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빛달 Aug 21. 2023

음식으로 이어지는 마음

아이와 함께한 식사시간

뜨거운 여름. 타는 듯한 햇볕과 폭염을 뒤로하고,

어느새 아이의 여름방학이 끝났다.


아이 학교는 여름방학은 3주 남짓 짧게 가지고, 겨울방학 동안 장장 60일을 쉬며 석면공사를 한다고 한다.

아직은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학교에 가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시원 섭섭한 마음을 달래본다.


내가 어렸을 때처럼

방학 시작 전에는 무언가 대단한 것을 성취하기라도 해야한다는 듯

아이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봐야지 열심히 계획을 했건만 그런 마음이 무색하게도 짧은 방학은  휘리릭 지나가버리고, 뒤돌아보니 어영부영 지나간 시간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뒹굴뒹굴한 시간들도 네가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시간들이리... (대부분이 그런 시간이라 아쉽긴 하지만;;) 생각하며 합리화를 해본다.

여유롭고 잉여로운 시간들 가운데 그래도 내가 빼먹지 않으려 노력한 것이 있다면, 아이와 함께 하는 식사 시간이다. 그 식사가 집밥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사실 매번 다른 메뉴로, 갓 만든 밥을 먹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돌밥 돌밥 이라는 말 뒤엔, 누군가의 수고로움과 노동이 깃들여 있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나 잘 아는 아이둘 엄마가 되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력이 되면 열심히 해먹으려고 노력했다.

한 그릇 위주로 잔치국수, 김치볶음밥, 콩국수 등 아이와 이것저것 해먹은 식사시간의 기록들.


이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자니,

유난히 국수를 자주 해주셨던 엄마 생각이 난다.


멸치, 무, 다시마 넣고 은근하게 끓여 우려낸 육수에,

파르르 끓으면 냉수 마찰 한번 해서 쫄깃하게 익혀낸 소면과

호박, 계란을 곁들여 낸 잔치국수.

거기에 잘 익은 김치와 파 송송, 고추가루, 간장 섞어 만든 엄마표 양념을 끼얹어 먹으면

이 보다 행복할 수 없었던 기억.


그 기억을 되살려 나도 엄마표 잔치국수를 흉내내 보지만,

분명 재료는 비슷한데 맛은 묘하게 그 깊은 맛이 아니다.

형편이 어려울때 잔치국수집을 운영해야 하나 고민할 만큼 맛있었던 엄마의 손맛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리.


하지만, 어린 나에게 맛있게 집밥을 차려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과

내 아이에게 배부르고 건강한 밥을 챙겨주고 싶은 나의 마음만은 이어져있으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를 먹이던 엄마의 다정한 마음을 이어받아, 이제 내 아이를 거둬먹이는 마음.

그 마음이 모이고 모여 언젠가 내 아이도 다른 존재를 챙겨주겠지.


사실 세상은 그런 이어진 마음들의 조각으로 이뤄진건 아닐까.

밥은 먹었니 라는 말은 누군가의 그런 마음을 받았니 라는 말과 동의어는 아닐까.

각박하고 흉악한 일들로 얼룩진 시대와 동떨어진, 순진한 생각을 해본다.

그런 순진한 생각들이 모여 조금이라도 다정함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 먹는 밥이 맛있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