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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비로운별 Dec 04. 2022

교생 혹은 아이돌? (2)

감사합니다 선생님

다음 글로 돌아온다고 한지가 6달 전이다.

인턴도 시작하고 마지막 학기도 시작하니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래도 이 긴 시간 동안 감사함은 잊히지 않았기에, 행복했던 교생 시절의 이야기를 매듭 지으려 한다.


교사로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뭐라고 아이돌처럼 반겨준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첫 번째 글에 담았었다.

이번에는 붙임성 없어 실습 기간의 절반이 지나고 나서야 아이들에게 용기 내 다가갔던 나를 북돋아준 담당 선생님께 고마웠던 이야기다.


사실 처음 선생님을 뵀을 때는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국어 선생님이셨고, 여자분이었는데 뭔가 되게 시원시원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대구 사투리(?)처럼 들리는 약간 거센 억양은 스스로 행동가짐을 조심하게 했다(개인적으로 사투리 매우 좋아하니 오해는 마시길).


하지만 선생님은 내 첫인상과 달랐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이것저것 경험할 수 있게끔 많은 기회를 주셨다.


처음에 담당 학급을 맡게 되고 아이들의 이름을 외워야 했을 때, 학생 수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외워지지 않아 걱정이었다. 그런데 힘든 점은 없냐는 선생님의 다정한 말씀에 나도 모르게 6살 어린아이처럼 저 고민을 전했더니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이 나와 있는 명렬표를 주셨다.


어쩌면 누구나 해줄 수 있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저 첫인상 때문에 괜히 더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저것뿐만 아니라 학생 개인별로 어떤 특징이 있는지까지 세세하게 알려주셔서 더 쉽게 외울 수 있었다.


교생 실습 기간 초중반쯤에는 과제 하나가 부여됐다. 담당 학급 학생과 상담한 후 상담 일지를 작성해 오라는 미션이었다. 당시 아이들 이름도 제대로 못 외웠을 때고, 말도 제대로 섞어보지 않았는데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 첫인상은 갖다 버리고 선생님께 찾아가 도움을 구했더니 종례 시간에 상담할 학생들을 찾아주셔서 성공적으로 미션을 끝마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사실 제일 감사한 일이 있다. 어찌어찌 우리 반 학생들 이름은 다 외웠는데, 친하진 않아서 걱정이었다. 옛날에 내가 학생이었을 때는 교생 선생님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었는데, 내가 별로여서 그런 마음이 없나 싶었다.


선생님께서는 이런 내 고민을 어떻게 아셨는지 아이들과 친해지려면 우선 많이 마주치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앞으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면 우리 반에 무작정 찾아가서 얼굴이라도 비춰보자라는 다짐을 했다.


그런데 웬걸, 선생님께서 수업시간 중 일부를 할애해주시겠다고 하셨다. 당시는 4월이라 한창 중간고사 기간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기였는데, 아이들과 친해지라고 수업시간 중 15분을 내게 주신 것이다. 마침 선생님께서는 2학년 모든 반에서 국어를 가르치셔서 우리 반뿐만 아니라 모든 반에서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있으라고 신신당부 했지만...

이게 되게 도움이 됐다고 느낀 일이 하나 있다. 나는 한 주 동안 2학년 국어 시간에 총 14번 수업을 해야 했는데, 첫 수업을 앞뒀을 때 대학에서 발표하기 전 떨림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유독 많이 떨었다. 오죽하면 첫 수업 하는 날 아침 조례에서 우리 반 아이들이 나를 보고 많이 떨리냐고 웃기도 했다.


아쉽게도 첫 수업하는 반은 우리 반이 아니었다. 차라리 우리 반이었으면 그나마 덜 떨렸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수업 시작하기 전 다른 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 아이들이 직접 찾아와 힘내라고 응원을 해주고 갔다. 이 응원에 너무 고마워서 출발선을 잘 끊었고, 마침내 14번의 수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선생님께서 주신 15분의 시간이 없었다면 아이들이 이렇게 직접 찾아와서 응원해주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수업을 14번이나 할 수 있었던 것도 되게 감사한 일이다. 처음에는 수업 한두 번 체험해보고 말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14번이나 할 줄은 몰랐다. 선생님께서는 옛날에 본인이 교생 했을 때 다른 교생도 많아 한두 번밖에 수업할 기회가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며 내게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하셨다. 이때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중간고사가 임박한 주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수업하는 부분을 시험 범위에 넣어주시기 까지 했다. 그래도 처음에는 시험 범위를 가르치다 보니 참관하시면서 피드백을 주시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수업 마무리에 잠깐 들어오셔서 중요한 부분만 다시 정리해주셨다. 이런 변화를 목도하고 나니 뿌듯했고, 나를 온전히 믿고 계신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열심히 수업했던 것 같다.


이들을 포함해 한 달이라는 실습 기간 동안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선생님께 손편지도 드렸다. 아쉬운 건 마지막 강평회 때 담당 선생님이 교생들을 평가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이때 선생님께서 연수를 받고 계셔서 평가를 못 받았다는 점이다. 달달한 소리를 기대했다기보다는 선생님의 쓴소리라면 반드시 들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잊히지 않는 선생님. 지금까지도 기자의 길과 교직의 길을 놓고 고민하는 내게 교직의 길에서 등불을 들고 기다려주시는 것 같아 고민의 골이 깊어진다. 만약 다른 길을 걷더라도, 인간적으로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으며, 사랑했던 우리 2학년 3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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