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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경주 Oct 17. 2024

도서관사람들

02. 도서관에서 간식

02. 도서관사람들

21번의 맞은편 자리는 26번이다. 26번에도 지킴이가 있다. 그녀는 주로 이어폰을 끼고 앉아 무엇인가를 본다. 아쉽게도 맞은편에 자리한 나는 그녀가 무엇을 보는지 짐작만 할 뿐이다. 영어로 된 종이가 있어 ‘영어 관련된 것을 보는가 보다’로 추측을 한다. 그리고 보는 도중에 1회용 견과류를 꼭 먹는다.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를 방출하면서 오물오물 씹는데 정작 그녀는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이어폰을 끼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낸 소리가 얼마나 큰지를...

이 도서관의 같은 층에는 휴게실이 있다. 휴게실에서 간단한 음식은 먹을 수 있다. 도시락을 먹는 사람, 커피와 빵을 먹는 사람 또는 게임을 하면서 과자를 먹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다양한 소리가 난다. 물론 이곳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면서 '고구마 깡' 같은 스낵류를 한 봉지 펼쳐놓고 아주 맛있게 먹는 것을 가끔 본다. 휴게실인지라 먹는 소리는 인지가 되지 않지만 시각적으로 확 드려 나는 것이라 내 침샘을 한껏 자극한다. 그것을 목격한 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다음날 나도 과자를 사게 된다. 물론 먹은 후에 속이 안 좋아 꼭 후회를 하지만 후회 전까지는 매번 잊어버려서 반복하게 되는 나이다. 

도서관에 있다 보면 배가 더 고프고 무엇인가 먹을 것이나 마실 것을 더 찾게 된다. 몰입이 되지 않거나 또는 공부가 정말 하기 싫을 때 나타나는 첫 번째 증세이다. 가짜 배고픔 증세를 가지고 먹다 보면 배가 불려 오고 뒤따라오는 잠까지 어찌 못해 꼬박꼬박 존다. 앞에서 나는 바스락 소리에 비몽사몽 한 정신줄을 잡아 보려고 눈에 힘을 주어서 실눈을 뜬다. 1회용 견과류 글씨와 26번 자리 번호가 희미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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