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검 Apr 17. 2022

D+76 중국의 제로 코로나, 마침내 우리집도 봉쇄

아직 출구전략이 없다

칭링清零, 리셋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중국어로 칭링清零 정책이라고 한다. 중국 티브이에서 "중국은 앞으로도 칭링정책을 견지할 것이다"라는 뉴스가 자주 나온다. 원래 칭링은 컴퓨터 포맷과 같이 초기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전을 찾아봐도 초기화, 리셋으로 번역이 된다. 빈번히 오류 나는 컴퓨터 시스템을 초기화하는 것과 같이 중국 정부는 반복되는 코로나를 계속 초기화하고 있다.


 한국의 위드 코로나


유럽과 미국은 통제 불능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위드 코로나 사회가 되었고, 한국은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기는 시점에 힘겹게 유지했던 방역을 살짝 푸는 방법으로 위드 코로나를 '선택'했다. 오미크론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한국에서 방역을 느슨히 하자마다 확진자 수는 30만 명, 최고 60만 명까지 증가했다. 최근 한국에 전화를 해보면 아는 사람 중에서도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꽤 된다. 괴로운 몇 개월만 지나고 나면 하반기 한국에서는 그토록 그리던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중국은 반대이다. 중국 정부는 초기 우한 확산세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적수임을 깨닫고 '강력한 통제를 통한 완전 박멸' 정책을 이어왔다. 그렇게 우한도 잡았고 청도, 광동 등 산발적으로 발생했던 확산세도 몇 주 만에 막아냈다. 중국 정부는 작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코로나가 일부 확산해도 한 달이면 완전히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그게 델타 변이까지는 통했다. 올해 들어 더 빠르고, 더 넓게 퍼지는 오미크론이 등장하자 통제 효과는 줄고, 비용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경제 걱정에 상하이시 코로나에 다소 느슨히 대응하자 확진자 수는 몇 주만에 매일 2만 명을 초과하게 됏다. 중국 기준 초유의 사태이다.


제로 코로나 = 인권 중시?


중국 인터넷 뉴스를 보다 보면 기가 막힌 논리를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의 권리 중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으며, 성공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이어온 중국은 인권을 잘 지키는 국가라는 내용이다. 반대로 너네 서방 나라들은 국민의 생명도 잘 못 지키면서 어떻게 인권을 운운할 수 있냐 비판도 한다.    


문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코로나 이외 다른 병은 '덜 중요해졌다"는 사실이다. 상하이가 봉쇄되는 바람에 정기적으로 병원 진찰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병원에 가지 못해 더 위중해졌다는, 심지어 사망했다는 소문이 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 수가 없다.  


정태관리


급기야 이번 주에 내가 사는 곳까지 '봉쇄'가 시작되었다. 봉쇄라는 단어에 어감이 너무 안 좋아서인지 여기서는 '정태관리'라고 부른다. 정적인 상태로 있으라는 말인 것 같은데 중국 직원은 결국 봉쇄라는 뜻이라고 설명해준다. 중국 정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항상 일방적이고, 강제적이지는 않다. 국민들의 비판이 많아지면 정책이 그래도 유연히 바뀐다. 본질은 안 바뀌더라도 이름이나 방식이라도 조금씩 바꾸려고 노력을 한다.


집 문을 한 발짝도 못 나가는 봉쇄와는 달리, 정태관리는 샤오취小区(아파트 단지) 밖을 못 나가는 것으로(단지 내 어슬렁 거릴 수는 있다), 하루 각 가정당 한 명씩 슈퍼 등에 생필품을 사러 나갈 수 있다. 대부분은 상점은 문을 닫았지만 슈퍼, 약국, 배달 식당 등 생활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 물건 구매는 막지 않았다. 그나마 '인간적인 봉쇄'라고 할 수 있다.


하루 한 번의 기회


하루 한 번, 한 번 나가면 2시간 내에 아파트 단지로 다시 들어와야 한다. 이 한 번의 기회를 어떻게 잘 사용하느냐가 '슬기로운 봉쇄 생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택시, 버스도 다 영업 중지했으니 두 시간 내에 걸어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산책 등 운동도 해야 한다. 저녁에 생각나는 물건은 다음 날 사는 수밖에 없다.


아, 봉쇄 기간 동안에는 전 시민은 날마다 PCR 검사를 해야 한다. 검사를 안 했으면 아파트 단지를 벗어날 수 없다. 중국의 아파트 단지는 한국과 달리 보안이 엄격해 타 지역 주민들이 마음대로 들어올 수가 없다.  


국가 비밀 유지?


갑자기 "모든 시민은 국가의 비밀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어안이 벙벙하다. 중국의 비밀을 알리가 없는 나에게 왜 이런 문자가 오지? 문득 중국식 간접적 표현 방식이 떠오른다.


내가 사는 지역 봉쇄는 최근 일주일이지만 (배달 아닌) 일반 식당들은 문을 닫은지가 이미 한 달이 되었다. 정부 정책에 토를 달지 않던 일반 시민들도 이제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이런저런 불만들이 인터넷상에 퍼지는 것 같다. 정부는 그들에게 준엄한 경고를 하는 것이 아닐까?


출구 전략


사실 제로 코로나든 위드 코로나든 이런 답답한 환경이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은 위드 코로나로 출구 전략을 결정했고, 중국은 아직 출구 전략 없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강력한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면 중국식 출구 전략을 생각해볼 만도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소식이 없다.



중국도 이제 위드 코로나를 선택할 것인가? 적어도 올해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겨레 신문은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포기 못하는 이유로 ① 중국 백신 효과가 낮고, ② 병실이 부족하며, ③ 시진핑 3 연임 앞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때까지 중국 정부는 방역 성공을 체제 우월성으로 선전을 다 해왔다. 이제 와서 위드 코로나 전환은 체면 많이 구기는 행동이다.


한국은 확진자가 매일 20만 명씩 나와도 학교도 가고, 직장도 가고, 식당도 가고, 친구도 만나는 데 여기 중국에서는 수백만 명 도시에 확진자 열 명 나온다는 소식에 모두 며칠째 집콕 생활을 하고 있다. 적어도 올해 내에는 이런 생활이 반복될 것 같다.  



참고

 - 오미크론에 ‘초강력 봉쇄’…중국은 ‘제로 코로나’ 왜 포기 못하나


매거진의 이전글 D+62 같은 듯 다른 중국 직원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