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치게.
그런 날이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12시간 넘게 일을 하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와 꾸역꾸역 허기진 배를 달래야 하는 그런 날.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지만 목소리 톤, 말투, 표정에서 드러나 나의 하루를 숨길 수 없는 그런 날. 이제 막 이사를 들어와 방한 가득 겹겹이 쌓여있는 박스들 안에서 우연히 발견한 예전의 추억들에 사무친 그런 날. 그때의 내가, 그때의 나로 어쩌면 돌아가고 싶었던 그런 날. 지금의 삶이 그때의 힘들었던 순간까지도 이길 수 없게 된 그런 날.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어디에서 멈추어야 할지, 어떻게 멈추어야 할지, 아니 멈추어도 나는 괜찮은 건지 모르겠는 그런 날. 모든 것이 다 지나가버려 다시는 돌아갈 수도, 그때가 돌아올 수도 없게 되어버린 그런 날. 그러므로, 쉽게 잠에 들지 못하게 될 그런 밤. [어떤 한 사람을 생각하면 예전보다, 그 누구보다 설렐 때가 있다. 아직까지 생각하면 설렌다는 게 웃기지만 그때의 내가 참 그립다. 그렇게 사랑받던 내가 그립다. 걱정 어린 눈빛을, 속이 깊은 그 마음을 받던 내가 그립다. 그리고 서럽다. 그때가 그렇게 소중한 줄 모르고 지나가버린 게. 그렇게 지나갈 것이 두려워 한가득 설레는 마음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글로라도 꾹꾹 담아둔 내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