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그들만의 방식
누군가에게는 최애의 피서 장소이다. 공공도서관에서는 팡팡한 에어컨의 시원함과 정수기의 시원한 물까지 무료이다. 내가 가는 도서관에는 유독 노인들이 많다. 휴게실, 학습실 그리고 열람실에도 진을 치고 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굳이 보지 않아도 그들의 움직임이 '나 왔어'라는 듯이 각자의 방식으로 소리를 낸다.
휴게실의 터줏대감은 학습실 문을 열기 전인 7시부터 9시까지 이 공간에 존재한다. 그는 2시간 동안 두 가지 행동을 한다. 첫 번째는 손에 책을 들고 읽는다. 책장을 아주아주 천천히 넘기는 걸 보아서는 정독을 하는 건지 음미를 하는 건지 또는 추억으로 빠져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지 모드가 많다. 두 번째는 정말 못마땅한 부분이다. 그는 날달걀 두 개, 모닝빵 서너 개와 스테인리스로 된 큰 컵에 담긴 물(정확하게 무엇인지 알 수 없음)을 먹는다. 1차로 모닝빵과 음료를 마신 후 앉은자리에서 그대로 큰 컵에 남은 물을 바닥에 주르륵 쏟아 버린다. ‘헐~’ 바닥에는 금세 얕은 물웅덩이가 생긴다. 분명 9시 10분에 그 물웅덩이로 인해 누군가가 미끄러지거나 신발이 젖어 기분이 나빠질 것이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화가 계속 치밀어 오른다. 나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한 것도 아닌데도 도서관의 관리인에게 고발하고 싶은 마음이 매번 일어난다.
학습실에는 '싸 아악', '찍' 같은 소리를 반복해서 내는 사람도 있다. 그는 가위로 종이를 20센티 정도의 긴자 모양으로 종이를 자르고 그 종이 위에 큰 글씨로 무엇인가를 쓴 후, A3의 종이 위에 잘린 종이들을 스카치테이프로 붙여간다. 그는 공인중개사 책을 옆에 두고 있다. 책을 보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손작업으로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열람실 내에는 책을 대여하는 사무 공간이 있고, 10대의 PC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을 수 있는 큰 테이블이 5개가 있다. 이 공간은 다른 공간에 비해 좀 더 시원하다. 그래서일까. 다른 공간에 비해 열람실이 큰 테이블 자리에는 90% 이상이 노인들이 포진하고 있다. 폭염경보 문자가 많이 오는 날은 빈자리가 많지가 거의 없을 정도다. 하루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선풍기가 돌고 있는 테이블 아래 자리했는데, 시선이 자꾸만 천장의 선풍기를 향했다. 마치 노려보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그러는 사이 내 옆자리의 아주머님이 도서관 직원에게, 너무 춥다고 선풍기 조절을 부탁했다. 하지만 “해당 그쪽 테이블의 노인이 덥다고 요구해서 안된다”라고 하는 직원의 목소리도 뒤이어 들렸다. 그 노인은 지금 머리에 수건까지 얻고 허리를 세우고 의자를 돌려 통로를 막고 주무시는 사람...!
에어컨 바람에 선풍기 바람까지…, 시원하다 못해 오늘은 더 춥다. 노인들이 갈 곳이 없어 오는 것도 춥고, 공공장소에서의 민폐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그들의 행동도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