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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l 16. 2024

나눔 → 감사 → 관계

강산아, 오늘은 누나 학교에 착한 공연팀이 방문을 했어.

한화은행 주최로 펼쳐진 경제 뮤지컬이었는데, 참 유익하더라.

재미도 있고, 웃음 포인트도 있고, 무엇보다 어린 학생들이 소비, 저축 등 경제 개념에 대해 이해하기 쉽도록 스토리가 전개되더라고.

한화그룹은 매년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달력을 후원해 주는 기업이라서 친숙해.

지금 누나 책상 위에 서 있는 탁상용 달력도 한화 작품이네.

 여섯 명의 배우가 출연했어.

캐릭터 복장을 한 배우들을 학생들이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시간과 무대 해설이 제공되는 특화된 공연이었어.

서울에서부터 장비를 싣고 배우들이 내려온 거야.

학생들은 편안히 일상 공간에서 무료로 양질의 공연을 관람했지.

종종 이렇게 ‘찾아가는 …’이라는 타이틀로 공연팀이 학교를 방문해.

몇 번의 음악회가 기억나는데 뮤지컬은 처음인 것 같네.

고마운 발걸음들이야.

우리 학생들 더러는 평생 공연장 한 번 가 볼 기회가 없는 친구들도 있거든.

이렇게 교내에서 행사가 성사되면 학생들은 문화 체험뿐 아니라 공연 관람 예절도 학습할 수 있잖아.

 극 중 주인공 제크에게 세 가지 문제가 주어졌어.

그것을 풀지 못하면 평생 벌레로 살아야 하는 거야.

다름 아닌 ‘돈 벌 레’

수업 시간 학습목표 확인하듯 세 가지 문제에 대한 답을 강조했어.

‘돈은 꼭 필요한 곳에 쓰기’

‘같은 물건이라도 꼼꼼하게 살펴보고 사기’

‘남을 위해서도 쓸 줄 알기’

 돈은 흥청망청 쓰면 안 된다고 등장인물들이 말했어.

‘흥청망청’이라.

내 귀에 확 꽂히더라.

딱 하루만 앞뒤 생각 않고 폼나게 돈 좀 써봤으면….

매일 ‘토스해서 1원이요, 5원이요, 10원이요…’.

모우는 일개미에게 ‘흥청망청’은 차라리 소원이로세.

 누나 세상만사 별 관심 없는 사람이잖아.

이런 사람도 누릴 수 있도록 끝까지 떠먹여 주는 어떤 친절이 있어.

가령, 누나 근무하는 특수학교에 대대적으로 공기청정기를 제공한 LG.

LG는 상남도서관이라고 시각장애인 도서관도 운영해.

SK텔레콤은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이라고 누나가 매일 청취하는 화면해설 방송이며 신간도서, EBS교육방송 등 어마무시한 콘텐츠를 들을 수 있는 앱을 만들어 제공하고.

‘금호석유화학’에서는 매년 시각장애인들에게 흰 지팡이를 후원해.

‘삼성안내견학교’는 너의 고향이잖니.

예전에 누나 대학생일 때 스키캠프도 ‘보강 피닉스 파크’에서 체험했었는데….

지금 떠올려도 꿈만 같다는….

고 이건희 회장이 당시 장애인 체육회 수장이었잖아.

 미처 누나가 모르는 선행도 많을 거야.

강산아, 이 사회에는 ‘장애인 고용 장려금’이라는 것이 있어.

기업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면 국가에서 지원금을 주는 거지.

그런데, 웃픈 것이 여자 전맹 장애인 장려금이 제일 높더라.

몰랐는데, 내가 비싼 사람이더라고.

‘장애인 의무 고용제’도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체에서는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거야.

의무이기 때문에 이행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해.

왠지 ‘장애인’은 ‘강제’의 영역이 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접점이 더 많아지면 좋을 텐데….

누나는 개인적으로 ‘책’을 매개로 한 학생들의 만남을 꿈꾼단다.

같은 도서를 읽고 개별적인 생각과 의견을 나눔으로써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서로에 대한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소망.

애초에 관계 형성 단초가 봉사활동과 그 대상이 아니라 그냥 너도나도 토론자.

같은 책을 읽고 소감과 생각을 나누는 대상으로서의 만남이라면….

독서는 정적이고 지적인 활동이라서 맹학생들도 충분히 참여와 표현이 가능하니까.

장애인에 대한 외형적 선입견이 생기기 이전에 내면의 소통이 가능한 경험을 공유한다면….

나 지금 뜬구름 잡는 얘기 하는 건가?

아! 강산이 밥 먹을 시간이라고?

그래 그래 맛있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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