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Dec 04. 2022

개방성(openness)에 대하여



   최근에 많은 외부 활동을 하였다. 많은 행사에 다녔고, 많은 모임에 참여했으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의 언어를 말하고,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며, 자기의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들, 자신의 비전과 방향성을 진정성 있게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임팩트를 주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열정이 사람들에게 흘려보내는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 매력을 느꼈고, 그들을 닮고 싶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대화하면서 나는 그들이 가진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개방성(openness)'이 높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개방성(openness)이란 무엇인가? 개방성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자신이 경험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서 낯선 것에 대해 인내하고 탐색하는 것 또는 태도나 생각 따위가 거리낌 없고 열려 있는 상태나 성질'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들은 새로운 경험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고, 호기심과 모험심이 많으며, 도전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탓에 상상력과 창의성이 풍부하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개방성의 정의는 좀 더 포괄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개방성이란 개방적인 성향, 성질, 속성, 상태를 넘어서 그것들을 밖으로 표출하고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까지를 말한다. 즉, 개방성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인 '개방력(open force)'까지 소유하고 있어야 비로소 개방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나만의 정의에서 보자면 나는 개방성이 높은 사람이 아니다. 나는 개방적인 성향은 지녔지만, 그것을 타인에게 거리낌 없이 표출할 능력까지 가지고 있지는 않다. 혹자는 블로그에 일상과 생각들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개방력을 갖춘 개방성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실루엣이 불과하다. 개방성은 존재의 실체를 직면하는 과정 속에서만 유효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존재의 실체를 직면하고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수반한다. 그래서 이것을 넘어설 만한 용기와 힘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개방력이다. 그러나 온라인에서의 교류는 사실상 실체가 숨어 있기 때문에 개방력을 덜 발휘해도 충분히 개방적일 수 있다. 때문에 온라인에서의 개방성은 개방력까지 갖춘 개방성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개방성이 높지 않은 것일까? 그 이유는 '타인에게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서'다. 나를 온전하게 드러냈을 때, 나의 생각과 감정을 진실되게 표현하고 표출했을 때, 타인으로부터 거부당하거나 거절당하는 것이, 그로 인해 상처받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나에게 매우 수치스럽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고 싶었다. 나는 개방성이 높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눈이 갔다. 그들과 친해지고 싶었고, 그들을 닮고 싶었으며, 그들로부터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과 만나면서 나는 어떤 감각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개방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개방성이 발휘되는 환경과 공간 그리고 개방성이 넘치는 사람이 내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뇌과학적으로도 인간의 뇌는 - 뉴런과 신경 회로는 -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재형성되고 재배치된다. 이는 내가 어떤 환경에 있고,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나의 뇌가 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뇌의 신경가소성) 즉,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을 만나면 나의 뇌가 그들의 뇌를 닮아가고, 그로 인해 그들의 정신을 닮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개방성만이 지고의 가치이자 모두가 가져야 하는 속성은 아니다. 모든 것은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오용하거나 남용하면 그 가치가 훼손되고 변질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절제의 미덕이 수반되지 않은 개방성은 사람들에게 과한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 나는 마음껏 열었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철저히 닫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적절한 폐쇄성 역시 도움이 되기도 하며, 그것을 절대 악으로 규정할 필요는 없음을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개방력을 갖춘 적절한 개방성'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언어의 확장, 정신의 확장, 마음의 확장, 지식의 확장, 더 나아가 관계의 확장은 결코 홀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며 반드시 세계와 타인과의 상호관계를 통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개방성을 발휘하는 것은 결국은 용기를 요하는 일이다. 어떠한 환경과 상황에서 어떠한 사람과 사건을 만나든지 두려워하지 않고 개방성을 발휘하여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 말이다. 그 용기로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과 함께 함으로써 나의 언어와 나의 생각, 나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표출하여 높은 개방성을 발휘할 수 있는, 그래서 나의 세계에서 한 발자국 나올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개방성(openness)에 대하여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매거진의 이전글 의미의 과잉과 의미의 공허 사이에서의 다정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