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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캔두 Oct 10. 2021

20세기에서 21세기로

전통의 상사업에서 게임회사로 이직한 썰

 지난 이직 이야기에 이어서 계속되는 첫 회사와 현 회사의 차이점 비교.

 사람 모여 일하는 곳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동일하지만, 다른 점이 정말 많다. 


1편은 여기

https://brunch.co.kr/@jycbhp/47


3. 내가 무엇을 입을지 왜 회사가 정하지?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에는 복장 규정이 있었다. 애매모호기 짝이 없는 '비즈니스 캐주얼'이라는 명목 하에 사 출근 시 복장이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복장으로 지적받은 일이 몇 번 있었다. 혹은 대놓고 뭐라 하지는 못하지만 색이 화려하다는 식으로 칭찬을 하는 듯 하지만 돌려까기인 경우도 많았다. 내가 엄청 짧은 핫팬츠를 입고 갔다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다. 회사 갈 때만 입는 옷과 주말에 놀러 다닐 때 입는 옷, 두 개씩 살 수도 없고 비즈니스의 경계에 있는 복장을 추구했었어서 그런 것 같다. 이런 경험들이 막연하게 IT나 스타트업에 가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만들었던 것인데, 과거에 <유퀴즈>에서 판교 직장인을 인터뷰한 장면이 더 불을 지폈달까. 판교의 회사에 다니는 그 직장인은 캡 모자를 쓰고 있었다. 유재석 님이 '모자 쓰고 출근하면 팀장님이 뭐라 하지 않냐, 괜찮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는데 그분이 '팀장님도 모자 쓰고 다니신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아, 저런 회사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게임회사 첫 출근 날 걱정을 했던 것 한 가지가 바로, '나 혼자 너무 꼰대 같으면 어떡하지?'. 그전까지 한국의 전통적인(?) 대기업에서만 직장생활을 7년 했으니 나의 가치관이나 잣대 같은 것들이 너무 달라서 꼰대가 되면 어쩌나 해서ㅋㅋ 복장도... 아무리 그래도 첫날인데 너무 편하게 입고 가면 좀 그럴 것 같은데 그렇다고 너무 포멀하게 입고 가면 이상할 것 같고...? 괜한 걱정이었다. 아무도 내가 뭘 입고 오는지 관심도 없고, 포멀한 룩이든 편한 룩이든 여기서는 어떤 것을 입고 와도 다 괜찮은 것.


4. 굶기지 않는 회사 (삼시세끼, 그리고 빵빵한 간식과 맥주까지)

 나는 먹을 걸 좋아한다. 먹짱이자 돼지보스. 그리고 집중해서 일 열심히 하다 보면 다 당 딸리지 않아요? 그렇기에 간식은 필수임! 이전 회사에서는 정수기와 커피머신만 기본으로 있었다면, 지금 이 게임회사는 편의점 수준의 냉장고와 간식이 층마다 있다. 전에 <집사부일체>에서 카카오 게임즈가 나온 적이 있는데, 카카오 게임즈에는 생맥주 기계가 있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게임업계는 워낙 간식이 빵빵하기로 정평이 나있길래 나도 기대를 했고, 친구들도 진짜 맥주 있냐고 많이들 물어봤다. 그렇게 이곳에서는 직원들의 삼시 세 끼(아침, 점심, 저녁을 무료로 제공), 그리고 당 충전과 시원한 맥주까지 책임진다. 첫 회사에서도 물론 아침, 점심, 저녁을 제공하는 퀄리티 높은 구내식당이 있었지만 식비 반반을 회사와 내가 나눠서 부담했다. 현재 정착한 곳은 아점저를 모두 제공! 먹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직장인 최대 고민이 오늘 점심 메뉴라고 하니 모든 끼니를 제공하는 것은 굉장한 복지이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 아닌가. 물론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들이 점심메뉴 고민에 쓰는 시간 등을 줄이는 등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5. 음악을 들으면서 일할 수 있음

이것도 진짜 충격적인 부분 중에 하나였는데, 회사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일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물론 전 회사도 야근할 때는 음악을 들으면서 일하긴 했다. 그런데 그것은 부장님이 부르면 바로 반응을 해도 되지 않는 야근할 때만 가능했던 것. 낮에 음악을 들으면서 일하는 건 전 회사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꿔본 일이었고, 음악 들으면서 일한다는 회사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나도 하루 종일 음악을 듣지는 않는데, 진짜 집중이 필요할 때 가사가 없는 악기 연주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하곤 한다. 




 그 외에도 다른 점들이 꽤나 많은데, 예를 들면 휴가는 승인이 아니라 단순 신청이다. 휴가를 올리면 어디를 누구와 같이 가는지 등등을 부서원 전원이 알게 되는 수준이었는데, 여기는 그럴 필요도 전혀 없고 업무 스케줄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 자율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복지도 기혼자 위주의 복지보다는 미혼을 위한 복지를 많이 제공한다. 


 많은 차이점들을 생각해보고 글로 정리해보니, 결국 이 모든 차이점은 두 가지 큰 차이에서 기인하는 게 아닌가 싶다. 


 첫 번째는, 회사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령대가 다르다. 전통산업인 상사와 기술발전 최전선에 있는 게임회사이다 보니 어디가 더 연령대가 낮을지는 자명한 일. 새로운 세대가 많은 만큼 본인들의 목소리를 내고, 불합리한 것에 참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참지않긔 이런 느낌. 한편으로는 결과를 오래 기다려서 받는 것은 참지 못하고 (혹은 믿지 못하고) 당장의 결과치를 원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평등' 혹은 '공평'하지 않은 것을 못 받아들인다는 느낌도 들었다. 


 두 번째는, 창업자가 이끄는 회사인지 신입사원으로 시작해서 입지전적으로 대표가 된 CEO가 이끄는지. 이 요인도 많은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흔히들 삼성 임원을 샐러리맨의 꽃이라고 하는데 꽃은 결국 시들기 마련이라... 절대 그분들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위치가 다르니 생각도 행동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는 생각한다. 다만 시대가 바뀐 만큼 능력있는 사람들을 입사하게 하려면 바뀌어야한다고도 생각한다. 


공채 입사 시기 기준으로 7년 반이 지난 지금, 같은 회사에 남아 있는 동기들은 1/3 정도밖에 안된다. 그래도 나름 다들 들어가고 싶어 하는 국내 최대의 대기업에서 우리는 왜 다들 떠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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