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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정 Apr 22. 2023

내 미래는 지금의 상황과 상관이 없다

[마음치유 프로젝트 힐링칼럼 29]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바로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깊은 절망의 수렁 속에 갇혀있을 때….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고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이러한 시간들이 이따금씩 우리 인생에 찾아온다.      


  멀리 사는 중학교 동창에게서 연락이 왔다. 고향에 내려오면 어김없이 얼굴을 보고 담소를 나누는 사이인데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런데 평소에 술을 잘 못하는 그녀가 대뜸 맥주 한 잔 하자고 연락이 왔다. 1년에 술 마시는 날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거의 마시지 않는 친구에게서 그런 말이 나온 건 정말 술이 고파서라기보다는 답답하고 힘든 마음의 발로이지 않았을까. 그녀를 만나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얼른 차에 태워 좋은 곳이 있다며 운전대의 방향을 바꿔 가까운 바닷가로 향했다.     


  행선지를 모르고 도착한 그곳에서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니 그녀는 조금 놀라는 듯했다. 그러나 철썩이는 파도가 그녀를 이끌기라도 한 것일까. 일렁이는 물결이 손에 닿을 만한 곳까지 말없이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러고는 끝도 없이 펼쳐진 어두컴컴한 밤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다. 

30여분이 지났을까. 속이 좀 후련해진 것인지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모래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그녀가 말을 꺼냈다.     


  “이러다 영영 일어나지 못할까 봐, 이런 상황이 지속될까 봐 너무 겁이 나!”     


  현재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는 친구가 많이 불안해했다. 몇 개월 전부터 심각한 슬럼프가 찾아왔는데 아무리 빨리 벗어나려 발버둥을 쳐봐도 소용이 없다고, 계속 혼란만 가중될 뿐이라고….     


  누구나 인생의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된다. 생각지 못한 불의의 사고, 믿었던 사람의 배신, 경제적 파탄, 여러 가지 뼈아픈 실패들…. 

그러한 것을 경험하고 나면 꽤 오랫동안 아프고 깊은 상처를 남긴다. 할퀴고 찢긴 마음은 그것이 끝이 아니라 지독한 슬럼프를 겪게 되기도 하고 극심한 무기력증에 빠지기도 한다. 


  도무지 해결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을 땐 자연에게서 답을 찾는 것이 훨씬 쉽다. 눈앞에서 본 파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파도의 물결이 언제나 거칠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걸. 때론 성난 듯이 거센 파도가 밀려오기도 하지만 차분하고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의 시간도 있다.  

큰 태풍이 휘몰아칠 때를 떠올려 봐도 그렇다. 전봇대가 쓰러지고 하천이 범람하고 집이 무너져 내리는 정도의 큰 강도의 태풍이 갑작스럽게 우리 삶을 침범하기도 하는데 며칠이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부신 해가 비추고 맑게 갠 날씨들이 이어진다.     


  이처럼 우리의 인생에도 거대한 난관이 들이닥친다. 삶에 거친 파도나 바람이 몰아치면 우리 또한 흔들릴 것이다. 튼튼한 나무와 집, 전봇대마저 큰 태풍 앞에 버티지 못하기도 하는데 하물며 사람은 어떠하랴. 아무리 건강하고 단단한 사람이라도 내 인생에 찾아온 큰 어려움 앞에서 아무렇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내 삶에 큰 소용돌이가 찾아왔을 때 흔들리고 주춤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겁내기보다 그 흔들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폭풍 속을 걷고 있는 나 자신은 많이 걱정되고 두렵겠지만 절대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 지금의 이 시기가 영원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이 어렵다고 해서 내 미래가 어두운 것이 아니다. 절대 비관하지도,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 결코 내 미래는 지금의 상황과 상관이 없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더라도 이럴 땐 나를 믿어줄 용기와 지혜만 있으면 된다.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 한, 나 자신을 믿고 기다려 줄 수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인간은 생각보다 강한 존재이고, 우리가 이겨내지 못할 시련 따위는 없으니까. 그러니 이 시간 앞에 주눅 들지 말고 당당히 이 시간들을 견뎌냈으면 좋겠다. 이 시기가 지나면 곧 내 삶에도 밝은 빛이 떠오르고 눈부시게 맑은 그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기억하면서.      


  잠깐 찾아온 태풍의 위력은 짧고 굵지만 그 후폭풍은 오래간다. 강도가 클수록 단번에 회복되지 않고 복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날 급습한 삶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과 믿음을 유지하면서 곧 지나갈 그 시간을 기다려주라. 그러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충분히 멋진, 근사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이것으로 인해 예전보다 더 단단하고 강인한 사람으로 우뚝 성장한 나를 만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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