어진다. 이러한 핫플레이스라는 공간을 일련의 과정으로서 놀이 소재로 이용한다. 우리가 관광하러가는 곳은 무엇을 하러 가는 곳일까? 그곳을 찾아가는 '보물찾기'? 누군가에게 낼 새로운 '수수께끼'의 소재를 찾으러 가는 것? 기록하고 기억하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얻는 지난 시간에 대한 놀이? 다음 글에서는 임대 공간이 어땠으면 한다는 바램을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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