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빛달 Jul 22. 2023

함께 먹는 밥이 맛있는 이유

함께 하는 일상이 좋은 이유

두 아이가 방학을 맞이했다.

이로서 온전한 나의 오전시간은 파사삭... 부서지고, 아이들과 함께 뜨거운 여름을 보낼 예정이다.


사실 아이들이 학교, 유치원 가고 없는 오전 시간에도 그냥 누워서 쉬는 편은 아니다.

운동 하거나 책 읽고, 인스타에 책 리뷰 올리거나 브런치에 끄적끄적 하다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돌아오고 하나 둘 아이들이 집으로 오는 일상.


아이들이 돌아오면 나의 시간은 짜투리 시간으로 나뉠수 밖에 없다.

책 읽다가도 "엄마~" 하고

글 쓰다가도 "엄마~" 하고

별일이 없어도 "엄마~" 하는 아이들

그 "엄마~"라는 소리에 내 일상은 분절되고,

조각 조각 나뉜 시간을 퀼트처럼 짜맞추다보면 하루가 지나간다.

아이가 만화 보는 동안 저녁을 만들고

아이가 숙제하는 동안 청소, 빨래를 하는 식으로.


그렇게 만들어낸 퀼트같은 일상 중에서도 혼자 먹는 점심 시간은 가끔 적응이 안될 때가 있다.

대체로 아이들이 남긴 아침반찬(아침에도 반찬 여러개 차려 주는 편...;;)에다가 밥만 더 떠서 먹거나, 냉장고에 남은 음식들로 점심을 떼우곤 하는데. 그래서인지 혼자 먹는 점심은 참 맛이 없다.

그렇다고 혼자 먹자고 맛집 배달이나 포장을 해오기도 그렇다보니

(그렇게 해도 되는데, 왜 그게 잘 안되는걸까. 착한 주부 컴플렉스일까)

매번 간단하게 먹게 된다.


방학이 임박한 지난 주에도

아이들이 남긴 반찬과 냉장고에 있던 음식들로 점심상을 차리고 먹으려던 찰나.

혼자 먹는 밥이 맛이 없는 이유를 깨달았다.

막 데워서 식탁에 올려놓은 반찬이 아닌, 다 식은 반찬은 온기가 없이 싸늘하게 식어버려 음식의 풍미를 상실한 채였고,

아이들의 쫑알쫑알 이야기 나누는 소리와 오물오물 밥 먹는 모양새가 없는 식탁 어디에도 온기가 없었다.

결국 음식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온기의 문제였나보다.

온기는 없지만.. 혼자서도 잘 챙겨먹는편ㅎㅎ

그렇게 퀼트를 꿰매고 꿰매던 어느 저녁,

남편은 회식이 있다 해서 아이들과 오랜만에 외식을 나섰다.

냉동 삼겹살을 파는 식당. 배가 고팠는지 아이들은 고기가 익자마자 허겁지겁 입으로 넣기 바쁘다.

막 구운 고기는 내가 봐도 김이 모락모락나는 것이 군침이 돈다.

아이들 구워주느라 고기 한점도 못먹고 있는데, 큰 아이가 내 입에 고기 한점을 넣어주고

그 모습을 보고 질세라 둘째도 "엄마 먹어" 하며 고기를 넣어준다.

고기 먹느라 쉴새 없이 움직이는 아이들의 입과 엄마 고기까지 챙겨주는 예쁜 손들.

그 모습이 예뻤는지 계란찜 서비스도 챙겨주신 사장님의 센스까지.

온기로 가득차 완벽한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가 아이들을 보듬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지켜내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비록 내 시간은 조각조각 나지만 내 마음은 충만해지고, 아이들이 내 게으른 몸을 일으키고 움직이게 한다. 그런 시간이 없다면, 나는 너무나 무력한 채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퍼즐 몇개가 빠진 것 같던 내 일상이 아이들과 남편의 복귀로 비로소 완성되는 듯한 느낌.


자유부인이 되어도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는 나를,

11년간 내 몸과 마음에 새겨진 '엄마'라는 정체성은 지워지지 않음을,

이제야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이제 혼자 먹고 싶어도, 세 끼를 붙어 있어야 하는 여름방학이 온다.

나를 살게 하는 온기로 가득하다 못해... 뜨거워서 지칠지도 모르는 방학 동안

또 잘 지내보아야지. 아이들이 개학하면 또 온기 없는 식탁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테니..

매거진의 이전글 남이 해주는 음식이 더이상 맛있지 않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