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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Nov 16. 2022

[세바시 영상 리뷰] 교육이란 무엇인가?

- 반교육의 나라에서 벗어나려면 (김누리 교수)



   아웃오브보트 부트캠프에서 세바시 영상 하나를 공유해주었다. 그 영상은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의 '반교육의 나라에서 벗어나려면'이라는 주제의 강연으로 한국의 교육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불행을 야기하는 교육인지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영상이었다.



   한국의 교육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자라 공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익히들 알고 있을 것이다. 학업과 성적 스트레스로 인한 청소년 자살률 1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심지어 최근에는 아동 우울증이라는 병명까지 생기며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마저 우울한 나라가 되어 가는 실정이다.



   김누리 교수는 이러한 징후들의 원인을 한국의 잘못된 교육 시스템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짚으며, 과연 교육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불행을 야기하는 교육이 아닌 행복을 초래하는 교육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혁신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세바시 All rights reserved



ㅣ교육이란 무엇인가?



   김누리 교수는 교육이란 존엄한 인간,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세월 동안 한국 사회에서 자행되었던 교육들은 모두 이에 반하는 교육들이었다. 밖에 있는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 경제성장을 위해 인적자원을 키우고자 했던 교육, 반공 세력 타파를 위한 국가주의적 교육 등,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이 아닌 인간을 기능적 존재로 만드는 '반교육'뿐이었다.



   물론 혹자는 이러한 교육들이 당시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는 필요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가 요청한 교육이라 할지라도, 인간을 기능적 존재로 만드는 교육을 과연 올바른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저 그 시대의 기득권 세력이 자기 권력을 더 강화하기 위해, 피지배층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 만든 술수가 아닐까?



   나는 이 강의를 들으면서 '인적자원', '스펙'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혐오스러운 단어인지를 깨달았다. 이런 단어들은 자기 존재를 기능적인 존재로 치부하고, 자기 정체성을 도구나 자원으로 인식하게끔 한다. 특히, 스펙은 무기의 사양을 뜻하는 말로, 스스로를 좋은 성능을 발휘해야 하는 무기로 규정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런 언어들부터 쓰지 않는 것이 반교육에 저항하는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누리 교수는 또한, 교육이란 한 인간이 강한 자아를 가지고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본래 교육(Educate)의 의미는 '밖으로(e) 끌어내다(duc)'라는 뜻이다. 즉, 개인 안에 있는 소양, 재능, 개성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교육은 오히려 자아를 약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은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 창의성을 소멸시키고, 무한경쟁 교육 시스템은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우월감과 열등감을 내면화시킨다. 이러한 교육 구조 속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다 보니 자아가 병들 수밖에 없고, 우울증, 번아웃, 약자를 향한 멸시 같은 징후들이 우리 사회에서 유달리 많이 보이는 것이다.



https://youtu.be/1CDa8sCiwNs

ⓒ세바시 All rights reserved



   이처럼 지난 세월 동안 한국의 교육은 인간을 기능적인 존재로 만들고, 약육강식 논리에 따라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시키는 교육이었다. 때문에 김누리 교수는 앞으로의 교육은 타인과 연대하고 교감하며 협동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 존엄한 인간이자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는 교육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독일의 교육을 예시로 든다. 독일의 교육은 '행복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과목이 있다. 또한, 독일의 교육은 서열을 나누지 않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한다. 서열은 우월감과 열등감을 내재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의 학교에는 등수가 없다고 한다. (이것은 아마 나치가 저질렀던 우생학의 폐해를 반면교사 삼아 세운 원리 같은데, 이런 면에서 독일이 정말 건설적이고 본이 된다고 생각한다.)




독일 교육에서 가르치는 핵심 역량 3가지

1. 저항하는 능력
2. 분노하는 능력
3. 교감하는 능력




   그는 독일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 '대학입시 폐지'라는 파격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대학입시 폐지를 통해 대학 간 서열을 없애버려서 대학 간판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삼는 시대상을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 나아가 국립대학 네트워크화, 사립대의 공영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해 학생들이 다양한 기회를 얻으면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나는 이러한 주장에 동의한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 구조 안에서 자라고 공부하면서 대학 간판과 나의 정체성을 동일시하고, 이것을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그로 인해 스스로 우월해지거나 열등해지는 나의 모습을 봐 오면서 나 자신에 대한 환멸감을 너무나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견해를 나누며 공부할 수 있다면 획일화되고 편협한 사고를 벗어나 창의적이고 다채로운 담론들이 생성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안들을 내놓는다고 한국 교육의 구조적 문제가 당장 변화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공론화할 때, 개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틈이 발견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틈들의 연대가 사회 구조를 조금씩 변화시키는데 충분히 기여할 거라 생각한다.



   뭐 개인적으로, 그 틈을 '인문학 공부'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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