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oday Tourism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랑자 Feb 13. 2021

로컬 비즈니스가 가는 길,
그리고 블록체인 경제

제목을 다소 극단적으로 지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컬 코인은 장래 유망 종목이지 않을까? 골목길 전성시대, 이제는 골목길 아닌 곳에서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것이 상상이 잘 되지 않을 정도다. 이번 글은 골목길이 대세가 된 이유에 대한 생각이다. 이는 '신뢰'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해 보았다. 

Photo by 허인영(Studio Sim)


골목상권 전성시대

지금은 골목상권 전성기다. 1세대 골목상권인 홍대/이대/가로수길/삼청동에서 시작해 이태원/성수/서촌/부암/문래/을지로/서울대입구역에 이르기까지, 접근성이 높은 지역들에는 큰 바람이 한 번씩 불어갔다. 그 지역들은 차례차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수혜 혹은 몸살을 거쳐가는 중에 있다. 골목상권의 부상은 단연코 가볍게 스쳐가는 흐름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느낄 것이다. 이는 상업 생태계의 지형을 바꿔가고 있다. 필자만 해도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은 골목길에서 보내는 편이다. 만남의 여정을 새롭고 독특한 것으로 꽉 채우고 싶은 마음에서다. 코로나로 집콕하는 요즘은, 그 골목길 맛집을 배민으로 주문해 먹고 있다.


앨리웨이 광교

골목 산업은 이제 규모 있는 개발 사업에까지도 동원된다. 광교 앨리웨이; 이곳은 시간을 따로 내서 광교까지 찾아가 볼 정도다. 앨리웨이는 디벨로퍼 네오밸류가 조직적으로 골목상권의 생태계를 신도시에 이식한 프로젝트다. 주민들의 일상에 필요한 타입의 가게들을 한 데 모아 브랜딩 하고, 또 하나의 몸집이 되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다지는 등, 골목 상권과 커뮤니티에 대한 깊은 고민이 묻어있는 공간이다.


현수막으로 뒤덮힌 관악구청 앞

한편으로 골목길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주는 수혜가 아파트 재개발을 능가하는 모습도 보인다. 서울대입구역의 샤로수길 일대는 10년 전부터 아파트 재개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가 작업을 하던 토지다. 하지만 샤로수길 일대가 핫한 상권으로 성장하게 되면서 건물주들에게 잭팟이 터지고, 추진위에겐 불똥이 떨어졌다. 건물주들은 아파트 매매차 익보다 막대한 월세수익이 이득인 상황에서, 재개발 추진위는 토지확보에 난항을 겪게 된 것. 관악구청 앞에 걸린 현수막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추진위와 반대위 씨름의 이슈는 골목상권의 가치를 상기시켜준다.


신뢰의 형성

그렇다면 지금의 골목상권 파워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무엇이 이 현상을 견인한 걸까... 개개인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이 존중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로는 2% 부족하다. 조금 더 구체적일 수는 없을까? 

나는 ‘맛집 리뷰’가 그 시작이 되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보았다. 주관적인 경험으로는 고등학교 때(대략 2012년까지..)까지만 해도 가족끼리 외식을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웬만하면 프랜차이즈 식당을 선택했었다. 유혹이 낭자하는 거리에서 프랜차이즈는 그나마 내가 아는 범위의 것이다. 그 맛과 서비스가 감히 배신을 하리라곤 생각하기 어렵다. 모종의 두터운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던 시기에는 배신하기 어려울 것 같은 프랜차이즈가 더 많은 선택을 받았다. 

웹에서 모바일로 넘어가게 되면서 이제 굳이 데스크톱 앞에 앉지 않더라도 검색 몇 번에 눈 앞의 식당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미리 볼 수 있게 되었다. 고객들이 인터넷에 올린 맛집 정보는 인스타그램 / 지도 어플 / 맛집 어플 / 블로그에 넘쳐난다. 미지의 식당에 대한 두려움은, ‘여기가 맛집이네’라는 신뢰로 변화한 것이다. 사람들이 올린 맛집 정보는 신뢰 생태계가 되어 영세한 식당과 개인의 강력한 연결고리를 만들었고, 그것이 확장해 오늘날의 골목상권이 된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식당을 찾느라 골목을 헤매는 것도 나들이의 일부


화폐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지폐는 금고에 넣은 금을 보증하는 증서로 시작했고, 오늘날엔 달러를 근거로 한 신용 어음이 화폐다. 역사적으로 신용이 두터운 사회는 폭넓은 교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고, 그 신용이 무너지는 순간에 역사적 고난을 겪었다.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짓기 위해 인위적으로 찍어낸 돈은 조선 경제를 망가트렸고, 2차 세계대전 후의 미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하는 닉슨 쇼크가 세계 경제 쇼크를 불러왔다.


