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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달 Jul 08. 2023

엘리멘탈의 앰버와 웨이드는 잘 살고 있을까

반대에게 끌린 부부의 뒷이야기

지난 주말, 디즈니 픽사 만화 <엘리멘탈>을 보고 왔다.

픽사 만화는 그림도 좋지만, 내포하고 있는 메세지가 어찌보면 성인들에게 와닿을 때도 많아서 아이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듯하다.


영화는 4원소인 불, 물, 공기, 흙. 이렇게 다른 성질의 원소들이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불인 앰버와, 물인 웨이드로. 불인 앰버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아빠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를 물려받을 예정이다. 불로 이루어진 이 가족은 다른 원소와 먹는 음식도, 문화도, 모국어도 다른 민족으로, 이민자 2세대인 앰버는 엘리멘트 시티에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의 꿈보다 아빠의 꿈(가게를 승계하는)에 자신을 맞추어 살아가려고 애쓴다. 웨이드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성질을 가진 캐릭터로, 이 도시에서 물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주류계층으로 보인다. 그들은 대형 스테디움에서 운동경기를 관람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고층 빌딩에서 거주하며 여유로운 삶을 보낸다. 이렇듯 다른 불과 물의 모습은 미국 사회의 백인과 그외 다양한 이민자들의 사회를 나타내는 듯했다.


기대만큼이나 영화는 의미있으면서도 재밌었다.

누군가는 앰버의 모습에서 가족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자신을 가족에게 끼워맞추는 K-장녀의 모습을 보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웨이드 가족이 아무런 편견 없이 앰버를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좋았다고 했다.

나로 말하면.. 영화가 좋았던 것은 물론이고,

서로 다른 성질에 끌리는 앰버와 웨이드에게서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았다.


불같은 나와 물같은 남편이라고나 할까. 자라난 도시도, 가정환경도, 성격도, 가치관도 다른 우리 두사람.

다른 성질에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자연스럽게 이끌린 우리는 남들처럼 평범한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을 했고 무려 11년차 부부로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 다른 우리 두 사람을 적당히 닮은 아들 둘을 키우며 나름 평탄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가끔은 서로의 다름이라는 간극을 메우지 못하고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때도 있다.


모든 사람이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겠지만,

대구 여자면서 기본적으로 성격이 불같은 나는 다정하고 섬세한 서울 남자인 남편에게 끌렸던 것 같다. 그러나 결혼 생활이라는 것은 연애시절의 애정만으로 지속하기 힘든 것이라는 걸... 결혼한 부부들은 모두 알것이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과 생활 속속들이 부딪히는 작은 일들이 생길 수 밖에 없고, 그 외 아이들 육아, 교육, 가정경제, 가족행사, 부모님과 관련한 일 등 큰 이슈들도 빵빵 터진다.


취미나 취향도 너무나 달라서, 불 같은 나는 집밖을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물 같은 남자인 남편은 집에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는걸 좋아한다. 나는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술마시는 걸 좋아했다면, 남편은 클래식을 들으며 집에서 기타치는 걸 좋아했던, 너무 다른 우리 둘.

그런 두 사람이 11년을 함께 살다보니 나는 집에서 뉴에이지를 들으며 책을 읽는 사람이 되었고 남편은 몰랐던 여행의 맛을 알게 된 정도로 변화했다.

불 같았던 나는 자연히 화력이 조금 줄었고, 웨이드처럼 감성적이었던 물 타입 남편도 불 같은 여자 곁에서 점점 온도가 미적지근한 물이 될 수 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앰버와 웨이드의 사랑이야기를 보면서, 그들은 불과 물 본연의 성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서로 사랑하길 바랬지만 한편으론, 지금 우리 가정의 모습도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은 든다. 사랑의 모습은 다양한 것이니까. 화력이 준 불에게도 마음속 어딘가엔 꺼지지 않은 불꽃이 있고, 미지근한 물에게도 시원하게 흐르고 싶은 감성이 아직 있을테니.

또한, 반대되는 성향의 두 남여가 그것을 맞추느라 변화한 모습 그 자체가 어찌보면 더 큰 변화아닐까. 서로를 맞추느라 지금은 비록 예전과 다른 모습이 되었지만, 그런 변화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며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이 있을거라고... 희망을 가져본다.  


영화 대사들도 훌륭했지만, 마음을 움직이게 한 멋진 리뷰를 마지막으로

우리가 만든 무지개 속으로 오늘도 뛰어들어가야겠다.



 겁도 없이 너에게 뛰어들었고 우린 무지갤 만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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