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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트루 Sep 26. 2024

남동생이 아프다

큰 눈망울로 촌철살인으로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해줄때 참 나는 항상 그게 너무 고마웠다. 23개월 차이나는 누나지만 인생의 고비마다 참 동생이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현실남매에 가까울 정도로 평소에 틱틱대는게 일상이라지만 하나뿐인 남동생이 결혼을 하고 아이들도 낳고 너무 잘 살고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런 남동생이 무릎통증을 호소한건 신랑 기억으로 한 1년쯤 나는 반년쯤 되었단다. 그저 골다공증이 아닌가. 매일 서서 설교하고 서서 일하는게 일상이라 그런건가 .그렇게까지 대수롭게 생각은 안했던것 같다.


정형외과에 가고 약도 먹어보고 엑스레이 찍을때까지는 심각하지 않아던것 같다. 약을 먹는데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점점 악화가 되고 걸을때마다 아프단다.

그래서 CT를 찍어보았는데 그 병원으로부터 상급병원에 빨리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무릎에 종양이 있고 무릎뼈를 압박해서 뼈들이 군데군데 부서지기까지 했다고.”


처음 그 결과 메세지를 톡으로 받았을때 순간 터져나오는 울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너무 속상하고 슬펐다. 부모님도 평생 다리 때문에 힘들게 살아오셨는데

하나뿐인 남동생 마저 다리로 고통받다니.

순간 너무 화가났다. “꼭 이런 상황을 허락하셔야 했나 ” 하나님께 따져 물었다.


어릴적 동생은 겁이 참 많았다.내가 대놓고 E라면 동생은 I 인데 어쩔 수없이 E로 살아가는 목회자다.


동생의 종양소식에 너무 속상했던건 그가 살아온 날들 때문이기도 했다. 매일이 바빴고 항상 상담과 설교준비 등등 스케줄로 하루가 가득차있었다. 더불에 집으로 퇴근하면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소위 갓생을 산다는사람의 하루였다. 매일 4~5시간밖에 못자는 날들이 많다고 했다. 힘든 사람들이 찾아오면 몇시간씩 상담해주고 기도해주고. 어떤날은 가족끼리 모였는데도 힘든 사람의 불쑥 전화를 외면하지 않고 담담히 잘 받아냈다.


그렇게 내가 보기에 동생의 에너지도 전부 밖으로 향해 있었다. 동생 자신을 조금이라도 돌보고 무릎 통증이 왔을때 바로바로 대처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나처럼 작은 통증에도 벌벌하며 그 통증이 사라질때까지 통증에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고.

결혼한 동생이라 잔소리를 안했는데 내 성격대로 왜 그 통증 그대로 두냐며 좀 들들 볶을걸 그랬나 싶고 ㅠㅠ


종양이 발견된 후 바로 이어진 추석은 왜 이렇게 또 긴건지. 무릎 통증때문에 동생네는 친정에 가지 못했다. 연휴 이후 바로 원자력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조직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CT상으로는 종양의 양상이 공격적이라고. 양성은 아닌것 같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치료를 받을 병원 (서울 3대병원) 에서 진료를 앞두고 있다. 그곳에서 조직검사를 하고 치료 계획을 세울 예정이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내내 눈가가 촉촉하다. 항상 우리 가족들이 크게 아프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했다. 올해 1월을 시작하며 온 가족이 아빠의 칠순으로 모여 밥을 먹으면서 그 누구도 입원하지 않고 아프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했다.  ( 그 얘기를 정확하게 함께 했던게 기억이 난다). 너무 복이라고 그래서 하나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2024년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일어난 일.

남동생은 과연 다시 건강해질 수 있을까.

앞으로 치료 과정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우리 조카들은 어쩌지

누구보다 마음깊은 올케는 또..


여러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잠도 안오는 밤이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무기력함마저 느낀다.


생명의 무게 앞에서는 모든일이 다 하찮아진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이 얼마나 얕은지.

별것 아닌걸로 마음상하고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기도하고.


우리는 언제가 한번 죽음으로 이별을 한다.

삶이 유한하지 않다.

끝이 반드시 있는 삶이다..

인지하자.오늘 하루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


-브런치를 대나무 숲 삼아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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