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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기 Nov 05. 2019

비로소 사랑.

당신을 만나건 내 인생, 큰 축복이야. 

특정한 이유 없는 오해로 다툰 뒤, 그의 차에서 내려 멍하게 앉아있는 그를 뒤로 한 채 도망치듯 차를 몰고 그곳을 빠져나가려 했다. 수많은 생각들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그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나는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었다. 다시 차를 돌려 그에게 갔다. 그를 껴안으며 울었다. 내가 그렇게 내 말만, 아픈 말만 쏟아 낼 동안 그는 나에게 아무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가 잘못하고 미안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먼저 손 내밀지 않는 사람이고, 먼저 미안하다 말하는 법도 없으며, 자존심이 강해서 지지 않는 아니 져주지도 않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나의 손은 절대 놓지 않으며, 늘 먼저 미안하다 말한다. 지지도 않을뿐더러 져주는 법은 더더욱 없는 그 사람이 자꾸 내게 지려한다. 그런 그를, 그런 그이를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 안겨 울며 말했다. “행복할수록, 설레고 마음이 벅찰수록 무섭고 두려워. 나 혼자만 설레는 것 같은 마음일까 봐. 그런 마음이 겁이 나.” 울고 있는 내게 그는 말했다. “언제까지 기쁘고 행복한 일에 겁을 낼래. 나라고 겁이 나지 않을까. 나라도 두려운 게 없을까. 그래도 난 네가 있어 행복하고만 싶은데.”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의 정확한 뜻이나, 모양, 색깔 이런 건 다 모르겠다. 아직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사랑을 하는 느낌이나 감정이 어떤 걸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랑은 이렇다. 아주아주 고된 하루를 보내고, 서로의 일을 꾸역꾸역 마치고, 그를 만나러 가는 그 길. 이제는 겨울이 되어 해가 빨리 지는 그 시간 때, 나를 기다리는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 설렐 때.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그가 보고 싶어 미칠 것 만 같아 짧았던 그 거리가 길게만 느껴질 때. 차에서 내려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에게 달려가 안겼을 때. 그냥. 그의 눈빛, 그의 냄새, 그의 숨결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고됨이 녹아내릴 때. 그게 사랑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사랑이어야만 한다.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이 세상을 온전히 살아갈 자신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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