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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l 19. 2024

옮긴이의 말이 차라리 현실판

                                                                                                                

다 읽고 보니, 『츠루카매 조산원』도 권남희 선생 번역작이었네.

한 여자가 엄마로 성숙해 가는 모습, 분만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썼어.

임신한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해,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위로받고 치유되는지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

 누나 지금 막 유주랑 전쟁을 한 판 치른 뒤끝이거든.

집에 들어오면 옷부터 갈아입고, 손발 씻는 게 정석 아니냐고.

초등1학년이 아니고, 중등 1학년이시잖아.

끈적끈적한 이 날씨에 교복 입은 그대로 책상 앞에 앉아 휴대폰 쥐고 있는 꼴이라니.

속이 터지는도다.

이제 어머니가 화를 내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서,

“내가 알아서 한다고.”

한 마디면 끝이로세.

반항기 충천한 이 소녀도 한 때는 엄마 뱃속에서 발차기했고, 분만 과정에서 태변을 먹었고, 탯줄이 목에 감겼다는 말에 온 식구 간이 철렁하여 가족분만실에서 수술실로 옮겨진 위급 상황을 넘어 열두 시간 진통 끝에 인형처럼 엄마 품에 찾아온 신비한 신생아 시절이 있었거늘.

 ‘아주 저 혼자 태어나고, 큰 줄 알아요.’     

권남희 선생의 말이야.

“나는 종종 생각한다. 오가와 이토의 소설은 판타지 소설이 아닐까 하고.

조산원 얘기를 읽다 보니, 까마득한 옛날 같기도 하고 바로 어제 일 같기도 한 딸아이 출산 때가 생각났다. 

츠루카메 조산원에서처럼 여왕 대접을 받으며 최고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 아기 낳는 공장처럼 줄줄이 누운 산모에 인턴과 레지던트들이 공부 삼아, 경험 삼아 시시때때로 왔다 갔다 하며 똑같은 질문을 하고 똑같은 내진을 해 짜증이 증폭되었던 병원이었다. “소리 지르지 마세욧!” “엄마가 그러면 아기가 더 힘들잖아욧!” “지금 힘주면 안 돼욧!” 하는 앙칼진 소리만 들으며 출산했던 기억.

엄마와 아이를 잇고 있는 탯줄 속의 영양분이 모두 아기한테 옮겨질 때까지 갓 태어난 아기를 엄마의 배 위에 올려놓는 츠루카메 조산원과 달리, “여자아이고요, 3.33킬로그램입니다” 하고 초록색 보자기에 둘둘 싸서 얼굴 잠깐 보여주고 쓱 데리고 간 게 다였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억울하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좀 더 대우받으며 출산을 했더라면 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이 더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암만요!

『스타벅스 일기』 완간하시는 데에 일등 공신이셨던 따님은 유주보다 0.3KG 튼튼하셨네요.

독립투사 모양으로 부모님에게 항거하는 딸의 사춘기.

이 또한 지나가겠지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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