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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정 Oct 14. 2022

외로움이 내 곁을 서성일 때

[마음치유 프로젝트 힐링칼럼 23]


  “격하게 외롭다….” 


  친구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쌀쌀해진 날씨에 옆구리가 시릴 때 즈음 찾아오는 그 감정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으니 그 말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 건 나도 이미 경험해 본 감정이기 때문일 테다. 그녀는 짧은 여섯 글자로 단번에 자신의 상황과 자신을 구제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긴급 신호를 알렸다. 


  취미 부자인 그녀가 지금껏 혼자서도 충분히 잘 즐기면서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은 의외의 반응이었다. 들어보니 최근 중학교 동창들과의 모임이 그 불을 지핀 모양이다. 같은 교실에서 출발해 비슷한 속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그 속도가 천차만별이다. 사실 삼십 대 후반에 접어드니 서로가 가는 길이 확연히 달라지긴 했다. 결혼한 친구들 사이에서 안 한 친구를 손꼽아보는 것이 훨씬 쉬운 편이랄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인에서 부부가 되었다는 거 말고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는데 그들이 부모가 되면서부터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미혼과 기혼의 라이프 스타일과 대화 소재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나도 그녀도 ‘결혼’이란 제도와 이토록 멀어질 줄은 몰랐다. 삼십 대에 접어들고 몇 년의 연애를 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결혼을 몹시 바란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부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속절없는 세월에 지금까지 남게 된 것. 그런 그녀가 부쩍 마음이 급해졌단다. 잠깐 사이에 마흔이란 숫자가 그녀를 덮칠 것만 같아 조바심이 난다고. 불현듯 찾아온 외로움에 의지할 수 있는 단짝을 얼른 찾고 싶어 적극적으로 이성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좀 어때? 그러한 사람을 찾았어?” 


  “이 사람이 내 사람일까 해서 몇 번 만나면 이 사람도 아니고 저 사람이 내 사람인가 해서 얘기를 나눠보면 또 아니더라고…. 여러 사람 만나보며 열심히 찾고 있는데 외로움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문득 쓸쓸해지고 한없이 외로워지는 순간이 나를 덮칠 때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그것이 과연 결혼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타인의 존재로 채워질 수 있는 감정인가…. 


  사실 결혼을 해서 채워질 감정이라면 기혼자들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건 아닌 듯하다. 언젠가 결혼과 관련된 기사에서 화제가 되었던 댓글이 있다. 


“싱글일 땐 외롭지만 결혼하면 외로운데 괴롭기까지 하다.” 


미혼자와 기혼자 양쪽에서 많은 공감을 얻으며 베스트 댓글로 등극되었던 웃픈 말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도 알 수 있다. 깊은 산속에서 홀로 생활하며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은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기는커녕 도시의 군중 속에 있을 때보다 삶이 편안하고 아늑하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그런데 나도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몇 년 전 바깥세상과 단절한 채 100일간 절에서 머무를 때가 있었다. 가족, 친구와도 연락하지 않고 인터넷, SNS와 거리를 둔 채 생활했는데 홀로 있어도 전혀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았다. 오직 나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낼수록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깊어졌고, 내면에서는 깊은 안정감과 평온함으로 가득 찼다. 그래서 알았다. 꼭 누구와 함께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이 활짝 열려 있을 때, 나 홀로 단단하게 서 있을 때는 내면이 충만하다는 것을. 내면이 충만할 때면 그저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라는 것을.  


  나의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대상을 찾아 공허한 마음을 달래 보려 하지만 그것을 채워줄 만한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더욱이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 그럴 땐 좋은 인연을 만나기보다는 잘못된 만남의 덫에 걸릴 경우가 크다. 그래서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타인에게 의지하거나 돈이나 명예, 사회적 지위를 좇기보다는 그때야말로 꽃에 물 주듯 내 마음을 정성스럽게 잘 돌보고 가꾸어야 할 시기다. 내 안에서 충족되지 않은 감정을 해결해 줄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나보다 날 사랑해 줄 사람 없고 나보다 날 이해해 줄 사람은 없으니까…. 나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상대와 함께 해도 행복할 수 있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고 칭찬받고 위로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그것을 다른 누군가가 해 주길 기다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당장 해 줄 수 있는 ‘나’에게서 구하는 것이 어떨까. 내가 그토록 받고 싶었던 사랑과 그리도 듣고 싶었던 칭찬과 격려의 말을 내가 나에게 아낌없이 들려주는 것이다. 내가 나를 극진히 대할 때 공허함과 외로움은 자취를 감춘다. 그 자리에 움츠려있던 마음꽃이 봉긋하게 피어오른다. 

나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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