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비 권력을 찐팬으로 만드는 커뮤니티의 힘
커뮤니티. 올해 내가 가장 꽂힌 키워드다. 한 해 동안 다양한 커뮤니티를 접하면서 커뮤니티의 영향력을 경험해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커뮤니티가 이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이자 새로운 트렌드로써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아마존을 탈출했다.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 이케아도 뒤를 이었다. 그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모두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그저 거대 플랫폼에 입점해서 제품과 서비스를 편하게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들과 직접 관계를 맺으면서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고객 경험을 강화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잘 나가는 기업들은 모두 커뮤니티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커뮤니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이승윤) 역시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로만 승부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하며, 이제는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핵심 소비자들과 지속가능한 관계를 맺으면서 브랜드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야흐로, 브랜드 마케팅의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잘 나가는 기업들은 커뮤니티에 주력하는 것일까? 어떠한 이유로 커뮤니티가 새로운 소비 권력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데이터가 핵심 경쟁력이 되는 초개인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더욱더 세분화되고 다양화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발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그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의미 있는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게 되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개인정보 보호정책으로 인해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어려워졌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은 자사의 커뮤니티를 통해 고객들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추출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커뮤니티 내에서 일어나는 소비자들의 상호 교류보다 더 직접적이고 유의미한 데이터는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소비자들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소비자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입장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더이상 수동적인 입장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들은 능동적으로 팬덤을 형성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며, 창작자의 역할까지 담당하는 개방형 혁신의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핵심 팬슈머 발굴해야 한다. 자사의 브랜드를 경험하고 이를 공유하는 충성도 높은 찐팬들을 발굴하여 그들로 하여금 제품과 서비스가 바이럴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공급자와 소비자라는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제품과 서비스를 공동으로 창조하고 협력하는 관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커뮤니티가 새로운 소비 권력의 주체로 부상한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미디어커머스의 탄생 때문이다. 미디어커머스는 이커머스의 기능을 넘어 미디어처럼 콘텐츠를 활용해 마케팅을 극대화하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온라인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정보를 전달하고, 이를 사고 파는 이커머스 기능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UGC를 통해 커뮤니티적인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을 원한다. 즉, 플랫폼이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서 소비자들의 이야기와 콘텐츠가 자발적으로 공유되며 바이럴 될 때, 미디어커머스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커뮤니티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린 시대에 저자(이승윤)는 메타버스, 스몰 브랜드, 로컬, 임플로이, 하이테크라는 키워드를 언급하며 커뮤니티의 변화 양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는 기존의 중심축과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축을 중심으로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관건은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이다. 커뮤니티는 결국 관계이고,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상호신뢰는 만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답은 제품과 서비스로부터 나온다. 커뮤니티의 형태와 양상은 계속 변화하고 달라질 수 있어도, 기본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퀄리티는 늘 담보되어야 한다. 그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비즈니스의 성패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과 우수한 퀄리티의 제품과 서비스를 커뮤니티 내에서 핵심 소비자들과 어떻게 상호관계를 맺으며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것이 담보될 때, 기업은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비로소 시장을 제압할 무기를 가지게 될 것이다.
<성공적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7가지 법칙>
1. 브랜드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라
2. 감정이입이 가능한 타깃 페르소나를 설정하라
3. 함께 만든다는 참여감을 제공하라
4. 가치 있는 리워드를 설계하라
5. 덕후의 마음을 훔치는 굿즈로 승부하라
6.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하라
7. 온오프를 넘나드는 경험을 전달하라
PS. 사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이 많았다. 커뮤니티의 시대적 필요성과 기업이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사례들을 풍부하게 제시했지만, 지나치게 이론적인 부분과 분석적인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커뮤니티 빌딩을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이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형화를 하다 보니 특정 커뮤니티를 특정 유형에 억지로 끼워맞춘 느낌도 강하게 들었다. 또한, 저자가 과연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지 의문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