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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기 Mar 17. 2020

모든 순간은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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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꿈을 꾸고 눈을 떴다. 내 옆에 누워있는 너의 얼굴을 보니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이상했던 모든 것들은 꿈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의 뒤척임에 네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더니 웃는다. 내가 너에게 처음 반했던 이유도 너의 예쁜 웃음 때문이었는데. 이렇게 네가 내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이른 아침부터 행복하고 설렌다. 같이 일어나 양치질을 하며 네가 나의 머리를 묶어준다. 그리고는 욕조에 걸터앉아 세수하는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아직도, 지금도 네가 나를 바라봐주는 그 모습에 내 마음은 처음과 같은 마음이다. 같이 아침을 준비하고, 마주 앉아 아침을 먹는다. 내 밥 숟가락 위로 네가 반찬을 올려준다. 너무나도 독립적이었던 나의 삶에 네가 들어왔다. 소소한 일들을 혼자가 아닌 같이 둘이서 함께 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은 각자의 일터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함께 저녁을 준비하고 주말에는 청소, 시장, 산책 등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함께한다. 몇 개월 사이에 나는 혼자에서 둘, 나에서 우리가 되었다. 독립적이었던 내가 가끔은 네게 기대기도 하고, 의지하기도 했으며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일들을 너와 함께 나누기도 했다. 누군가와 나의 삶을 공유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내 마음이 다치기 싫어서, 내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고 방어기제를 써가며 내 마음조차 숨기려고 했던 나였는데. 사랑은 줄곧 상처였고 아픔의 연속이라 '절대'라는 말들을 써가며 나의 마음을 방어하고, 보호하고, 지키기에 급급했던 나였는데. 어떻게 보면 세상에 떠도는 말들이 전부 거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랑은 정말 위대하며,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건 정말 좋은 일, 설레는 일, 가슴 떨리는 일 그리고 그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마음을 열지 못했던 나를 안타까워해 주고 도와주었던 너였기에 내가 이만큼 성숙해지지 않았나, 성숙해질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내가 잠시 이러한 생각들, 회상들에 잠겨있을 때 네가 내 옆으로 다가와 앉으며 나의 손을 잡고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마치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얼굴로. 마치 이 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얼굴로, 너는 왜 나를 떠나지 않았을까. 사랑에는 인색했고 냉담했으며 누군가와의 미래는 꿈도 한 번 꿔보지 못했을 내게, 왜 너는 그토록 더욱더 내 옆을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아껴주고, 만져주었을까. 포기하고 싶기도 힘들기도 그냥 놓아버리고 싶기도 했을 텐데. 그렇다고 해서 네게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았던 나였는데. 너는 어떠한 마음에서 그랬던 것일까. 네가 생각했던 누군가와의 미래는 분명 이런 모습이 아녔을 수도 있는데. 왜 너는 나의 곁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변함없이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든 찰나에 내 어깨에 기대고 있던 너의 얼굴이, 너의 눈이 나의 눈을 보며 말한다. '그야, 너를 사랑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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