화폐와 금본위제


내가 겪은 최근의 신용위기는 2008 금융위기다. 이 위기는 어찌어찌 표면적으로는 수습된 것 같지만, 실은 깊은 사회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월스트리트의 모럴해저드가 발단이었던 금융위기는 America First, Wall Street First의 중앙 집권형 신뢰관계에 금이 가게 했다. 이를 계기로 ‘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개인 대 기관이 아닌, 개인 대 개인의 거래로 신뢰관계를 만들어가는 시대가 시작된다. 


블록체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모두의 정보를 모두가 공유한다


'완벽한 전자화폐시스템은 온라인을 통해 일대 일로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은 필요하지 않다.' _사토시 나카모토(블록체인 개발자)


비트코인의 블록체인도 이를 계기로 등장한 개념이다. 믿을 수 없는 음흉한 거인보다, 옆집 이웃을 믿고 싶은 마음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이 생각은 여러 사람을 거치고 거쳐 오늘 저녁 메뉴를 고르는 나의 뇟속 알고리즘에도 영향을 주기에 이르렀다; 마진 남기기 급급해 영혼 없는 음식을 내놓는 프랜차이즈보다, 정성-개성 있는 골목 맛집이 더 끌리는 것.  같은 가격의 호텔보다 에어비앤비, 게스트하우스를 가는 것. 유명 브랜드 제품 이외에도 니치한 수공예품을 찾는 것.. 등등. 다양성과 개성이 존중받는 사회 이면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제공한 정보의 접근성도 있었겠지만, 특히 이 변화의 변곡점에는 금융위기의 트라우마가 있지 않았나 싶다.


골목길 클러스터

필자가 바라보기에 최근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신촌, 이대, 경리단길과 같은 1세대 골목상권이 황폐화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띄고 있는 것  같다. 마포, 성수, 서울대입구의 거리들은 맛집이 즐비할 뿐 아니라, 일자리가 형성되고 문화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마포구는 전통적으로 강했던 문화/예술 관련, 성수동은 패션과 스타트업, 서울대입구역은 SNU밸리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창업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기존에 사무실 통임대를 하던 저층 건물들은 공유 작업실/공예공방/전시/공유 주방/스터디룸 등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역이 필요로 하는 만남의 수요는 다양한 방식으로 집주인이 개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공간 타입별로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스페이스 클라우드
남의 집: 집으로 떠나는 안전한 거실 여행


이 공간들은 에어비앤비, 스페이스 클라우드, 네이버 예약, 남의 집 등등의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사무실에서 쫓겨나간 재택근무자들은 이 서비스를 애용했을 테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삼삼오오 지속되어온 친구들과의 만남도 이 곳에서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코로나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공간 비즈니스의 물꼬를 틔워줬다. 개인 간 거래의 신뢰가 더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다음 주에 친구들과 놀기 위해 5시간짜리 공유 거실을 예약했다. 그곳에서 야채곱창도 시켜먹고 영화도 볼 예정이다.


로컬 전성시대

당근마켓 같은 서비스는 이러한 관점에서 고무적이다. 당근마켓은 현재 중고거래로 마진을 남기고 있지도 않고, 물건 판매 업체를 시장에 들어오도록 허용하고 있지도 않다. 당근 마켓은 마진을 희생하면서 정제된 주민 간의 거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신뢰할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업의 단계에 있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지점은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이라고 한다. 당근 마켓도 공간 플랫폼 서비스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로 재택 하는 사람들에 의한 수혜를 꽤나 입었다고 본다. 이제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는 핫한 골목뿐 아니라, 내 주변의 골목으로까지도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다양성 증가'라는 시대의 발전 방향을 강화했다. 이 흐름은 이제 드디어 도시를 바꾸는 전단계에 이르렀다. 도시의 활기는 중심 상업지구에서 골목과 동네단위로 분화되었고, 이에 따라 개인의 공유&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2008년의 트라우마로 붕괴된 기관에 대한 신뢰는 개개인에게 퍼지게 되었고, 이때 등장한 개인 간의 거래 안전을 보장해 주는 장치인 블록체인 기술은 점점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고 있다.(개인간 전력거래, 중고차 거래, 보험, 투표 등등) 도시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가 느끼고 있는 도시의 변화, 대개인경제 그리고 공유경제는 블록체인경제가 가는 길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 리먼브라더스 사태, 블록체인을 낳다_https://brunch.co.kr/@jonathanfeel/63 

- 신뢰와 공유경제_https://brunch.co.kr/@jungeunkim2wg1/2 

- 골목길 자본론_https://brunch.co.kr/brunchbook/alley

매거진의 이전글 #073 / 가벼워지고 빨라지는 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