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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정 Dec 18. 2022

행복을 잊은 그대에게

[마음치유 프로젝트 힐링칼럼 25]

12월이 시작됨과 동시에 느닷없이 한파가 우리를 급습했다. 하루 만에 15도 이상의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영하의 강추위가 몸과 마음을 꽤나 놀라게 했다. 칼바람과 함께 스산한 마음이 찾아오기 쉬운 이때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출근길 운전을 하고 가던 중에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막 쏟아지는 거예요.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하는 의문도 생기고….

딱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행복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자기 분야에서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이 뜻밖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이 의외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자존감 교실’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러한 심정을 털어놓는 이들을 꽤 많이 만났으니까. 치열했던 20, 30대를 보내다가 불현듯 알아차린 이 감정에 많은 이들이 매우 놀라기도 하고 몹시 혼란스러워했다.     


삶의 격랑 속에 시련이 찾아든 것도 아닌데 그게 무슨 배부른 소리인가 싶겠지만 문제가 없는데도 마음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 역시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있어서 해결책이 보이면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되겠지만 문제가 없으니 풀어야 할 답도 없는 것처럼 뿌연 안갯속에 가리어진 기분이 들 땐 그것만큼 답답한 것이 없다. 삶의 기쁨을 느끼지 못한 채 자꾸만 헛헛하고 공허하기만 한 심정의 표현일 테니.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사유하게 되었다.


‘행복이란 게 뭘까?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진다면 궁극의 행복에 다다를까?

그것에 이를지라도 그 행복이 지속될 수 있을까?’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정의가 다르고 자신이 추구하고 지향하는 이상이 다르다. 내가 원하는 바를 모두 갖추었을 때 최고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오랫동안 소망하고 원하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를 떠올려보라. 그 당시엔 한없이 기쁘고 큰 행복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 길어봐야 며칠 몇 달에 그치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 않던가. 그렇게 외부에서 얻어진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하물며 삶을 살면서 내게 팡파르가 울려 퍼지는 멋진 일이 1년에 고작 몇 번이나 될까. 365일 중 360일 이상의 평범한 날들을 보낼 것이다. 그래서 100년 가까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그러한 극적인 몇몇 순간을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당장 행복이란 감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마음습관이 필수적이라는 것도.

평범한 일상에서의 기쁨을 찾는 것, 감사한 일에 크게 기뻐하는 것, 사소한 것에 깊이 감동하는 것.     


나는 매일 아침 길을 나설 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마주한다. 나의 하루를 응원해주는 듯한 파란 하늘과 산뜻한 인사를 나누며 오늘의 희망을 채운다. 창가에 드리운 햇살을 발견할 때 그 아름다운 반짝임에 나도 같이 환한 미소를 짓는다. 점심시간 짬을 내어 상쾌한 바람과 함께 산책할 때에도 즐거운 마음이 샘솟는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편안한 향을 담은 양초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마음을 고요히 할 땐 내면에서 따스한 행복이 차올랐다.


이처럼 소란스럽지 않고 은근하게, 그렇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면 하루에 몇 번씩, 꽤나 많은 시간 동안 행복감에 젖을 수 있다.     


행복이란 것이 특별히 무엇을 해야만 얻을 수 있을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거창하고 화려한, 강력하고 들뜬 감정의 어느 순간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 내 안의 평온을 즐길 수 있을 때 은은하고 그윽한 행복이 언제나 나를 감싸고 있다.


굳이 무언가를 성취하고 성공이라는 목표를 앞세워 정신없이 달리고 있을 때보다, 어떠한 것을 갈구하고 욕망하며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행복은 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 있다.  

   

행복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잃어버린 것도 아니다. 단지 내게 주어진 행복들을 내가 잠시 잊은 것뿐.


그러니 이미 주어진 행복의 순간들을 얼마나 느끼며 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건 어떨까.

그동안 그토록 찾기 어려웠던 건 행복을 쟁취하고 도달해야 할 어려운 과제처럼 여긴 것은 아니었을까.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데, 이미 여기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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