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보여준 시도와 조화
지난 8월 21일, SBS 주말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약 2년 반 동안 제작을 총괄했던 최보필 메인 PD가 하차했다. 최 PD는 ‘런닝맨’을 이끌어가면서 카메라 앵글 밖에 있는 또 다른 출연진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멤버들과 호흡이 잘 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약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런닝맨 조연출로 활동하면서 멤버들과 친해진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녹화 중 멤버들이 짓궂은 멘트를 던져도 재치 있게 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멤버들을 놀리는 듯한 자막은 친구를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줘서 오랫동안 런닝맨과 함께한 시청자에겐 재밌는 시청 요소 중 하나였다.
이렇게 프로그램에 잘 녹아들기도 했지만, 이색적 시도로 런닝맨 제2의 전성기를 만들었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최 PD 이전에도 운영되고 있었던 런닝맨 유튜브 채널에는 유사한 콘셉트 방영분을 하나로 엮는 ‘예능맛ZIP’이라는 콘텐츠가 있었는데, 여기에서 드러나는 최 PD의 시도는 큰 인기를 끌었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면 런닝맨 오프닝에서 멤버들이 대화하는 장면들을 엮어 만든 23분짜리 영상을 ‘토크’라는 단 두 글자의 간결한 제목으로 업로드했다. 이전에도 나름 딱딱한 멘트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영상의 성격이 드러나는 긴 제목이었는데, 최 PD가 메인 PD를 맡은 이후 제목은 짧아졌고 심지어 띄어쓰기도 하지 않아 성의 없어 보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은 이런 시도를 좋게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는 분위기였지만, 점점 이런 간결한 제목들이 올라오면서 재밌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어쩌면 방송국에 대해 딱딱하고 보수적일 것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시청자들이 이런 변혁적인 시도를 목격하면서 친근하고 재미있는 방송국 이미지에 호감을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현재까지도 이 콘텐츠는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지금은 하차한 멤버 이광수의 활약상을 모아놓은 ‘이광수’라는 제목의 1시간 39분 영상이 현재 최고 조회 수 2,641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멤버들과 친하고, 방송에 출연진만큼 자주 등장하는 최 PD 같은 유형은 이전에도 있었다. 런닝맨 전임 PD이자 tvN으로 옮겨 가 ‘식스센스’를 만든 정철민 PD는 물론이고, ‘1박 2일’로 대표되는 나영석 PD,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아주 유명한 선례다. 출연진만 돋보이는 방송이 아니라 제작진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방송을 만든 PD를 모아 보니 이렇게 예능 시장에서 공고히 입지를 다지고 있는 굵직한 이름들이 등장했다. 즉, 다 같이 어우러지는 예능은 대부분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한 프로그램에 어떤 사람이 합류하면 ‘호흡을 맞춘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는 그냥 있어 보이려고 쓰려는 표현이 아니라 어떤 일이든 합을 잘 맞추면, ‘조화’를 보여준다면 위 사례처럼 훌륭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최보필 PD의 방식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사진=런닝맨 유튜브 캡처
※ 본 내용은 교내 신문사 기사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