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상사업에서 게임회사로 이직한 썰
지난 이직 이야기에 이어서 계속되는 첫 회사와 현 회사의 차이점 비교.
사람 모여 일하는 곳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동일하지만, 다른 점이 정말 많다.
1편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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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 첫 출근 날 걱정을 했던 것 한 가지가 바로, '나 혼자 너무 꼰대 같으면 어떡하지?'. 그전까지 한국의 전통적인(?) 대기업에서만 직장생활을 7년 했으니 나의 가치관이나 잣대 같은 것들이 너무 달라서 꼰대가 되면 어쩌나 해서ㅋㅋ 복장도... 아무리 그래도 첫날인데 너무 편하게 입고 가면 좀 그럴 것 같은데 그렇다고 너무 포멀하게 입고 가면 이상할 것 같고...? 괜한 걱정이었다. 아무도 내가 뭘 입고 오는지 관심도 없고, 포멀한 룩이든 편한 룩이든 여기서는 어떤 것을 입고 와도 다 괜찮은 것.
이것도 진짜 충격적인 부분 중에 하나였는데, 회사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일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물론 전 회사도 야근할 때는 음악을 들으면서 일하긴 했다. 그런데 그것은 부장님이 부르면 바로 반응을 해도 되지 않는 야근할 때만 가능했던 것. 낮에 음악을 들으면서 일하는 건 전 회사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꿔본 일이었고, 음악 들으면서 일한다는 회사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나도 하루 종일 음악을 듣지는 않는데, 진짜 집중이 필요할 때 가사가 없는 악기 연주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하곤 한다.
그 외에도 다른 점들이 꽤나 많은데, 예를 들면 휴가는 승인이 아니라 단순 신청이다. 휴가를 올리면 어디를 누구와 같이 가는지 등등을 부서원 전원이 알게 되는 수준이었는데, 여기는 그럴 필요도 전혀 없고 업무 스케줄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 자율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복지도 기혼자 위주의 복지보다는 미혼을 위한 복지를 많이 제공한다.
많은 차이점들을 생각해보고 글로 정리해보니, 결국 이 모든 차이점은 두 가지 큰 차이에서 기인하는 게 아닌가 싶다.
첫 번째는, 회사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령대가 다르다. 전통산업인 상사와 기술발전 최전선에 있는 게임회사이다 보니 어디가 더 연령대가 낮을지는 자명한 일. 새로운 세대가 많은 만큼 본인들의 목소리를 내고, 불합리한 것에 참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참지않긔 이런 느낌. 한편으로는 결과를 오래 기다려서 받는 것은 참지 못하고 (혹은 믿지 못하고) 당장의 결과치를 원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평등' 혹은 '공평'하지 않은 것을 못 받아들인다는 느낌도 들었다.
두 번째는, 창업자가 이끄는 회사인지 신입사원으로 시작해서 입지전적으로 대표가 된 CEO가 이끄는지. 이 요인도 많은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흔히들 삼성 임원을 샐러리맨의 꽃이라고 하는데 꽃은 결국 시들기 마련이라... 절대 그분들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위치가 다르니 생각도 행동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는 생각한다. 다만 시대가 바뀐 만큼 능력있는 사람들을 입사하게 하려면 바뀌어야한다고도 생각한다.
공채 입사 시기 기준으로 7년 반이 지난 지금, 같은 회사에 남아 있는 동기들은 1/3 정도밖에 안된다. 그래도 나름 다들 들어가고 싶어 하는 국내 최대의 대기업에서 우리는 왜 다들 떠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