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검 Sep 22. 2022

D+231 중국 문제 직원 면담

날아간 화살을 멈출 방법은 없다

한방직원 vs. 중방직원


중국에서 근무하다 보면 한방직원, 중방직원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굳이 번역하자면 한국측 직원, 중국측 직원이다. 그냥 한국인 직원, 중국인 직원을 뜻한다. 주재원은 대부분 부장 이상 관리자 직책이므로 링다오(영도, 리더라는 뜻)에 속한다. 그래서 보통 한방 링다오, 중방 직원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 설립된 지 오래된 한국 기업에는 나이, 경험이 많은 중국 직원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중 실력을 인정받은 중국 직원은 부장 수준 관리자로 진급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직위 상 주재원 부장과 동급인 중방 부장이 생긴다. 본사는 이를 두고 '해외법인 현지화'라고 부른다.


불편한 면담


업무상 문제가 있는 직원을 면담해야 한다. 오늘은 나와 같은 중방 부장이다. 업무상 중대한 실책이 있다. 아니 실책인지 고의인지를 가려야 한다.


"그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요"


수십 년간 주재원을 상대해본 노련한 중방부장은 결정적인 질문을 애매한 대답으로 피해 간다. 긴장된 순간에 미동도 하지 않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어리숙한 주재원들이 이에 속아왔을까' 생각한다. 나는 수주간 준비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한다.  


"이 부분은 지난번 얘기한 내용과 다른데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이마 끝을 찡그리고 살짝 손을 떤다. 드디어 경험 많은 중방직원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저의 기억력을 테스트하시는 것 같네요. 잠시만요.. 아, 제가 잘못 기억했습니다. 저번에 잘못 설명드린 것 같네요"


거짓말이다. 불과 일 년 전의 일이다. 수 차례 면담을 통해 나는 그 직원이 관련된 자료, 회사 규정을 이미 철저히 점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중요한 이벤트를 벌써 잊었을 리가 없다. 기억력 탓을 하며 슬쩍 넘어가려하다니. 대단하다. 그래도 중국인의 멘즈(체면)을 건드리면 안된다. 여기서 면담을 마무리한다.


날아간 화살


면담을 끝내고 나는 관련된 사실을 모아 경영층에 보고를 했다. 엄중 업무태만, 예상 사손금액 OOO.


사실 며칠간 고민을 했다. 괜히 사내 갈등만 부추기는 것이 아닐까. 그냥 좋게 좋게 해결하는 게 서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몇 안 되는 중방 관리자를 몰아세우면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그동안 부당 이득을 즐겼던 사람들이 나에게 해코지 하지 않을까..


최근 공부하는 성어가 생각났다.


見義不爲 無勇也

견의불위 무용야. 의를 보고 행하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 (웬지 이건 번체자가 더 멋있어보인다)


杀鸡儆猴

살계경후, 닭을 죽여 원숭이에게 경고한다 (일벌백계라는 뜻)


결국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그대로 넘어간다면 이런 일은 다시 반복될 것이다. 주재원은 귀임과 부임을 반복하고, 중방 관리자는 여기에 계속 남는다.


나는 결국 경영층에 보고를 선택했다. 보고가 되었으나 앞으로 업무개선, 징계 등 후속조치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화살은 이미 떠났다.

날아간 화살을 멈출 방법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