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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정 Aug 13. 2022

최고의 선물

[마음치유 프로젝트 힐링칼럼 21]


  “민정아, 곧 생일이 다가오네. 작년처럼 너에게 필요한 걸 주고 싶어서 말이야. 혹시 갖고 싶은 게 있어?”


  이른 아침 20년 지기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메신저로 축하 인사를 나누고 선물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매번 얼굴을 맞대고 생일을 축하해주고 선물을 챙기는 친구였다.


  “음…. 다이어리가 필요하긴 한데….”


  “오케이, 접수!”


  수시로 끄적이고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보니 다이어리의 노트 공간이 오래가지 않았다. 겨우 두 세장 남짓 남아있어 다이어리를 사려던 참에 친구의 선물이라면 더없이 좋겠다 싶었다.

그 이후로도 연이은 질문들이 잇따랐다. 다이어리의 크기는 어떠한 게 적당한 지, 색상은 무슨 색이 좋은 지, 구성은 어떠한 것을 원하는지 등등 수많은 물음과 대답이 오가다가….


  “너무 복잡해. 머리 아파. 사이트 보내줄 테니 네가 알아서 골라.”


  “그건 돈만 결제해 주는 거지 선물이 아니잖아…. 그냥 내가 알아서 살게.”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해야 할 아침 시간, 우리는 그렇게 감정이 상해 있었다. 잘못을 저지른 이는 없는데 상처받은 마음만을 남긴 채….

좋은 마음으로 시작된 대화에 우린 왜 감정이 상했던 걸까. 어느 한쪽이 틀려서가 아니라 달라서 라는 걸 아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선물이라는 건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사주는 것이 아닌 선물하는 이가 받는 이를 위해 자신의 귀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 무엇을 사 주면 상대가 기뻐할지 깊이 생각하며 고르는 정성 어린 마음, 어떠한 선물이 내게 올까 하는 받는 이의 설렘과 기대감까지 포함하는 것.


그것과 더불어 선물을 사용할 때면 선물한 그가 떠오르면서 고마움과 그리움을 담은 그 마음이 가슴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것.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선물이라 여겼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친구의 입장을 짐작해보건대 그녀는 내가 직접 선택한, 본인이 원하는 맞춤 선물을 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것이 선물 받는 이에게도 만족도가 높고 시간적으로도 효율적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방법을 더 선호할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받을 수 있는 데다가 만족감까지 최상일 테니.


  그런데 만족과 효율보다는 마음이 우선인 사람이 있다. 상대의 마음이 전해지는 선물을 선호하는 사람. 나의 경우,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가 무엇을 좋아할지를 찾고, 나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기도 했다.

마음의 전달을 중시하는 사람은 값비싼 물건이나 유용한 선물보다 정성이 담긴 작은 편지 하나에 더 감동하는 법이다.


  그날 저녁,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찬찬히 서로의 생각과 감정들을 이야기 나눴다. 바쁜 아침 시간의 여유롭지 못한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 건데 그러하지 못했다고, 그럼에도 내게 줄 선물을 찾는 것이 귀찮고 성가신 일처럼 여기는 것 같아 서운했음을 고백했다. 선물이라지만 그녀가 돈만 지불하는 거라면 선물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고. 그래서 받아도 그다지 기쁠 것 같지 않았다고.


  친구는 분주한 시간이다 보니 여유는 없는데 이것저것 생각해서 나에게 딱 맞는 선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에 내가 흡족할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만 앞섰다고 했다. 오로지 내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얼른 사주고 싶었던 것에 마음이 쏠려있었을 뿐, 그 당시 그녀의 마음 또한 결국 나를 위한 마음이었다.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서운한 감정의 찌꺼기는 남김없이 사라지고 흐뭇한 웃음만이 남았다. 그래서 우린 서로에게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성향의 차이일 뿐이니까.


  우린 모두 다양한 모양의 마음을 품고 사는 제각기 다른 존재들이다. 그러하기에 상대를 위하는 마음에도 차이가 존재한다. 차이가 있어서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각각의 개성 어린 존재들을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윤활유가 되어준다고나 할까. 서로의 ‘다름’을 존중함으로써 깊은 ‘이해’라는 싹을 틔우고 ‘배려와 사랑’이라는 꽃을 피운다.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고 매끈하게 만들어준다.


  이 자체로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커다란 선물이 되어 내게로 왔다. 서로를 깊이 이어준 이번 생일 선물은 그래서 유독 더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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