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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아빠 Nov 11. 2024

이틀만 폐인처럼 살자


"범사에 감사하라" 

누구나 한번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성경 말씀이다. 


범사(凡事) - 말 그대로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뜻인데 아무리 성경말씀이라도 이건  실현불가능 한 미션이다. 삶에 좋은일만 가득하면 당연히 감사할 수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모든 일'  즉 사업이 망하고 건강이 악화되고 억장이 무너질만한 억울한 일이 생기고 회사에서 짤리고 가족간의 불화가 생기거나 아이들이 사고를 칠 때,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할때, 모든 종류의 죽고싶은 순간이 왔을 때 감사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잠이 오지 않고 가슴이 답답한것이 정상이다. 감사? 불가능하다.


근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좋던 싫던 인정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성공의 폐는 결국 여기서 갈린다는 것이다. 감사하는 사람들이 결국엔 성장을 한다.


호주 유학시절 믿었던 친구라고 생각했던 놈에게 모아 두었던 한학기 등록금 전부를 빌려 주었던 적이 있다. 타지에서 힘이 되어주던 녀석이었고 한번도 나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던 터라 1주일만 쓰고 돌려준다는 말에  아무런 의심없이 5,000불이 넘는 돈을 빌려주었다.


그리고 이틀 후 그 색휘는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고 한국으로 빤스런  도주를 하고 말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고 숨이 쉬어지지 않고 죽고싶단 생각까지 들었다. 5년 넘게 끊었던 담배를 이틀동안 6갑을 피고 이틀내내 술만 마시고 울었다. 욕을 하고 하늘을 원망했다.  이틀간 그랬다. 그게 다였다.

3일째 되던 날 면도하고 머리자르고 일을 구하러 다녔다. 학교 시간과 잠자는 시간빼고 하루 3시간 자며 3~4개의 일을 했다. 그 모습을 본 교수님이 등록금을 빌려주시고 친구들이 빌려주고 누나, 형들이 빌려주었다. 수업시간에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잠은 버스에서 잤다.  그리고 보니 학교 전체에서 제일 열심히 일하는 학생중에 하나로 뽑혀 호텔도 취업하게 되고, 영어시험도 제일먼저 합격을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훌쩍 성장하게 된 것이다.


그 밖에 취업 사기를 당한일, 믿었던 직장상사에게 뒷통수 맞은일, 가정적인 문제로 일을 하지 못해 6개월간 수입없이 카드깡으로 버틴 일 등 죽고 싶었던 일들은 많았다.  당연히 감사할 수 없었다. 술마시고 화내고 욕하고 폐인처럼 살았다. 딱 이틀간만....


감사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X 같은 일이 벌어져도 , 죽고싶은 일이 생겨도 뜻대로 되지 않아도 딱 이틀만 힘들어하고 할 수 있는 걸 찾자. 욕한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계속 승승장구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언컨데 아무도 없다. 


좋던 싫던 거기서 승패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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