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도서관에서 간식
21번의 맞은편 자리는 26번이다. 26번에도 지킴이가 있다. 그녀는 주로 이어폰을 끼고 앉아 무엇인가를 본다. 아쉽게도 맞은편에 자리한 나는 그녀가 무엇을 보는지 짐작만 할 뿐이다. 영어로 된 종이가 있어 ‘영어 관련된 것을 보는가 보다’로 추측을 한다. 그리고 보는 도중에 1회용 견과류를 꼭 먹는다.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를 방출하면서 오물오물 씹는데 정작 그녀는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이어폰을 끼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낸 소리가 얼마나 큰지를...
이 도서관의 같은 층에는 휴게실이 있다. 휴게실에서 간단한 음식은 먹을 수 있다. 도시락을 먹는 사람, 커피와 빵을 먹는 사람 또는 게임을 하면서 과자를 먹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다양한 소리가 난다. 물론 이곳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면서 '고구마 깡' 같은 스낵류를 한 봉지 펼쳐놓고 아주 맛있게 먹는 것을 가끔 본다. 휴게실인지라 먹는 소리는 인지가 되지 않지만 시각적으로 확 드려 나는 것이라 내 침샘을 한껏 자극한다. 그것을 목격한 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다음날 나도 과자를 사게 된다. 물론 먹은 후에 속이 안 좋아 꼭 후회를 하지만 후회 전까지는 매번 잊어버려서 반복하게 되는 나이다.
도서관에 있다 보면 배가 더 고프고 무엇인가 먹을 것이나 마실 것을 더 찾게 된다. 몰입이 되지 않거나 또는 공부가 정말 하기 싫을 때 나타나는 첫 번째 증세이다. 가짜 배고픔 증세를 가지고 먹다 보면 배가 불려 오고 뒤따라오는 잠까지 어찌 못해 꼬박꼬박 존다. 앞에서 나는 바스락 소리에 비몽사몽 한 정신줄을 잡아 보려고 눈에 힘을 주어서 실눈을 뜬다. 1회용 견과류 글씨와 26번 자리 번호가 희미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